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아시아초대석]

설경. 2008. 3. 14. 17:30
"삼성전자의 CEO가 국내에만 머물면 되겠는가. 세계적인 경영인을 키워내야 한국의 미래도 있다. 경제 강국인 일본, 홍콩이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최고의 MBA를 우리가 만들겠다"

한국 최고의 심장 전문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학교의 미래가 최고의 경영학도를 키워내는 데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의사 출신인 서 총장에게 지난 6일 개원한 삼성암센터 등 의학계쪽의 인프라 확장이 더욱 매력적인 학교발전전략이 되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 총장은 경영 분야의 최고 대학을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 총장의 결단에는 지난 2004년 문을 연 '성대-MIT경영대학원'에 초점이 향해 있다. 서 총장은 "아시아권에서는 홍콩 과기대, 싱가포르 MBA 정도가 알려진 경영인 양성 과정이라고 하지만 세계적 역량면에서 뒤떨어져 있다"며 "성균관대 MBA를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아 한국 국제경쟁력을 최고로 올려놓는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같은 서 총장의 포부에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펼치는 그의 진두지휘 기술을 엿볼 수 있다. 학생 1인당 교육비 397만원(1996)→1550만원(2007), 수능 1% 이내 학생수 164명(2002)→326명(2007), 성대는 이러한 서 총장의 리더십에 힘을 받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유교 교육의 전당' 성균관을 '첨단 인력 양성의 장'으로 탈바꿈시킨 서정돈 총장. 학문과 실용기술의 융합을 강조하는 그는전통적인 학과 개념을 타파하고 반도체학과, 휴대폰학과 등 한발 앞선 학과들을 만들어냈다. 결과는 200% 성공, 역대 최대의 취업난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고전을 겪고 있는 이 때, 맞춤형 교육을 받은 성대 학생의 대부분은 졸업전 취업 예약 완료다.

▲성균관대에 반도체학과, 휴대폰학과 등 눈에 띄는 학과가 많다.
- 대학은 현장에서 쓸모있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사회에서 요구하고 있는 졸업생의 수준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분야의 발전 속도는 눈이 부실 정도다. 이러한 시대적ㆍ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도 발 빠르게 변화해야 하며 새로운 학분분야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대학의 또다른 발전방향이 될 로스쿨 운영은 어떻게.
최근 사회적 수요가 크게 증가한 기업법무를 특성화 분야로 설정함으로써 일반 법조인 양성은 물론 글로벌 수준의 기업법무 전문가를 배출해 명실공히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법무 전문 로스쿨로 거듭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

특히 하버드대 로스쿨 등 해외 명문 로스쿨의 컨설팅을 받아 로스쿨 교육과정을 전문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재단인 삼성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기업 현실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용할 계획이다.

▲등록금이 계속 오르는데 해결방안은.
대학을 운영하는 데는 실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우수교수 유치, 장학금 확충, 교육 인프라 업그레이드 등 세계 명문대학의 반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그 비용은 국고보조금, 기부금, 재단전입금, 등록금 등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국고보조금을 확대하고, 기부금, 전단전입금을 확충한다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가의 교육예산을 GNP의 6% 수준으로 확대한다면 정부에서 대학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도 많이 확대될 것이다.

▲ 현재 한국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 한국 대학의 핵심 화두는 국제적 경쟁력 확보다. 대학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 이상 대학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 대학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성화가 핵심전략이 돼야 한다.

모든 한국 대학이백화점식으로 나열된 학문 구조를 가지고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가 잘 하는 분야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집중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기존의 학과간의 벽을 허물고 학문간의 융합(컨버전스)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성화 분야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곧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대학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은.
- 세계의 네트워크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발맞추어 나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활동해 능력을 인정받아야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글로벌 인재'는 외국어 구사능력은 물론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글로벌 기본기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전문적 지식으로 무잔한 21세기형 인재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 대학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최상의 교육ㆍ연구 프로그램'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구상하고 있는 국제화전략은.
- 우리 대학은 2006년 12월 국제화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2007년 3월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국제화 컨설팅을 수행했다. 이후 컨설팅 결과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국제화 4대 전략'을 마련했다.

제1 전략은 'Global Alliance 확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과 파트너 협정을 체결하고 학문의 특성을 반영하여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여 복수학위제(Dual Degree, 중국 푸단대학과 협정체결), 공동학위제(Joint Degree), 공동 프로그램(Joint Program), 하계대학(미국 포담대 로스쿨과 실시) 등 다양한 제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제2 전략은 '국제화 교육ㆍ연구역량 강화'다. 외국인 강의전담교수 확충, 국제화 교육프로그램 확대, 국제학술지 게재논문 확대, 한국학ㆍ한국어 프로그램의 국제화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

제3전략은 '국제화 리더십과 조직 혁신'으로써 학계, 재계, 외교계 VIP들로 '국제자문단'(International Board)을 신설해 우리 대학의 해외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국제화 Round Table'을 정례화할 것이다. 제4전략은 '국제화 인프라 업그레이드'로써 국제화 캠퍼스를 추진하고 온라인에 강의 자료를 무료로 공개할 방침이다.

▲성균관대만의 비전은.
성균관대는 우리나라의 역사이자 국가적인 자산이라고 자부한다. 올해로 건학 61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대학은 가장 오래된 대학이며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대학의 발전 역량은 각종 대학평가, 로스쿨 선정, BK21사업, 국제학술지 발표 논문, 국가고객만족도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 3개 이상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학 발전계획인 비전(VISION)2010+ 계획에따라 4대 역점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 수준의 성균관-MIT MBA프로그램(SKK GSB) 운영, 나노반도체 소재/소자 분야의 초일류 연구소 육성, 세계 최고수준의 동아시아학 연구/교육 프로그램 구축 및 문화 컨텐츠화 추진 그리고 21세기 New Brand 인재양성과 한국 대학교육의 새로운 전형을 창출할 학부대학 설립 및 전용캠퍼스 조성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성균관대 출신하면 성실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하고 도전적인 감각을더해 성균관대하면 가장 최고의 전문인력에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이 되도록 하겠다.


서정돈총장, 그는 누구인가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36년간 심장전문의로 지내왔다. 그래서일까. 생명의 끈과 연결된 심장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듯이 교육이 살아숨쉬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지난 2003년 서 총장은 개개인의 생명이 아닌 국가 전체의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소신 아래 대학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대 의과대학 출신으로 서울대에 몸담아 왔던 서 총장이 성균관대의 개혁을 이끌게된 사연은 고 이병철 회장과의 인연에서 비롯된다.

고 이 회장의 주치의로 삼성과 인연을 맺은 서 총장은 1997년 성균관대로 옮아와 성균관대 의대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학교 경영에도 탁월한 감각을 인정받은 서 총장이 결국 총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

그는 부임 이후 MBO(목표관리기법), ERP(전사적 자원관리) 등 삼성의 최첨단 경영기법들을 대학경영에 적용하는 '모험'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또한 중국특화대학원 설립, 휴대폰.반도체 전공 개설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함으로써 몇 년 사이 성균관대를 사학 명문으로 급부상시키는 성과를 이뤄냈다.

서 총장은 '실사구시'를 강조하며 맞춤식 교육을 학교 발전방향으로 제시하면서도 "먼저 인간이 되는 교육이 선행되야 한다"며 교양교육 또한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인의예지'에 바탕을 둔 교양교육을 계승해 성균관대 출신하면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교육방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과 출신의 서 총장은 앞서가는 교육관으로 학문의 융합을 이끌기도 했다 . 의과대학 졸업 후 연세대 경영대학원 과정을 공부하고 칼럼리스트로까지 활약한 그는 글쓰기 전담 교수, 스피치 교수 13명을 한꺼번에 뽑아 최근 대학들이 강조하는 '인문과 이공계의 융합' 교육을 앞서 진행하는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더이상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는 우리 대학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2010년까지 우리 대학을 세계 명문대학으로 올려 놓겠다"

앞만 보는 그의 학교발전 프로젝트가 성균관대 성장엔진이 더욱 힘을 받는 이유다.

▲1943년 대구 출생 ▲서울대 의학박사(1973) ▲서울대 의과대 정년보장 교수(1995~1997) ▲성균관대 의과대 학장(1997) ▲대한민국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 민간인위원(1996~1997)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정책심의위원회 위원(1996~1998)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소장(1998~2003) ▲학교법인 성균관대 이사(현재)


김수희대담=김영미 사회문화부장
기록=김수희기자 suheelove@

김수희 기자 suheelove@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