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문학 숲, 논술 꽃]자본주의 사회의 일터는 왜…
설경.
2008. 3. 24. 12:52
[동아일보]
김기택의 시 '사무원'은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기계처럼 일하는 사무원의 고통을 그린 시다. 대기업에서 실제 '사무원'으로 근무했던 시인의 경험이 반영된 작품이다. 시인은 기계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스스로 행동하고 사고하기를 포기한 사무원들을 풍자하고 있다. 노동자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제시문으로 출제될 경우, 주제를 경제성장과 분배의 문제, 인간 소외의 문제 등으로 연결 짓는 게 보통이다.
'성장과 분배'라는 경제적 가치에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오랜 철학적 주제가 숨어 있다. 정치 영역에서의 자유와 평등은 근대 시민사회 형성 과정을 거치며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경제 영역에서도 자유는 △개인의 사유재산권 △직업 선택의 자유 △시장경제 참여의 자유 등이 보장되면서 전근대 사회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이와 같은 자유의 확대는 근대 시민사회의 형성과 맞물려 발전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원동력 중 하나다. 개인이 봉건 귀족이나 절대 왕권의 간섭과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재화를 생산 및 교환하고 재산을 축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자본주의 발전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제 영역에서 자유는 확대됐지만,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 자본주의 이전에도 경제적 불평등은 존재했지만,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부도 심각한 수준으로 일부 사람에게 편중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빈부격차는 경제 영역에서의 불평등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이 인간을 위해 좋은가'보다는 '무엇이 성장을 위해 좋은가'가 관건이다. 양(量) 위주, 결과 위주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분배는 언제나 '나중의 문제'일 뿐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인간 역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개인의 자아실현과 생계 수단이 되어야 할 노동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현대인은 노동의 의의를 찾지 못한 채 가지고(to have) 쓰는(to buy) 데서 노동과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다. 이렇게 소유하기 위한 노동은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인간관계까지도 좀먹는다.
위 시 속의 '사무원'은 노동의 의의를 상실한 채, 자신의 감정마저 소거해 버리고, 사무용품인 의자와 일체가 되는 인간 소외의 극단을 보여준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사무원의 업무는 '의자 고행'으로, 그가 뒤적이는 각종 재무제표는 '경전'으로, 상사에 대한 그의 복종은 경건한 '108배'로 희화화된다. 기계적·반복적인 업무 덕분에 그는 소통의 부재('묵언')을 겪으며 업무 속으로 '은둔'한다. 그는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용맹정진하다가 결국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와 물아 일체가 되는 경지, 즉 인간성을 상실하고 물화(物化)되는 소외의 지경에 이른다.
최근 통합논술은 주제의 범위가 확대되는 경향과 함께, 수험생들에게 익숙한 주제라 할지라도 그 영역을 세분하여 더욱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평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노동문제만 하더라도 경제 영역과 관련된 자유와 평등의 문제, 노동 현장에서의 인간 소외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글을 읽을 때 고정된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제시문과 연관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분석,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같은 작품 또는 비슷한 주제의 작품을 볼 때 심층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분석하는 넓은 안목을 지니기를 바란다.
변혜경 ㈜엘림에듀평가원 연구원
김기택의 시 '사무원'은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기계처럼 일하는 사무원의 고통을 그린 시다. 대기업에서 실제 '사무원'으로 근무했던 시인의 경험이 반영된 작품이다. 시인은 기계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스스로 행동하고 사고하기를 포기한 사무원들을 풍자하고 있다. 노동자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제시문으로 출제될 경우, 주제를 경제성장과 분배의 문제, 인간 소외의 문제 등으로 연결 짓는 게 보통이다.
'성장과 분배'라는 경제적 가치에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오랜 철학적 주제가 숨어 있다. 정치 영역에서의 자유와 평등은 근대 시민사회 형성 과정을 거치며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경제 영역에서도 자유는 △개인의 사유재산권 △직업 선택의 자유 △시장경제 참여의 자유 등이 보장되면서 전근대 사회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이와 같은 자유의 확대는 근대 시민사회의 형성과 맞물려 발전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원동력 중 하나다. 개인이 봉건 귀족이나 절대 왕권의 간섭과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재화를 생산 및 교환하고 재산을 축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자본주의 발전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제 영역에서 자유는 확대됐지만,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 자본주의 이전에도 경제적 불평등은 존재했지만,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부도 심각한 수준으로 일부 사람에게 편중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빈부격차는 경제 영역에서의 불평등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이 인간을 위해 좋은가'보다는 '무엇이 성장을 위해 좋은가'가 관건이다. 양(量) 위주, 결과 위주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분배는 언제나 '나중의 문제'일 뿐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인간 역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개인의 자아실현과 생계 수단이 되어야 할 노동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현대인은 노동의 의의를 찾지 못한 채 가지고(to have) 쓰는(to buy) 데서 노동과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다. 이렇게 소유하기 위한 노동은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인간관계까지도 좀먹는다.
위 시 속의 '사무원'은 노동의 의의를 상실한 채, 자신의 감정마저 소거해 버리고, 사무용품인 의자와 일체가 되는 인간 소외의 극단을 보여준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사무원의 업무는 '의자 고행'으로, 그가 뒤적이는 각종 재무제표는 '경전'으로, 상사에 대한 그의 복종은 경건한 '108배'로 희화화된다. 기계적·반복적인 업무 덕분에 그는 소통의 부재('묵언')을 겪으며 업무 속으로 '은둔'한다. 그는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용맹정진하다가 결국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와 물아 일체가 되는 경지, 즉 인간성을 상실하고 물화(物化)되는 소외의 지경에 이른다.
최근 통합논술은 주제의 범위가 확대되는 경향과 함께, 수험생들에게 익숙한 주제라 할지라도 그 영역을 세분하여 더욱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평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노동문제만 하더라도 경제 영역과 관련된 자유와 평등의 문제, 노동 현장에서의 인간 소외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글을 읽을 때 고정된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제시문과 연관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분석,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같은 작품 또는 비슷한 주제의 작품을 볼 때 심층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분석하는 넓은 안목을 지니기를 바란다.
변혜경 ㈜엘림에듀평가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