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토론해 봅시다]남북 협력을 우선해야 하는가?

설경. 2008. 4. 8. 15:34
[동아일보]
남북 신뢰-공생의 주춧돌 vs 핵 해결 등 상호주의 필요
○ 배경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잠잠하던 남북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의 발언을 구실로 대남 강경 기조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미국과 남조선 호전세력의 무분별한 군사적 도발로 말미암아 한반도에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정부에서 유지해 왔던 남북 공조의 협력체제가 새 정부의 한미일 신삼각공조 체제로 변화함에 따라 북한의 경계심이 대내외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북한 공조를 중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우리 정부도 남북한 간의 평화 정착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그러나 대내외적 변수가 생기고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긴장관계가 돌발적으로 반복되곤 했다.

남북한 간에 새롭게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 정세를 지켜보며, 평화 공영과 통일을 위해 우리 정부가 어떠한 정책과 기조를 선택하는 것이 옳을지 고민해 보자.

▶찬성 논거
남북관계와 동북아시아 평화에는 남북한의 상호 신뢰에 기반한 협력체제가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작용한다. 북한의 반미노선에 동조하여 북한의 주장과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들어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당사자인 남북한의 상호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일은 피해야 한다.

북한이 대남 강경 태도를 표출하는 것은 새 정부의 한미 공조 외교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 참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PSI는 북한을 고립, 봉쇄시키고 나아가 충돌을 야기해 공격 명분을 만들려는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핵심 도구다.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한미 공조체제가 북한을 위협할 수 있음은 물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해롭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남북한은 서로 신뢰를 구축하고 경제적으로 협력하며 공생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 기반 위에서 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 논거
북한과 대화를 통해 협력하려면 북한 핵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원만한 해결 없이는 '퍼주기' 논란(남한이 북한의 요구에 끌려 다닌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정부는 국민 세금을 지출하여 개성공단 사업과 경의선 철도 사업, 김일성종합대(9억2000만 원) 및 봉수교회(4억8000만 원) 지원 사업 등 비군사적 문화 교류에 힘써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도적 지원이 남북관계 개선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

남북한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보다 대미관계 및 국제협력을 우선시하거나, 남북관계와 대미관계 및 국제협력을 함께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는 '민족 공조'라는 낭만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남북한을 둘러싼 국제질서를 정확하게 바라봐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대남전략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남북 공조와 협력은 상호주의에 입각해 적용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일 따름이다.

○ 핵심 찌르기
'치킨 게임'이란 것이 있다.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chicken)'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어느 한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죽는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극심한 군비경쟁이 극단적인 파국을 초래한 것이 '치킨 게임' 현상의 한 예다. 남북한의 대립과 갈등에도 치킨 게임의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남북한이 상호 협상을 통해 양보하여 얻는 결과가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결과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선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고려해 보자. '남북 갈등'보다 더욱 심각한 갈등이 '남남 갈등'인 경우가 허다하다. 통일부 존폐 논쟁에서도 극명한 관점의 차이가 발생하였듯이, 북한을 어떤 존재로 볼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낭만적인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고, 평화, 공존, 통일을 위해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세와 전략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 논술 쓰기
오늘날에는 민족국가와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가족 친구 지역 단위의 작은 일에 개인의 관심이 편향되어 있다. 그러나 논술은 국가와 민족 차원의 고민을 요구할 때가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인 북한을 함께해야 할 동반자로서 인정하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볼 것을 요구하는 역사의식이 필요한 주제다.

○ 관련 문제
제시문 기 소르망의 '열린 세계와 문명 창조'를 읽고 우리 한국인이 지향해야 할 세계화의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논술하시오.(350∼400자)[동국대 2006학년도 정시 논술]

권윤호 경기 용인 풍덕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