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뉴스

“시험만 보면 금상”… 못믿을 경시대회

설경. 2008. 4. 22. 14:56
학생 80%가 수상자

상장 남발 학부모 현혹

진학때 가산혜택 없어

"돈벌이 혈안"비난여론

주부 민수진(38.서울 용산구) 씨. 아직 초등학생인 딸이 크면 특목고로 보내고 싶다는 그는 수학.과학경시대회마다 아이를 출전시켜왔다. 아이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상을 곧잘 타와 안심하던 그녀는 어느날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딸이 금상을 타오기에 '3~4등은 했나보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20등권이라는 얘기였다. 경시대회 주최 측에 전화를 건 그는 "아이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금상 수상을 대폭 늘렸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최근 경시대회가 난립하면서 돈벌이만을 위해 만들어진 유명무실한 경시대회가 늘고 있다. 이런 경시대회는 시험을 친 학생의 60~80%에 상을 주는 등 '고무줄 시상'으로 학부모를 현혹하고 있다.

D전국수학학력평가 통합과정의 경우 시험을 보는 인원의 10%는 금상을, 20%는 은상을, 30%는 동상을 주는 등 총 60%의 학생에게 동상 이상의 상을 준다. 이 시험의 관계자는 "우리 시험은 우수학생을 가리거나 변별력을 기르기 위해 치는 게 아니다"며 "어린 학생에게 상을 수여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수학경시대회는 고무줄의 정도가 더 심해 전체 학생의 80%에게 상을 수여한다. 이 시험의 관계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상을 많이 주고 있다"며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을 많이 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 시험이 회당 3만~4만여명의 학생을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2만4000명이 상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시대회는 보통 한 회에 1만5000원 정도의 전형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경시대회 수상 실적은 입시뿐 아니라 심지어 학교 생활기록부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차경준 한양대 입학처장은 "최근 돈벌이를 위해 만든 유명무실한 경시대회에서 상장을 마구 남발해 이런 대회의 수상 실적은 믿을 수가 없다"며 "해당 교과 교수의 추천을 받아 검증된 몇 개의 경시대회 성적만 가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무세.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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