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우리대학 비전을 말한다]숭실대학교 이효계 총장
설경.
2008. 4. 17. 15:17
연구와 교육… 두 바퀴로 속도내는 '패기'의 대학
올해 개교 111주년을 맞이한 숭실대학교는 오래된 연륜보다는 패기가 느껴지는 대학이다. 지난 2005년부터 '숭실 2010 프로젝트'를 수립,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내적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민자유치로 첨단 교육시설이 캠퍼스 곳곳에 세워지고 있고, 경기 광명에 제2 캠퍼스 건립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쯤 첫 삽을 뜰 계획이다.
숭실대의 질적 변화는 이효계 총장(74·사진)의 '살신성인 리더십' 덕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총장은 취임 후 4년간 무보수를 선언, 전체 월급(5억원 가량)을 발전기금으로 출연했다. 그러자 교수와 교직원, 동문들이 십시일반 발전기금 모금에 동참, 지금까지 수백억원이 넘는 기금을 모았다.
■두 개의 바퀴, 연구와 교육 중심
기독교 사학인 숭실대는 IT 분야에 노하우가 있다. 대전 대덕단지의 IT 엔지니어 가운데 상당수가 숭실대 출신이다. 1960년대 국내 대학 최초로 IBM 1130 전자계산기를 도입, 최초로 컴퓨터 교육을 시작한 곳이 숭실대다. 전자계산학과, 인공지능학과, 소프트웨어 공학과, 컴퓨터통신학과 등은 숭실대가 국내 최초로 만든 학과들이다.
이효계 총장은 취임 직후 "대학의 운영방향을 교육 중심이냐, 연구 중심이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한 분야를 놓칠 수가 없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IT와 벤처(중소기업)라는 연구 토대 위에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불러들여 '사제동행'하는, 연구와 교육이 어우러진 대학이었다. 이 총장은 발로 뛰며 미 명문대 출신 박사들을 대거 숭실대로 초빙했다.
이 총장은 "총장으로 취임한 지 5개월이 지난 2005년 8월부터 보직교수들과 함께 뉴욕, LA, 토론토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신임 교수들을 뽑았고 제가 보는 앞에서 영어강의를 시켰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교수들에게 "네이처와 사이언스지 등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경우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며 채찍과 당근으로 연구실적을 올렸다.
입소문이 나면서 숭실대를 노크하는 우수한 학생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총장은 "올해 신입생을 조사해 봤더니 학급 성적이 3등 이내 학생들이 굉장히 늘었더라"고 했다. 발품을 팔아 전국 명문 고교를 찾아다니며 입시설명회를 열고 숭실대를 세일즈한 덕이다.
이 총장은 "처음엔 숭실대에서 찾아간다고 하면 일선 학교에서 꺼리는 빛이 역력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수능 1등급 입학생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 출신 고교에 1000만원 기부, 월 생활비 40만원과 기숙사 무료, 해외 유학시 2년간 6만 달러 제공, 박사 학위 후 숭실대 임용 약속을 내걸었더니 서울대를 준비하던 수능 1등급들이 대거 지원했다"고 귀띔했다.
■숭실 2010 프로젝트
대학 위상이 높아지자 '숭실 2010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브레인 양성'이라는 숭실대의 미래비전을 담고 있다.
이 총장은 "2010 프로젝트는 국제화와 특성화, 교육의 질 제고를 기본 방향으로 선진화된 교육방법과 첨단 교육시설을 도입,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민자유치 방식으로 오는 2010년쯤 721실(1392명 수용) 규모의 국제기숙사가 완공된다.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로 700억원의 민자가 투입된다. 그는 "외국 학생들을 데려오고 싶어도 마땅한 숙소가 없었다"며 "국제기숙사가 완공되면 우수한 해외 인재와 노벨상을 받은 해외 석학교수를 초빙,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교내 법학관과 경상관, 테니스장이 있는 부지에 '숭실교육문화복지센터'를 세워 교육과 복지, 연구시설로 활용된다. 모두 700억원의 민자가 투자될 예정이다.
경기 광명역 역세권에 들어설 제2캠퍼스 건립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부지 매입자금을 포함해 총 투자 규모가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중 착공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광명 제2캠퍼스에 음악대학을 신설, 종합예술대학으로 도약하겠다"며 "이곳에다 특화된 벤처기업 연구소도 세우겠다"고 했다.
일본
고베와 베트남 호치민시에 숭실대 분교 개설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고베시에 사회복지대학원 설립을 위한 협약이 진행 중이다. 또 호치민시에 IT대학을 설립키로 하고 호치민 공항 인근 2500평을 베트남 정부로부터 무상 기증 받았다.
이 총장은 "현재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해외로 떠나는 학생이 한 해 평균 500명 정도"라며 "내년부터는 재학생의 10%(1000명) 이상을 교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숭실대는 외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올해부터 IT대학 글로벌 미디어학부 강의를 100%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또 가급적 모든 학과가 3개 이상 전공교과를 원어로 강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 총장은 "숭실대는 외형적 변화 외에도 내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인성, 전문성, 교양을 겸비한 21세기 글로벌 브레인을 양성하겠다"며 "학생들이 외국대학이나 기업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점교류, 인턴십 제도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이효계 총장은 누구?
숭실대 1기 졸업생이자 숭실대 출신 첫 총장이다. 1954년 목사가 되기 위해 당시 한경직 목사가 재직 중이던 숭실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선친의 뜻을 받아들여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행시 13회로 첫 발을 내디딘 후 전남지사, 내무부 차관과 농림장관을 역임했다. 호남 출신이지만 4명의 경상도 출신 대통령 밑에서 일했다. 공직에 있으며 징계 한 번 받지 않았을 정도로 청렴했다. 지난 56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갈 정도로 신앙이 독실하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 '원로장로'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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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교 111주년을 맞이한 숭실대학교는 오래된 연륜보다는 패기가 느껴지는 대학이다. 지난 2005년부터 '숭실 2010 프로젝트'를 수립,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내적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민자유치로 첨단 교육시설이 캠퍼스 곳곳에 세워지고 있고, 경기 광명에 제2 캠퍼스 건립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쯤 첫 삽을 뜰 계획이다.
↑ 이효계 총장은 숭실대의 미래를 '글로벌 브레인 양성'으로 그렸다. /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두 개의 바퀴, 연구와 교육 중심
기독교 사학인 숭실대는 IT 분야에 노하우가 있다. 대전 대덕단지의 IT 엔지니어 가운데 상당수가 숭실대 출신이다. 1960년대 국내 대학 최초로 IBM 1130 전자계산기를 도입, 최초로 컴퓨터 교육을 시작한 곳이 숭실대다. 전자계산학과, 인공지능학과, 소프트웨어 공학과, 컴퓨터통신학과 등은 숭실대가 국내 최초로 만든 학과들이다.
이효계 총장은 취임 직후 "대학의 운영방향을 교육 중심이냐, 연구 중심이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한 분야를 놓칠 수가 없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IT와 벤처(중소기업)라는 연구 토대 위에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불러들여 '사제동행'하는, 연구와 교육이 어우러진 대학이었다. 이 총장은 발로 뛰며 미 명문대 출신 박사들을 대거 숭실대로 초빙했다.
이 총장은 "총장으로 취임한 지 5개월이 지난 2005년 8월부터 보직교수들과 함께 뉴욕, LA, 토론토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신임 교수들을 뽑았고 제가 보는 앞에서 영어강의를 시켰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교수들에게 "네이처와 사이언스지 등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경우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며 채찍과 당근으로 연구실적을 올렸다.
입소문이 나면서 숭실대를 노크하는 우수한 학생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총장은 "올해 신입생을 조사해 봤더니 학급 성적이 3등 이내 학생들이 굉장히 늘었더라"고 했다. 발품을 팔아 전국 명문 고교를 찾아다니며 입시설명회를 열고 숭실대를 세일즈한 덕이다.
이 총장은 "처음엔 숭실대에서 찾아간다고 하면 일선 학교에서 꺼리는 빛이 역력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수능 1등급 입학생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 출신 고교에 1000만원 기부, 월 생활비 40만원과 기숙사 무료, 해외 유학시 2년간 6만 달러 제공, 박사 학위 후 숭실대 임용 약속을 내걸었더니 서울대를 준비하던 수능 1등급들이 대거 지원했다"고 귀띔했다.
■숭실 2010 프로젝트
대학 위상이 높아지자 '숭실 2010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브레인 양성'이라는 숭실대의 미래비전을 담고 있다.
이 총장은 "2010 프로젝트는 국제화와 특성화, 교육의 질 제고를 기본 방향으로 선진화된 교육방법과 첨단 교육시설을 도입,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민자유치 방식으로 오는 2010년쯤 721실(1392명 수용) 규모의 국제기숙사가 완공된다.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로 700억원의 민자가 투입된다. 그는 "외국 학생들을 데려오고 싶어도 마땅한 숙소가 없었다"며 "국제기숙사가 완공되면 우수한 해외 인재와 노벨상을 받은 해외 석학교수를 초빙,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교내 법학관과 경상관, 테니스장이 있는 부지에 '숭실교육문화복지센터'를 세워 교육과 복지, 연구시설로 활용된다. 모두 700억원의 민자가 투자될 예정이다.
경기 광명역 역세권에 들어설 제2캠퍼스 건립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부지 매입자금을 포함해 총 투자 규모가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중 착공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광명 제2캠퍼스에 음악대학을 신설, 종합예술대학으로 도약하겠다"며 "이곳에다 특화된 벤처기업 연구소도 세우겠다"고 했다.
일본
고베와 베트남 호치민시에 숭실대 분교 개설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고베시에 사회복지대학원 설립을 위한 협약이 진행 중이다. 또 호치민시에 IT대학을 설립키로 하고 호치민 공항 인근 2500평을 베트남 정부로부터 무상 기증 받았다.
이 총장은 "현재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해외로 떠나는 학생이 한 해 평균 500명 정도"라며 "내년부터는 재학생의 10%(1000명) 이상을 교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숭실대는 외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올해부터 IT대학 글로벌 미디어학부 강의를 100%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또 가급적 모든 학과가 3개 이상 전공교과를 원어로 강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 총장은 "숭실대는 외형적 변화 외에도 내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인성, 전문성, 교양을 겸비한 21세기 글로벌 브레인을 양성하겠다"며 "학생들이 외국대학이나 기업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점교류, 인턴십 제도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이효계 총장은 누구?
숭실대 1기 졸업생이자 숭실대 출신 첫 총장이다. 1954년 목사가 되기 위해 당시 한경직 목사가 재직 중이던 숭실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선친의 뜻을 받아들여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행시 13회로 첫 발을 내디딘 후 전남지사, 내무부 차관과 농림장관을 역임했다. 호남 출신이지만 4명의 경상도 출신 대통령 밑에서 일했다. 공직에 있으며 징계 한 번 받지 않았을 정도로 청렴했다. 지난 56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갈 정도로 신앙이 독실하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 '원로장로'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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