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시사 키워드] 박경리의 '토지'
설경.
2008. 5. 15. 16:39
[시사 키워드] 박경리의 '토지' 26년에 걸쳐 완성된 한국 근대사
1897년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중략).
지난 5월 5일 타개한 박경리 선생
의 대하소설 '토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토지는 최치수와 별당아씨의 소생이자 최씨 집안의 마지막 핏줄인 '최서희'와 최씨 집안의 몰락 과정 속에서 끝까지 서희를 지킨 '김길상'의 이야기가 중심 뼈대입니다. 서희와 길상이 겪는 한국 근대사의 고통은 우리 민족의 아픔이자 희망이었지요. 그 아픔은 박경리 선생이 겪은 삶의 비극과 다를 게 없었어요. 1946년 결혼해 1남1녀를 낳았지만 남편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투옥됐고, 결국 전쟁통에 남편과 아들을 잃었습니다.
박경리
선생은 1969년 6월부터 토지의 집필을 시작, 26년만인 1994년 8월 15일 완성했어요. 연재는 현대문학, 문학사상, 정경문화, 주부생활, 월간경향, 문화일보 등의 잡지와 신문에 실렸으며. 간행은 삼성출판사, 지식산업사, 솔출판사, 나남출판사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솔출판사에서 나온 16권짜리 전집을 지난 2000년에야 처음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영어· 일본 어· 프랑스 어로 번역돼 호평을 받았고 영화, 드라마, 연극, 만화 등으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최서희로 분했던 탤런트로는 1대 한혜숙, 2대 최수지 , 3대 김현주 씨가 있는데, 최수지의 연기가 가장 나았다는 평이 있습니다. 실제 박경리 선생이 최씨를 직접 발탁했다고 해요.
토지는 원고지만 4만여 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답게 등장인물이 700여 명에 이릅니다. 우선 기억에 떠오르는 등장인물만 해도 이용, 공월선, 김평산, 강포수, 귀녀, 임이네, 조준구, 칠성이 등 셀 수 없이 많아요. 공간배경도 경남 하동 평사리에서 만주, 일본 동경에까지 방대합니다. 평자들은 토지를 역사소설로 분류하기도 하고, 농민소설, 가족사 소설 등으로 규정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거대한 서사구조를 가졌다는 이야기겠지요.
고인은 지난 4월 현대문학에 '옛날의 그 집'이란 시를 발표하셨어요. 마치 생을 정리하려는 느낌마저 듭니다. 시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어요. '…그 세월, 옛날의 그 집/그랬지 그랬었지/대문 밖에서는/늘/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모진 세월 가고/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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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중략).
지난 5월 5일 타개한 박경리 선생
의 대하소설 '토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토지는 최치수와 별당아씨의 소생이자 최씨 집안의 마지막 핏줄인 '최서희'와 최씨 집안의 몰락 과정 속에서 끝까지 서희를 지킨 '김길상'의 이야기가 중심 뼈대입니다. 서희와 길상이 겪는 한국 근대사의 고통은 우리 민족의 아픔이자 희망이었지요. 그 아픔은 박경리 선생이 겪은 삶의 비극과 다를 게 없었어요. 1946년 결혼해 1남1녀를 낳았지만 남편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투옥됐고, 결국 전쟁통에 남편과 아들을 잃었습니다.
박경리
선생은 1969년 6월부터 토지의 집필을 시작, 26년만인 1994년 8월 15일 완성했어요. 연재는 현대문학, 문학사상, 정경문화, 주부생활, 월간경향, 문화일보 등의 잡지와 신문에 실렸으며. 간행은 삼성출판사, 지식산업사, 솔출판사, 나남출판사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솔출판사에서 나온 16권짜리 전집을 지난 2000년에야 처음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영어· 일본 어· 프랑스 어로 번역돼 호평을 받았고 영화, 드라마, 연극, 만화 등으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최서희로 분했던 탤런트로는 1대 한혜숙, 2대 최수지 , 3대 김현주 씨가 있는데, 최수지의 연기가 가장 나았다는 평이 있습니다. 실제 박경리 선생이 최씨를 직접 발탁했다고 해요.
토지는 원고지만 4만여 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답게 등장인물이 700여 명에 이릅니다. 우선 기억에 떠오르는 등장인물만 해도 이용, 공월선, 김평산, 강포수, 귀녀, 임이네, 조준구, 칠성이 등 셀 수 없이 많아요. 공간배경도 경남 하동 평사리에서 만주, 일본 동경에까지 방대합니다. 평자들은 토지를 역사소설로 분류하기도 하고, 농민소설, 가족사 소설 등으로 규정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거대한 서사구조를 가졌다는 이야기겠지요.
고인은 지난 4월 현대문학에 '옛날의 그 집'이란 시를 발표하셨어요. 마치 생을 정리하려는 느낌마저 듭니다. 시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어요. '…그 세월, 옛날의 그 집/그랬지 그랬었지/대문 밖에서는/늘/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모진 세월 가고/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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