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살며 사랑하며―신은숙] 어린이 헌장을 읽으며
설경.
2008. 5. 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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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은 1923년,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할 목적으로 방정환을 비롯한 색동회가 5월1일로 정하였다. 그러나 1939년에 일제의 억압으로 일시 중단되었고 8·15 광복 후 부활되었다가 1946년에 5월5일로 정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 전망이 불투명했던 일제 강점기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은 국권 회복의 그날을 위한 계몽의 대상이었고, 미래의 세계이자 희망의 꿈나무였다. 소파 방정환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년 운동인 천도교 소년회를 조직해 '씩씩하고 참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늘 사랑하며 도와갑시다'라는 표어 아래 본격적인 소년 운동을 전개했으며, 잡지 '어린이'를 창간하기도 했다. 그 당시의 지식인들은 청소년들에게 세계의 지식을 교육하여 새로운 문명 국가를 이끌 수 있는 구국의 지도자로 키우고자 했었다.
우리는 요즘 어린이들을 교육함에 있어 무엇을 희망하는가.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의 첫번은 이렇게 적고 있다. '어린이는 빛나는 우리 문화를 이어받아, 새롭게 창조하고 널리 펴나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어린이들은 우리말과 글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영어를 배우느라 힘쓰고 있다. 학생들의 조기유학과 해외연수 등 전국이 영어 식민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에서 우리나라 문화와 저변에 깔린 미의식을 강의하면서 느끼는 것은 많은 학생이 우리것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없다면 어떻게 새롭게 창조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먼저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서적 안정과 예절을 가르쳐야 할 것 같다.
헌장은 이어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고 기록했다. 우리는 요즘 뉴스를 보면 어린이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부 어른으로 인해 어린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의 문화가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정서적 안정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어느 시점부터 확산된 저급 문화가 우리가 보호해야 할 어린이들을 상처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헌장의 마지막은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도 우리는 분단국가다. 우리에게는 '조국통일'이라는 미래의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더욱 소중히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교육했으면 좋겠다.
신은숙(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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