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영화와 논술]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설경.
2008. 5. 15. 16:09
정보 도둑 넘치는 시대, 내 정보는 안전한가
21세기를 정보화 시대라고 말한다. 정보화 시대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과 연관돼 있다. 앨빈 토플러가 제시한 제3의 물결은 산업화 이후의 산업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감지된 제2의 물결은 농업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의 이전을 지칭한다. 반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탈대량화, 다양화된 세계는 산업이 화두가 됐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 현재의 지식기반이나 그것의 생산방식이 과거와 달라져 있다는 뜻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중시되는 것은 바로 정보의 양과 질이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곧 '권력'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명제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얼마 전 발생한 인터넷 쇼핑몰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는 제3의 물결 이후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정보화 사회와 개인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토니 스콧 감독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NSA라는 모종의 정보기관을 다루고 있다. 'National Security Agency'의 앞 글자를 딴 이 기관은 말 그대로 국가 안위를 위한 기관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우연히 비밀스러운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 기관의 추적을 받는다. 그들은 주인공의 카드 사용 기록, 휴대전화 사용 목록 등을 활용해 그를 완전히 통제한다. 이러한 장면은 산드라 블록이 주인공을 맡았던 '네트'에서도 발견된다. 누군가 그녀의 정보를 지우고 조작하자 그녀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 받는다. '나'에 대한 모든 정보가 서버에 보관된 상황에서 그녀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파일(file)이다.
1990년대 후반에 제작된 이 영화들은 정보화 사회의 미래에 대한 색다른 비전을 제시했다. 발달된 통신 기술과 흔적이 남는 신용카드 사용의 일반화, 대중교통조차도 카드를 이용해 흔적을 남기는 시스템은 당시로서는 가능하지만 아직은 상상할 뿐인 일이었으니 말이다. 마치 카메라로 줌인하듯이 개인을 찾아가는 인공위성, 초소형 도청 장치와 위치확인시스템(GPS). 당시 영화에 쓰인 이러한 장치들은 현실이 아닌 공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영화 속 상황들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비록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누군가 마음만 먹는다면 카드 사용 내역이나 휴대전화 사용 내역 및 사용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24시간이 낱낱이 공개된다. 기록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정보를 국가 혹은 기관이 활용할 때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얼마 전 벌어진 일산의 아동 폭행 사건이나 유괴 사건의 경우에는 용의자의 개인 정보가 중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됐다.
위험성은 이러한 법칙이 반드시 사회적 순기능을 위해 사용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 제시된 NSA라는 기관은 유럽 연합으로부터 그 존재로 인해 비난을 받는다. 그 기관이 국가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고는 각국의 산업 정보를 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국가의 안위를 위한 것이고 어디서부터 이윤을 위한 침해였는지 그 구분이 모호하다.
더 심각한 것은 개인의 정보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침범 당하고 게다가 거래되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일간지를 장식했던 인터넷 쇼핑몰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만 해도 그렇다. 쇼핑몰에 기재했던 개인 정보가 범죄 집단에 의해 거래된다. 정보가 곧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라고 하지만 여기서 거래되는 정보는 도둑질한 장물의 밀매와 다를 바 없다.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이라고 칭하고, 사람들이 정보화 사회의 도래를 이야기했을 때 정보는 곧 권력이라는 등식이 허용됐다. 더 많은 정보, 질 좋은 정보를 먼저 갖기 위한 싸움에 과거 물리적 전투 이상의 관심이 쏟아졌다.
여기서 두 가지 정도의 문제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는 정보화 사회에서 과연 개인의 사생활이나 통신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둘째는 정보가 곧 권력이라면 정보의 경제적 활용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문제이다. 정보를 더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바로 정보를 어떻게 유지하고 지킬 것이냐가 바로 권력이 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후기 정보화 사회'라고 부를 수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수많은 침해로부터 나만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 받는 것이다. 정보는 권력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정체성이자 권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 생각해 볼 문제
① 해킹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왜 해킹은 나쁜가?
② 정보화 사회와 제3의 물결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③ 타인의 정보를 보호해주는 것이 왜 중요한가? 토론해보자.
[강유정 영화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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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정 영화평론가·문학박사
↑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한 장면
토니 스콧 감독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NSA라는 모종의 정보기관을 다루고 있다. 'National Security Agency'의 앞 글자를 딴 이 기관은 말 그대로 국가 안위를 위한 기관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우연히 비밀스러운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 기관의 추적을 받는다. 그들은 주인공의 카드 사용 기록, 휴대전화 사용 목록 등을 활용해 그를 완전히 통제한다. 이러한 장면은 산드라 블록이 주인공을 맡았던 '네트'에서도 발견된다. 누군가 그녀의 정보를 지우고 조작하자 그녀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 받는다. '나'에 대한 모든 정보가 서버에 보관된 상황에서 그녀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파일(file)이다.
1990년대 후반에 제작된 이 영화들은 정보화 사회의 미래에 대한 색다른 비전을 제시했다. 발달된 통신 기술과 흔적이 남는 신용카드 사용의 일반화, 대중교통조차도 카드를 이용해 흔적을 남기는 시스템은 당시로서는 가능하지만 아직은 상상할 뿐인 일이었으니 말이다. 마치 카메라로 줌인하듯이 개인을 찾아가는 인공위성, 초소형 도청 장치와 위치확인시스템(GPS). 당시 영화에 쓰인 이러한 장치들은 현실이 아닌 공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영화 속 상황들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비록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누군가 마음만 먹는다면 카드 사용 내역이나 휴대전화 사용 내역 및 사용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24시간이 낱낱이 공개된다. 기록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정보를 국가 혹은 기관이 활용할 때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얼마 전 벌어진 일산의 아동 폭행 사건이나 유괴 사건의 경우에는 용의자의 개인 정보가 중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됐다.
위험성은 이러한 법칙이 반드시 사회적 순기능을 위해 사용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 제시된 NSA라는 기관은 유럽 연합으로부터 그 존재로 인해 비난을 받는다. 그 기관이 국가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고는 각국의 산업 정보를 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국가의 안위를 위한 것이고 어디서부터 이윤을 위한 침해였는지 그 구분이 모호하다.
더 심각한 것은 개인의 정보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침범 당하고 게다가 거래되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일간지를 장식했던 인터넷 쇼핑몰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만 해도 그렇다. 쇼핑몰에 기재했던 개인 정보가 범죄 집단에 의해 거래된다. 정보가 곧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라고 하지만 여기서 거래되는 정보는 도둑질한 장물의 밀매와 다를 바 없다.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이라고 칭하고, 사람들이 정보화 사회의 도래를 이야기했을 때 정보는 곧 권력이라는 등식이 허용됐다. 더 많은 정보, 질 좋은 정보를 먼저 갖기 위한 싸움에 과거 물리적 전투 이상의 관심이 쏟아졌다.
여기서 두 가지 정도의 문제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는 정보화 사회에서 과연 개인의 사생활이나 통신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둘째는 정보가 곧 권력이라면 정보의 경제적 활용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문제이다. 정보를 더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바로 정보를 어떻게 유지하고 지킬 것이냐가 바로 권력이 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후기 정보화 사회'라고 부를 수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수많은 침해로부터 나만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 받는 것이다. 정보는 권력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정체성이자 권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 생각해 볼 문제
① 해킹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왜 해킹은 나쁜가?
② 정보화 사회와 제3의 물결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③ 타인의 정보를 보호해주는 것이 왜 중요한가? 토론해보자.
[강유정 영화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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