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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나로텔레콤, 600만 고객 신상정보로 돈벌이했다니

설경. 2008. 4. 25. 14:41
하나로텔레콤이 고객 600만명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8530만건을 1000여곳의 텔레마케팅(TM) 업체에 넘겨 자기 회사 인터넷TV, 유선전화 같은 통신상품을 판매하도록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를 성사시킨 TM업체엔 건당 몇 만원씩 수당을 줬다고 한다. 제휴 은행에도 96만명의 회원 정보를 줘서 신용카드 마케팅에 활용하도록 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스팸전화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는 사람이 많다. 무슨 인터넷전화나 케이블TV에 가입하라든가 무슨 신용카드나 대출을 써보라는 식의 전화다. 어떤 때는 이름이나 직업, 관심분야 같은 개인적 사항까지 알고 전화하는 경우가 있어 찜찜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알고 보니 이런 스팸전화를 걸도록 시킨 것이 국내 2위 유선통신회사 하나로텔레콤이었다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개인정보를 웬만큼 노출시키지 않고는 생활하기 어렵다는 점은 있다. 얼마 전 국내 최대 쇼핑몰 옥션에서 회원 1081만명의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지만 그건 관리 소홀 책임은 있을망정 일종의 사고였다. 그에 비해 고객 신상정보를 일부러 넘겨 마케팅에 이용해 먹은 하나로텔레콤 행태는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하나로텔레콤 측은 "유선전화 가입할 때 '고객정보를 상품 홍보에 이용할 수 있다'는 약관에 동의를 받아왔다"고 변명하는 모양이다. 고객한테 약관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준 직원이 몇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인터넷 사이트들이 회원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 같은 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주민번호는 국민 모두가 갖고 있으면서 중복되는 것이 없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 인터넷업체들은 주민번호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신상자료를 하나로 묶어내는 데이터베이스 머징(merging)의 열쇠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독일은 주민번호제를 폐지했고 미국은 우리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사회보장번호를 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처벌하고 있다. 우리도 무슨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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