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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상하이가 무섭다

설경. 2008. 3. 4. 14:04


지해범 중국전문기자
"결심이 서면 밀어붙인다" 엑스포를 중국변혁 기관차로
상하이(上海) 엑스포 조직위원회 초청으로 며칠 전 중국을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 상하이 푸둥(浦東)공항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반 거리. 공항에서 푸둥 시내 룽양(龍陽)역까지는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했다. 최고 시속 430㎞가 넘는 열차는 30㎞ 거리를 8분 만에 주파했다. 장차 이 열차가 훙차오(虹橋)공항까지 연장되면 공항과 시 중심(약 40㎞)은 15분대로 연결된다고 마중 나온 엑스포 관계자가 말했다. 문득 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걸리는 1시간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룽양역에서 중형버스로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엑스포 사무국 옥상전망대. 사무국의 주용레이(朱?雷) 부국장이 가리키는 엑스포 부지는 구불구불한 황푸(黃浦)강 양안에 나뉘어 있었다. 총면적 5.28㎢. 여의도 면적의 62%이자 지난 2005년 일본 아이치 박람회 면적(1.73㎢)의 3배에 달한다. 규모가 크리라고는 짐작했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이곳이 오래된 공장과 무허가 주택이 밀집한 낙후지역이었다는 점이다. 시 정부는 이곳에 살던 주민과 공장들을 시 외곽 아파트와 공단으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결심하면 밀어붙이는' 공산당 정치를 실감하게 했다. 황젠즈(黃健之) 시건설교통위 부주임은 "우리는 관람객의 접근성과 행사 후 시설 활용도를 고려해 이곳에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대전엑스포 시설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 같았다.

엑스포 부지 내에는 낡은 공장 건물들이 헐리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저 건물들은 왜 부수지 않느냐"고 묻자, 주 부국장은 "옛 건축물을 재활용해 역사도 살리고 경비도 절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역사가 140년이 넘는 장난(江南)조선공장은 엑스포 기업관으로 사용한 뒤 중국근대공업박물관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또 난스(南市)화력발전소의 165m 공장굴뚝은 201m 관광탑으로 개조돼 황푸강을 내려다보는 명물로 변신하고, 상하이 강철 특수강 공장건물은 3500석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 대규모 행사라면 으레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것만 봐 온 한국기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제행사에 맞춰 도시 인프라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었다. 작년 말까지 123㎞였던 전철 총연장은 2년 내에 400㎞로 늘어나, 5개 노선 10개역이 엑스포장에 연결된다. 또 상하이~난징(南京), 상하이~항저우(杭州)간 고속열차도 엑스포 개막에 맞춰 완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상하이(인구 1800만), 난징(650만), 항저우(700만), 쑤저우(600만), 창저우(常州·350만), 우시(無錫·230만), 쿤산(昆山·130만) 등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창장(長江)삼각주 일대가 명실공히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된다. 광둥성(廣東省)에 이어, 한국과 맞먹는 또 하나의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엑스포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한 훙하오(洪浩) 사무국장의 답변은 더욱 예상 밖이었다.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이번 엑스포의 최대 목적이 아니다. 7000만~1억의 국내 관람객이 200여 국가의 문화와 세계 최고 기업이 만들어낸 미래의 과학기술, 세계 최고 도시의 발전모델을 보고 시야를 넓히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그것을 통해 13억 국민이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꾼다면 중국의 미래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지해범 중국전문기자 hbj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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