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뉴스

비즈니스 노하우를 자녀교육에 대입하라

설경. 2008. 3. 14. 17:41

진학상담을 하다 보면 어머니만 나서는 경우와 아버지가 함께 고민하는 경우를 두루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그 차이는 확연하다.

어머니 혼자서 전전긍긍하는 경우에는 주로 진학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성적표를 보여주며 이 정도면 희망이 보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온다. 좀 힘들다고 말하면 한숨을 푹 쉬며, 부족한 과목의 성적을 올릴 만한 선생님이 있느냐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수능 코치로 나서는 경우 스케일이 달라진다. 아버지는 먼저 자녀의 장점에 대한 분석부터 한다. 그런 다음 아버지 나름대로의 방법을 갖고 접근한다.

상담할 때 1년간의 진도표를 구해서 그대로 해줄 수 있는지를 묻기도 하고 아이들의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내게 참고하라며 건네주기도 한다. 더불어 누구의 말을 그대로 옮기거나 따르기보다는 직접 분석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아버지들의 진학지도는 회사에서의 일처리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감정에 빠져 비관적이 되기보다는 대안을 찾고 즉각적인 해결점을 모색한다. 아버지 특유의 비즈니스 감각을 아이의 진로문제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학습 지도를 하는 강남아빠들의 속내는 단순히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눈앞의 목적', 즉 성적 향상에만 있지 않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공부에 필요한 여러 가지 덕목과 규칙들을 가르친다.

작게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있는 끈기와 크게는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있다는 인생의 규칙까지 다양하다. 아이들 역시 책상 앞에서 아빠와 함께 마주하며 단순히 문제 푸는 기술뿐만 아니라 공부에 필요한 다양한 '근력'을 익힌다.

책상 앞에서 아버지가 아이에게 들려줄 메시지는 무궁무진하다. 만일 자녀와 특별히 나눌 대화가 없어 낯설어 하는 아버지라면 공부지도를 핑계삼아 한번 책상 앞에 함께 앉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깊게 느낀다는 것이다. 표현은 하지 않지만 아버지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자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를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긴다.

또한 아이들은 아버지가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고 비웃거나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부모들의 자격지심일 뿐이다. 그 과정 자체가 소중할 뿐이다.

여기에 아빠와 함께 어려운 문제를 두고 끙끙거렸던 책상에서의 추억은 훗날 아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힘이 된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유년시절, 새벽공부의 추억이 아침 일찍 나서는 내 신발끈을 조이게 하듯 말이다.

제공 ㅣ 한국경제신문

※'청소년코치' 최강희 소장은 청소년 진학 전문 상담가로 '청소년 라이프코칭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학지도를 하고 있다. 지은이는 자녀교육에서 더 이상 아버지가 뒷짐 지고 있는 방관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아버지의 사회적 경험을 자녀교육에 응용할 때 아이들의 교육효과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자녀교육에 헌신적인 어머니보다 오히려 '아버지'가 아이의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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