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자사고

경기 거주 中3, 올 서울 특목고 못본다

설경. 2008. 3. 20. 13:25


경기도 평촌에 사는 중학교 3학년 A군(16)은 최근 선생님에게서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서울 소재 외국어고 진학을 준비 중인데 2학기 기말고사를 12월에 본다는 것이다. 이는 곧 서울 소재 외국어고 진학이 불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올해부터 서울 특목고는 중학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늦어도 11월 말까지는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받아야 한다.

A군은 학교와 관할 교육청에 기말고사를 한 달 앞당겨줄 것을 요청했지만 교육당국은 "일부를 위해 전체 교육 일정을 수정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 일산ㆍ분당ㆍ평촌 학생들 반발 =
2009학년도 특목고 입시를 두고 일산 분당 평촌 등 경기도 지역 학생과 학부모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교과 일정이 달라 경기도 학생이 서울 외국어고 시험 볼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서울과 경기도가 특목고에서 내신 반영 범위를 달리한 것. 서울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까지 치러야 응시 자격 기준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경기도는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로 한정했다.

지난해까지 전국 특목고 입시에서 내신을 3학년 1학기까지만 반영하자 특목고 진학 희망 학생들은 2학기에 학교 대신 학원을 찾아 공교육 현장이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이를 막기 위해 교육부에서 지난해 11월 시ㆍ도 교육청 부교육감과 실국장이 모여 올해 입시부터 내신 적용 범위를 3학년 2학기까지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서울은 10월과 11월에 치르던 특목고 전형 일정을 12월로 늦추고 2학기 기말고사 일정을 11월로 앞당겼다.

그러나 경기도는 12월에 기말고사를 치른다. 서울 지역 특목고 원서접수가 12월 2~5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경기도 지역 중학생은 원천적으로 서울 지역 특목고에 지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0년부터는 거주지 소재 특목고에만 지원이 가능하지만 올해까지는 거주지 이외 지역 특목고에도 응시할 수 있다.

경기도 지역 학생과 학부모는 시험 볼 기회조차 박탈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서울 특목고 진학생 중 상당수가 경기도 출신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외고 입학생 출신 지역을 보면 서울 외국어고 진학생 5명 중 1명은 경기도 출신이다. 이 기간 동안 명덕외고이화외고는 경기도 출신이 신입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 교육당국 "원칙상 불가능" =
교육당국은 서울 특목고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원칙상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기도에서 초중등 학사일정 관리를 맡고 있는 지역 교육장들은 일부 학생을 위해 학사 일정을 조정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지역의 한 교육장은 "11월로 기말고사를 당기면 수능 이후 고교 3학년 교실에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처럼 중학교 3학년 교실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전체적인 학사 운영을 고려할 때 기말고사 일정을 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2학기 중간고사'까지 본 학생에 한해 특목고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공문이 오지만 예외를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교육청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교육부에서 16개 시ㆍ도 교육청 담당 장학관이 모여 협의한 내용"이란 주장인데 당시 경기도교육청에서 특목고 입시정책을 총괄한 관계자는 "교육부 회의에서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반영할 것을 합의했을 뿐 '기말고사'까지 포함시키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내년도 특목고 전형방법 개선계획이 지난 1월 발표됐지만 경기도교육청은 3월에서야 서울시교육청과 협의에 나섰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공문을 받은 3월부터 서울시교육청과 이 문제를 두고 협의에 들어갔다"며 "4월 초는 돼야 협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부분 협의가 긍정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육감 사이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전국 시ㆍ도 교육감 협의회에 안건으로 올려 달라고 해당 부처에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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