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독서로 논술잡기]침팬지 폴리틱스

설경. 2008. 4. 15. 12:32
[동아일보]
[침팬지 폴리틱스] 프란스 드발 지음,황상악·장대익 옮김(바다출판사)
정치는 인간만의 전유물인가. 정치는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침팬지 집단에서 정치의 기원을 발견했다. 젊은 침팬지 수컷에게 권력을 내놓았던 노장 '이에론',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모든 침팬지들이 조언을 구하는 여장부 '마마', 신뢰감을 바탕으로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던 '루이트' 등을 통해 침팬지 사회 속 정치의 속성을 발견한다. 자, 침팬지의 정치적 속성을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가) 여러 달을 지내면서 나는 '루이트'의 지배권이 점점 확고해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니키'는 커다란 소리로 루이트에게 '인사'를 했다. '이에론' 역시 루이트에게 '인사'를 했지만 니키처럼 과장된 방식은 아니었다. 루이트가 자신의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 니키를 쫓았지만 이에론은 사태를 방관하고, 루이트를 지지하기로 결심한 듯 보였다. 8월이 되자 먼저 니키가, 다음에 이에론이 루이트에게 '인사'하는 것을 중단했다. 그리고 이 두 수놈은 점점 가까워지더니 연합을 이뤘다. (165∼166쪽)

(나) 니키는 이에론, 루이스, 그리고 집단의 다른 멤버들로부터 '인사'를 받음으로써 집단의 정식 리더가 됐다. 그러나 니키에게 암놈들이 크게 저항했다. 이에론은 니키에게 압력을 넣기 위해 암놈들과 작당을 하기도 했다. 니키가 이에론을 항상 지배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그는 이에론이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강했다. 니키는 이에론에게 의존한 결과, 그 지위에 걸맞은 성적 특권을 누렸고 최상의 지위를 유지했다. 이에론은 통제자의 역할을 맡아 그에 따르는 권위를 누렸다. (196∼197쪽)

위 글에서 우리는 침팬지 사회를 통해 권력투쟁의 기원을 본다. (가)에서 이에론과 니키는 직접 연합을 형성한다. 처음에는 루이트와 이에론이 우정의 연합을 형성했지만, 나중에는 이에론과 니키의 수놈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해 루이트를 축출한다. (나)에서는 니키와 이에론의 집단지도체제를 보여준다. 니키는 이에론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고 대신 암놈들을 자신의 영향력 속에 끌어들인다. 이제 (가)와 (나)를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고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보자. (가)와 (나)에서 권력 투쟁의 '목적'은 같다. 수놈 침팬지들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치권력의 투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 권력투쟁의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강인한 침팬지 한 마리를 견제하기 위해 침팬지 둘이 연합을 형성한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권력자와 권력을 공유하고 분담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이루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동물들의 권력투쟁은 단순한 약육강식이 아닌, '정치역학'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② '(가)와 (나)를 인간의 정치와 관련지어 설명하고 그 사례를 드시오'란 문제를 생각해보자. (가)와 (나)에 나타난 침팬지들의 권력 투쟁은 인간 세상의 정치 현실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때로는 논리적 이유로, 때로는 비굴한 이유로, 또 때로는 미래를 위한 전략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침팬지들을 보면 인간의 정치 속성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런 침팬지의 행동학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강한 여당에 대항하기 위해 야당끼리 힘을 합치는 것 △인기 있는 야당의 당수를 끌어들여 내치(內治)를 맡기면서 대통령 자신은 외치(外治)를 맡겠다고 전임 대통령이 제안했던 것 등 현실 정치 속 현상들과 포개어질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침팬지와 비교되는 것을 모욕으로 여긴다. 인간의 동기가 더욱 동물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고도의 정치기술은 침팬지에서 나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간은 침팬지 집단에서 권력 경영을 배운다고 이 책은 말한다. 침팬지 집단은 그 안에 권력균형이 이뤄질 때까지 정치적 행위를 계속한다. 그 결과 새로운 도전이 일어나고 새로운 균형이 찾아온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