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부족하다’는 겸손함이 성장하게 한다
설경.
2008. 5. 19. 10:34
가끔 '전교 1등' 엄마들을 보면 '학교 1등'인데도 '전국 1등'인 양 의기양양하게 나대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학교에 올 때는 담임보다 교장선생님을 먼저 찾아 간다. 다른 엄마들과 얘기할 때도 지나치게 자기 아이를 포장하곤 한다. 이런 엄마들은 '내 아이도 혹시 나처럼 행동하고 있지는 않을까'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공부란 '나는 항상 부족하다'는 겸손한 생각이 들어야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더 노력하는 법이다.
3년 내내 모든 과목 1등을 하며 수석 졸업했던 한 제자가 서울대 물리학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후 들려준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본인은 서울대에 들어 왔다는 기쁨에 마냥 들떠 있었는데 이미 몇몇 친구는 대학 물리학의 기초가 되는 원서를 읽고 있더라는 것이다. 제자는 그 순간, 누군가에게 한방 얻어맞은 듯 '아,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특목고에 합격한 아이들이 인사하러 자주 찾아온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학교생활을 하니까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하나 같이 이구동성으로 "너무 힘들어요"라고 대답한다. 모두들 중학교에서 전교 한 자리 등수를 할 정도로 잘 했던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특히 민사고에 다니는 아이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 특출난 재주꾼이 많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라고 말한다.
필자는 5년간 영어영재 캠퍼스 원장을 맡았었다. 그 시절을 되돌아보니, 전교 1등 아이들은 아무리 공부 잘 해도 스스로 잘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떤 아이는 국제 물리 올림피아드 나갈 정도로 물리를 잘 하고, 어떤 아이는 KMO 2차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수학을 잘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아이는 순수 국내 토종이지만 해외 유학파 친구보다도 어휘와 독해 능력이 훨씬 뛰어났다. 이렇게 아이들은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는다. 이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서로를 도와주는 '학습 품앗이' 현상을 불러왔다. '겸손함'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1등이 되기보다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다.
어른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때론 지나치게 자신을 과대포장하거나 혹은 치열한 경쟁에서 남을 이기고야 말겠다는 오만함에 겸손의 미덕을 보여주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독선적인 재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상대방의 부족함을 기꺼이 채워주는 따뜻한 사회성이 필요하다.
이 땅의 부모님들이여! 이제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갖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부족함을 인정하고 진정 겸손해집시다.
이런 부모 밑에 자란 아이들은 항상 공부의 허기를 느껴 더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게 된다. 더 나아가 자기가 갖고 있는 조그마한 실력을 친구를 위해 기꺼이 나눠주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아발론교육 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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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특목고에 합격한 아이들이 인사하러 자주 찾아온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학교생활을 하니까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하나 같이 이구동성으로 "너무 힘들어요"라고 대답한다. 모두들 중학교에서 전교 한 자리 등수를 할 정도로 잘 했던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특히 민사고에 다니는 아이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 특출난 재주꾼이 많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라고 말한다.
필자는 5년간 영어영재 캠퍼스 원장을 맡았었다. 그 시절을 되돌아보니, 전교 1등 아이들은 아무리 공부 잘 해도 스스로 잘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떤 아이는 국제 물리 올림피아드 나갈 정도로 물리를 잘 하고, 어떤 아이는 KMO 2차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수학을 잘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아이는 순수 국내 토종이지만 해외 유학파 친구보다도 어휘와 독해 능력이 훨씬 뛰어났다. 이렇게 아이들은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는다. 이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서로를 도와주는 '학습 품앗이' 현상을 불러왔다. '겸손함'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1등이 되기보다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다.
어른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때론 지나치게 자신을 과대포장하거나 혹은 치열한 경쟁에서 남을 이기고야 말겠다는 오만함에 겸손의 미덕을 보여주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독선적인 재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상대방의 부족함을 기꺼이 채워주는 따뜻한 사회성이 필요하다.
이 땅의 부모님들이여! 이제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갖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부족함을 인정하고 진정 겸손해집시다.
이런 부모 밑에 자란 아이들은 항상 공부의 허기를 느껴 더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게 된다. 더 나아가 자기가 갖고 있는 조그마한 실력을 친구를 위해 기꺼이 나눠주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아발론교육 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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