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실용주의 형식’보다 ‘실용적 결과’ 중요

설경. 2008. 3. 31. 16:59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책 중의 하나가 대북정책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친북 좌파적이고 북한에 일방적 지원(소위 '퍼주기')만 했을 뿐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은 별것 없었다고 보는 보수 진영의 지지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직전 정권의 계승보다는 단절 내지는 변화를 꾀해야 할 처지다. 얼마 전 통일부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남북정신은 1991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라고 주장하면서도, 이에 기초하여 남북정상들이 체결한 2000년 6·15와 2007년 10·4 공동선언에 대해서는 침묵함으로써 변화의 일단을 드러냈다.

새 정부가 모든 부문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실용주의다. 실용주의의 기원을 미국에서 비롯한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에서 찾든, 동양의 실사구시(實事求是)에서 찾든 실용주의는 사물의 실질적 사태에서 옳고 그름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실용주의가 학문 차원을 넘어서 현실에 적용되면 그 옳고 그름에 기초해서 행동의 원칙과 기준을 삼는데, 일반적으로는 결과(실적)의 좋음(the good)에 따르게 된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운위되고 있는 실용주의는 이런 맥락에서 이념(ideology)을 가장 피해야 할 대상으로 꼽는다. 이념은 현실적인 결과보다는 이상적인 상태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유지된다면 실용주의만큼 '실용적'인 것이 없을 것이고, 이런 매력 때문에 실용주의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압도하고 있고, 이를 업신여길 바보는 없을 것이다. 새 정부가 비판하고 부정하는 과거 정부 역시 기실 실용주의를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모름지기 어떤 이념이라도 현실의 실증적 근거를 가지고 이념을 표방하기 때문에 이념과 실용주의가 상호배타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현 정부 역시 그 근저에는 어떤 이념(자유주의)이 자리잡고 있고, 이것이 가장 실용적인(즉 실질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여러 역사적 사례와 인간에 대한 형이상학적 전제를 결합시켜 예증하고 있다. 사회주의가 비판받고, 도태되는 것이나 신자유주의가 요즘에 와서 내부적으로 도전을 받는 것도 모두 실용주의적 기준에서 볼 때 그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실용주의는 가치중립적이며, 내용이 없는 형식적인 기준일 뿐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따라서 실용주의라는 말을 지나치게 금과옥조로 여기고, 이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인 양 호사를 떨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남북간의 문제에 있어서 제1차적으로 목표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요, 그 다음이 그에 기초한 통일일 것이다. 남북 분단이 국제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해결 과정 역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냉전이 끝나면 통일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만 같았지만 새로운 문제가 그것을 가로막았다. 그것이 핵문제다. 핵문제는 남북한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남북관계에 있어서 핵 연계론과 병치론이 대립했는데, 연계론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병치론은 핵문제는 국제적인 사안이니 그것은 그것대로 진행시키고, 남북 당사자간의 문제는 그것대로 진행시키자는 것이다. 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병치론이다. 이에 기초한 6·15선언이나 10·4선언도 병치론이다. 남북정상 회담은 우리에게 '실용적'인 측면에서 많은 성과(실적)를 가져왔다. 그런데 그런 성과를 애써 폄하거나 무시하는 태도가 과연 실용주의인가 반문하고 싶다. '한국적 실용주의'가 경원시하는 바로 그 이념이 실용주의 표방 세력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 '진정' 실용주의를 주창한다면 과거 '퍼주기라는 이념'의 틀을 벗어나 진정 우리에게 실용적 결과를 가져오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실용주의라는 말을 선점하거나 독점한다고 해서 실용주의적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1 실용주의를 설명하고 그 한계를 논의해보라.
2 이념과 실용주의의 관계를 논의해보라.
3 대북정책에 있어서 최상의 실용주의는 무엇인지 논의해보라.
〈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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