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시사 키워드] 얼리버드(early bird)
일찍 일어나는 새가 성공한다?
새 정부가 4월말부터 '얼리버드(early bird)' 출근자에게 고속도로 통행료를 최대 50%를 인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출근자)'로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요.
워낙 집값이 비싸 지방에 살며, 별이 지지 않은 꼭두새벽, 혹은 깜깜한 밤에 차를 몰고 대도시로 오가는 샐러리맨의 애환은 우리 시대 아버지의 초상입니다. 시인 김기택의 '사무원'이란 시가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되지요.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장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 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省略)'
이 시에는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사무원'의 시적 화자는 얼리버드의 비애를 노래하고 있어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많이 먹는다'는 속담을 비웃고 있지요. 회사원 사이에서는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도 있습니다. 주말과 휴일에도 금요일처럼 일한다는 뜻이지요.
'얼리버드 증후군'은 그런 샐러리맨에게 나타나는 질병을 뜻합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피로가 누적돼 눈이 충혈되고 팔다리가 뻐근하면서 온종일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너무 우울한 얘기만 했나요?
샐러리맨의 신화인 이명박 대통령은 '새벽 5시'로 유명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 5시엔 일어나 일을 챙긴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지난 2003년 출간된 '아침형 인간'이란 책을 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자신감을 갖게 돼 목표달성이 쉬워진다고 하더군요. 사실 자수성가한 사람치고 아침시간을 허송세월 보낸 사람이 없습니다. 잘 잠 다자고 혼자 잘나서 성공한 사람, 아직 못 봤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는 새벽 3시에 기상한다고 합니다.
다른 얘기지만, 얼리버드는 미국
골프장에서 아침 일찍 치는 라운딩을 의미하는 말로 쓰입니다. 또 1965년 대서양 상공에 쏘아 올린 미국이 만든 세계최초의 상업용 통신위성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위성이름을 왜 '얼리버드'로 지었는지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위성은 지구 정지궤도를 돌고 있으니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속담과 유사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얼리버드보다 '높이 나는 새(highest bird)'가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요?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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