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만능주의 “이번엔 영재교육”/“영재성은 학원서 배울 수 없는 것”
교육청.대학 운영 영재교육원 시험 준비반 우후죽순
“영재성은 학원서 배울 수 없는 것”전문가들 회의적
‘대한민국 1%의 영재를 길러내겠다.’ 서울시 교육청이 영재교육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영재교육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영재적성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영재적성검사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쏠려 있다. 이런 가운데 영재적성검사를 대비한다는 학원들이 생겨나면서 또다시 사교육이 과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12월 실시된 서울시 교육청의 초.중등학생 영재적성검사에는 각 학교에서 추천받은 학생 1만6960명이 지원했다. 이 중 영재교육원에 들어간 학생들은 3440명. 학교 추천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하고도 경쟁률은 5대1 수준이었다. 학교 추천이 필요 없던 2006년에는 경쟁률이 17대1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서울대 연세대 등 각 대학이 시행하는 사설 영재교육원들도 상황은 비슷해 대부분 10대1 이상의 경쟁을 통해 아이들을 선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른바 ‘대치동 엄마’ 사이에서는 영재적성검사라는 새로운 시험을 어떻게 대비하는가가 큰 관심사다.
영재적성검사는 기존의 시험과는 달리 모든 문제가 서술형이며, 특별한 답도 정해지지 않은 시험이다. 중등부의 경우 “가게에서 신발을 샀는데 점원이 ‘고객님 잠시만요’ 하고 따라 나왔다. 왜 그랬을지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시오”와 같은 문제가 출제된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 달리 언어논리, 민감성 및 유사성 같은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험이다 보니 기존의 유명 학원으로는 대비할 수 없다는 게 세평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박모(49) 씨는 “학교 교사, 학원가 등에 알아본 결과, 초등학생 대상 교육영재원은 학원과 별다를 바가 없고 중등부부터 아이를 보내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며 “여길 보내려면 영재적성검사 대비를 해야 하는데 일반학원으로는 준비가 안 된다 해서 따로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애가 힘들어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영재적성검사를 대비한다는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 학원들은 저마다 간판에 ‘영재’ ‘창의성’ 같은 수식을 달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기존에 다니던 학원에 영재적성검사를 준비하는 학원까지 이중으로 학원에 다니고 있다. 영재교육원과 내신성적을 모두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영재적성검사 대비 학원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용희 경북대 과학영재교육원장은 “영재성은 이렇게 저렇게 고민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이라며 “학원에서 미리 공식을 배우고 맞춤식 훈련을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며, 설사 영재교육원에 입학은 했더라도 곧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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