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수준별 수업’을 교육평등 시각에서 논하라

설경. 2008. 5. 6. 16:15
[한겨레] 우리말 논술
통합논술 교과서 / (47) 차이와 차별, 그리고 평등
관련 논제 해결하기 / [난이도 수준-고2~고3]


< 논제 > 제시문에는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한 각기 다른 평가가 나타나 있다. 이를 참고해 '수준별 이동수업'이 교육에서 평등을 실현하는 방안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논술하시오. (700±50자)

(가)

지금까지의 교육은 교사 중심의 교육 형태로서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고 학생 개개인의 능력차를 무시한 획일적인 강의식으로 이루어져왔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이 도입되었다.

이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교육 환경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수준별 이동수업이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기존의 일체식 수업과 개별화 학습의 중간적 형태라 말할 수 있다.

이 교육과정에서 단계의 진급 자격기준의 설정은 학생들을 걸러내어 재이수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까지는 누구나 공부하도록 의미있는 수업을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은 같은 학년이라도 학생의 학업성취에 따라 단계를 달리하여 학습의 진도와 심도를 차별화하여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교과서와 교육내용을 달리하는 이진도·이심도 방법이다. 반면 수준별 이동수업은 학업성취도와 학생의 희망에 따른 수준별 반편성으로 동일한 내용을 각 반의 수준에 적합한 교수-학습 자료를 사용하여 실시하는 것으로 동일한 교과서와 동일한 교육 내용을 가지고 수준을 달리하여 수업하는 동진도·이심도 방법이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동질의 학생들에게 양질의 학습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수준별 이동수업 시 교사는 편성된 반에 맞는 자료를 찾고 또한 정보를 제공하여 학생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며, 학생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신경원, '수준별 이동수업에 따른 교실영어가 학업 성취도 및 정의적 태도에 미치는 영향' (중앙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9~10쪽

(나)

교육인적자원부는 제7차 교육과정부터는 수준별 수업의 활성화방안을 교육과정의 중핵(中核)으로 삼아 2004년부터 점차 수준별 이동수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수준별 수업이란, 학생들을 학업 성취 수준에 따라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눈 다음, 각 집단의 수준에 적합한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을 제공하는 수업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수준별 수업은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우수한 학생은 우수한대로, 열등한 학생은 열등한대로의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보면 매우 선진적인 수업 방식이다. 특히 요즘의 수준별 이동수업은 수월성 교육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각계에서 교육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활발하게 제시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수준별 수업을 통해 교육의 수월성을 이루어왔다. 여기서의 '수월성 교육'이란 영재교육과는 약간 다른 개념으로 평준화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통 학생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의 능력을 계발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준별 이동수업은 크게 보면 수월성 교육과도 일정 부분 그 맥이 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수준별 수업은 위에서 열거한 장점 외에도 단점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수준별 수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교사 정원을 대폭 늘려야 되고 수준별 수업에 맞는 교재 개발과 수준별 이동수업을 위한 교과 교실 등의 시설 투자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학업 성적에 따른 학생들 간의 분반 수업으로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아무리 우열반이 아니라고 홍보해도 정작 당사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데 문제점이 있다. 열반에서 학습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부정적인 자괴감을 심어줄 수 있고, 이런 자괴감은 자칫 자포자기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이 더 활성화될 우려도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성향으로 보아 열반으로 떨어진 자녀를 구제하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릴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평가상의 문제이다. 수준별 수업이 가능하려면 우선 수준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수준별 평가가 쉽지 않다. 각자 차별화된 수업을 받은 학생들에게 일제식 평가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넷째는 과연 투자한 만큼의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투자한 만큼의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이는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준별 이동수업이 여러 부정적 위험 요소와 한계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 수요자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방식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여 특화된 능력이나 창의성이 강한 신지식이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즉 다원형의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교사들이 주체적으로 교육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라도 수준별 이동수업의 한계를 극복하여 이를 활성화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동수(충남 서산 서령고 교사) < 한국교육신문 > 2006년 10월14일치
(다)

"동일한 교육과정으로 모집한 학생에 대하여 학습 성과에 대해 차별화시키는 것은 동일 조건에서 학습을 받고자 하는 학습자의 인권과 학습권을 침해하며 차별화된 각 반의 수업 내용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동일한 평가방식을 취한다는 것은 평가의 정당성마저 훼손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박대환 부산 부경고 교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에 올린 '수준별 이동수업 개선요망'의 한 자락이다. 그는 현재의 수준별 이동수업을 사실상 '우열반 수업'이라고 못박았다.

'우등생'과 '열등생'에 대한 차별이 뿌리내린 학교 현장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의 취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5일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라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방안'이 폐기된 뒤 곳곳에서 '우열반 부활'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수준별 이동수업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상위권 일부 학생들에 그친다. 경남 ㅊ고에 다니는 ㅂ(16)군은 "내가 원하는 속도로 진도를 나가는데다 진도가 빠르니까 선생님들도 나중에 배울 것을 미리 가르쳐 주니 좋다"고 했다. 인천의 한 고교생은 "수준별 이동수업이 상위권이나 하위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상위권 학생들의 심화학습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준별 이동수업의 효과를 상위권 학생들만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이런 방식의 수업이 갖는 한계를 드러낸다. 수준별 이동수업을 명분으로 따로 모인 상위권 학생들에게 학교의 교육 역량을 집중하는 학교도 있다. 울산의 ㅇ(17)군은 "보충시간에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는데 우리가 원하는 이른바 '잘 가르친다'는 선생님들은 모조리 상위권을 위한 반에 배정된다"며 "똑같이 돈 내고 듣는 수업인데 왜 우리는 좋은 선생님에게 수업을 들을 수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학교가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나누기만 할 뿐, 각각의 수준에 맞는 교수법을 개발하지 않는 데서 오는 문제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도 에이(A)반, 비(B)반, 시(C)반에 교사가 배정되는 방식이 각각 다르다. 에이반을 맡는 교사는 정해져 있는 반면 시반은 매번 담당교사가 바뀐다.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상중하로 반이 나눠지면 수업의 질도 상중하로 갈리는 것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ㅇ여고의 한 학생은 "공부를 싫어해서 하위권인 애들도 있지만 노력해도 하위권인 애들도 있는데 똑같은 노력을 하는데도 다른 질의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게 억울하다"며 "아무래도 선생님들도 인간인데 상위권반과 하위권반 수업할 때 질이 다르지 않겠냐"고 했다.

상위권반과 하위권반에 투자되는 교육 역량이 다른 상황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은 이미 우열반으로 인식된다. 이명박 정부의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방안' 폐지 방침은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싹조차 잘라 버리고 학교가 마음껏 '차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준별로 교수학습법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은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원중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교육은 공부 못하는 애들을 해마다 버리고 가는 구조"라며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이 훌륭한 아이와 모자란 아이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문화'가 있는 한, 수준별 이동수업의 교육적 취지는 올바로 뿌리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 한겨레 > 2008년 4월27일치 기사
관련 논제에 대해 글을 써 보낼 분들은 edu@hani.co.kr로 보내주세요. 곧 독자적인 사이트가 완성되면 그곳에서 첨삭도 이뤄질 예정입니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