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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달식 서울과학고 교장의‘쓴소리’
설경.
2008. 4. 1. 13:55
[중앙일보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기념일(과학의 날: 21일)까지 만들었지만 아이들에게 과학은 아직 어려운 과목일 뿐이다. 꿈의 목록 중에서 '훌륭한 과학자'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역설적으로 과학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과학교육이라는 것이다. 올해 영재학교로 전환이 유력시되고 있는 서울과학고의 홍달식(62) 교장과 부산영재학교 신입생인 최재영(16)군을 만나 한국 과학의 현실과 미래를 들어봤다.
"기초과학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과학의 현실을 묻자 홍 교장은 한숨부터 내쉰다. "물리를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 물리학과에 가고, 미·적분을 모르는 학생이 공과대학을 가는 현실이다." 홍 교장은 지금이 한국과학의 위기라고 진단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7차 교육과정에서 과학이 선택과목으로 분류되면서 기초과학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두루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인문계는 차치하고 자연계 학생마저 물리 과목을 선택하는 비율이 10명 중 1명꼴에 지나지 않는다"고 개탄한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세상 이치를 꿰뚫을 수 있는 물리가 특히 중요한데…." 홍 교장은 한국과학교육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거기에는 과열된 입시교육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다.
그는 "과학을 필수과목으로 바꾸는 등 교육과정이 개편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흔히 국가 경쟁력 측정에서 빼놓지 않는 것이 영재교육 시스템의 양과 질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것. 그는 "전국에 있는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통틀어 한 학년 전체 숫자가 1500명에 불과하다"며 "이는 전체 학생의 0.2%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이 3%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참 모자란다는 것이다. 홍 교장은 한 가지 대안으로 전국의 과학고를 모두 영재학교 시스템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7차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는 과학고에서는 기본이수과목 때문에 각 학생의 특성에 맞는 심화교육을 시키기가 힘들다는 것.
이런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듯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 당 1개씩의 영재학교를 설립 또는 전환한다는 방침이 지난해 말 발표됐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서울과학고가 영재학교로의 전환을 신청해 놓은 상태. 홍 교장이 구상하는 영재학교는 기본적으로 부산 영재학교의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학년제를 폐지하고 필수·기본선택·심화선택 등 학점제를 운용할 방침이다.
교육제도 개편, 과학 인프라 구축 절실
영재학교로의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풀어 줄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학 학점 선이수제의 권한이 지금처럼 해당 대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교과정에서 자유롭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일반 대학교에 들어가면 1년 동안은 공부할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미 실력이 대학 1학년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를 보완하지 않으면 국가적 손실이다." 홍 교장은 그런 제자들에게 1년 동안 다른 분야의 전문서적을 탐독하라고 충고할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
그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열악한 과학 인프라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과학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전시관이나 과학관 등 인프라 구축에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인구 100만 명 당 과학관 수가 미국 7개, 일본 3개, 대만이 2개인데 반해 한국은 0.5개라는 조사결과는 과학강국의 입지를 무색케 한다. 2003년부터 각급 학교 실험실 현대화 계획은 당초 목표한 5년이 지났지만 달성률 60%에 그치고 있다. 재정이 문제다.
"일선에서 아무리 과학을 재미있게 가르치려 해도 변변한 실험도구나 기자재 하나 갖추기 힘들다. 직접 체험이 가장 확실하면서도 효과적인 교육임을 알고 있다면 이제 과감하게 투자할 때다."
홍 교장은 냄새나고, 낡고, 춥거나 더운 곳이 실험실이라는 인식이 아이들에게 과학을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라고 지적한다.
올해가 교직생활의 마지막 해라는 홍 교장. 그는 "자기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밤 12시까지 아이들과 씨름하며 성실하게 임하는 교사들이 있어 다행"이라며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 mytfactjoongang.co.kr >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journalist.asp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기념일(과학의 날: 21일)까지 만들었지만 아이들에게 과학은 아직 어려운 과목일 뿐이다. 꿈의 목록 중에서 '훌륭한 과학자'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역설적으로 과학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과학교육이라는 것이다. 올해 영재학교로 전환이 유력시되고 있는 서울과학고의 홍달식(62) 교장과 부산영재학교 신입생인 최재영(16)군을 만나 한국 과학의 현실과 미래를 들어봤다.
"기초과학이 흔들리고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 과학이 선택과목으로 분류되면서 기초과학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두루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인문계는 차치하고 자연계 학생마저 물리 과목을 선택하는 비율이 10명 중 1명꼴에 지나지 않는다"고 개탄한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세상 이치를 꿰뚫을 수 있는 물리가 특히 중요한데…." 홍 교장은 한국과학교육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거기에는 과열된 입시교육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다.
그는 "과학을 필수과목으로 바꾸는 등 교육과정이 개편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흔히 국가 경쟁력 측정에서 빼놓지 않는 것이 영재교육 시스템의 양과 질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것. 그는 "전국에 있는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통틀어 한 학년 전체 숫자가 1500명에 불과하다"며 "이는 전체 학생의 0.2%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이 3%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참 모자란다는 것이다. 홍 교장은 한 가지 대안으로 전국의 과학고를 모두 영재학교 시스템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7차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는 과학고에서는 기본이수과목 때문에 각 학생의 특성에 맞는 심화교육을 시키기가 힘들다는 것.
이런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듯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 당 1개씩의 영재학교를 설립 또는 전환한다는 방침이 지난해 말 발표됐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서울과학고가 영재학교로의 전환을 신청해 놓은 상태. 홍 교장이 구상하는 영재학교는 기본적으로 부산 영재학교의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학년제를 폐지하고 필수·기본선택·심화선택 등 학점제를 운용할 방침이다.
교육제도 개편, 과학 인프라 구축 절실
영재학교로의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풀어 줄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학 학점 선이수제의 권한이 지금처럼 해당 대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교과정에서 자유롭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일반 대학교에 들어가면 1년 동안은 공부할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미 실력이 대학 1학년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를 보완하지 않으면 국가적 손실이다." 홍 교장은 그런 제자들에게 1년 동안 다른 분야의 전문서적을 탐독하라고 충고할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
그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열악한 과학 인프라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과학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전시관이나 과학관 등 인프라 구축에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인구 100만 명 당 과학관 수가 미국 7개, 일본 3개, 대만이 2개인데 반해 한국은 0.5개라는 조사결과는 과학강국의 입지를 무색케 한다. 2003년부터 각급 학교 실험실 현대화 계획은 당초 목표한 5년이 지났지만 달성률 60%에 그치고 있다. 재정이 문제다.
"일선에서 아무리 과학을 재미있게 가르치려 해도 변변한 실험도구나 기자재 하나 갖추기 힘들다. 직접 체험이 가장 확실하면서도 효과적인 교육임을 알고 있다면 이제 과감하게 투자할 때다."
홍 교장은 냄새나고, 낡고, 춥거나 더운 곳이 실험실이라는 인식이 아이들에게 과학을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라고 지적한다.
올해가 교직생활의 마지막 해라는 홍 교장. 그는 "자기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밤 12시까지 아이들과 씨름하며 성실하게 임하는 교사들이 있어 다행"이라며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 mytfact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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