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시사 이슈로 본 논술] 시민의 촛불 시위, 정치적 행위로 봐야하나
설경.
2008. 5. 22. 13:27
한미 쇠고기 협상과 촛불 시위
■ 한미 쇠고기 협상의 과정
2003년 12월, 미국
에서 광우병 감염 소가 발생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금지됐다. 미국의 줄기찬 요구 끝에 2006년 9월,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라는 수입 조건이 합의됐다. 2006년 10월, 수입이 재개됐으나 수입 금지된 뼛조각과 갈비뼈, 등골뼈가 발견되면서 몇 번이나 검역이 중단됐다. 2007년 4월에 한미 FTA가 타결되자 미국은 미 의회 비준 동의를 위한 명목으로 조건 없는 완전 개방을 강력히 주문했다. 2008년 4월, 한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한미 쇠고기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4월 29일,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5월 2일, 1만여 명이 청계천 광장에서 쇠고기 협상을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를 가졌다. 취임 직전의 60% 이상이었던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인터넷에서는 어느 고교생의 대통령 탄핵 제안에 100만 명이 넘는 동의 서명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광우병과 관련된 각종 논란을 보도하면서 온 나라가 광우병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다.
■광우병 논란과 과학 논쟁
광우병 논란과 관련한 방송 토론은 정부 측과 재협상 주창자 사이의 과학 논쟁으로 점철됐다. '한국인 유전자가 더 위험하다'는 동일 논문이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됐다. 인터넷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도 그럴듯하게 포장되면서 유포됐다. 정부는 이를 괴담이라고 정의 내리고 사이버 폭력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이라는 주제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정부 대표와 시민단체들은 광우병과 관련된 쟁점을 10문 10답 공방으로 주고받았다. 미국 쇠고기의 안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각종 의혹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고, 있더라도 확률이 아주 적다는 것을 강조한다. 반대로 안전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과학자의 주장을 정부가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고 판단 내리고, 적은 확률이 발생할 경우의 문제점을 크게 부각시킨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라는 책에서 O.J.심슨 사건을 통해 확률이 어리석은 통계학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의 피살 현장에서 채취된 DNA가 심슨의 것과 일치했다. DNA가 일치할 확률은 1만분의 1이라서 검사는 심슨이 살인자라는 것을 99.99% 확신했다. 반면에 변호사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인구가 300만 명이므로 300명이 DNA가 일치될 수 있어서 심슨은 99.7%(300명 중의 299명의 비율)의 확률로 살인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수학적 확률과 심리적 확률을 제대로 구분 못하면 우스운 논쟁이 된다.
■ 쇠고기 협상과 촛불 시위를 통해 탐구해 볼 문제
첫째, 생활과 정치는 구분될 수 있을까? 시위 참가자의 절반 이상은 교복 입은 학생들이다. 학교와 군대 급식에서 먹거리 선택권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밥상을 제대로 챙기겠다는 생활 속의 권리 찾기로 정치적 이슈와 어느 정도 구분된다. 인터넷을 통해서 개인적 분노를 폭발하다가 자발적으로 연대해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과정은 생활과 정치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한편 재협상을 요구하는 정치권은 쇠고기 협상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추어 급조된 정치적 협상으로 조공의 성격이 짙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촛불 시위를 주도하는 측이 한미 FTA 반대와 반미를 외치는 운동권 세력이라고 단정하며 정치적 행위로 시위를 분석한다.
둘째, 건강권은 소비자의 선택이냐, 정부의 역할이냐? 수입 쇠고기가 불안하면 소비자가 사 먹지 않으면 되고, 수입업자가 수입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논리는 철저한 시장의 논리를 대변한다. 반대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전면적으로 힘을 발휘하더라도 국민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측은 정부가 소비자의 건강을 지켜주는 대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쇠고기 협상이 국민의 건강권과 소비자의 검역 주권을 포기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제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비슷한 맥락이다.
셋째, 밥상의 안전 문제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현대 사회 시스템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희망의 밥상'이라는 책에서 제인 구달은 육식 위주의 식습관, 공장식 사육장에서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관리 시스템, 지역에 뿌리를 둔 자연 친화적인 농업보다 산업형 농장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의 존재가 건강을 위협한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1900년대 초에 헨리 포드가 시카고의 한 도축장을 모델로 자동차 생산 공장에 분업화된 조립 라인을 만들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강조한다. 강제 수용소에서 집단 학살을 자행한 나치들도 도축장에서 동물을 도살하던 모델을 그대로 모방했다고 밝힌다. 축산업이 경영 시스템과 정치적 행위와 만나는 지점이다.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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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쇠고기 협상의 과정
■광우병 논란과 과학 논쟁
광우병 논란과 관련한 방송 토론은 정부 측과 재협상 주창자 사이의 과학 논쟁으로 점철됐다. '한국인 유전자가 더 위험하다'는 동일 논문이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됐다. 인터넷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도 그럴듯하게 포장되면서 유포됐다. 정부는 이를 괴담이라고 정의 내리고 사이버 폭력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이라는 주제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정부 대표와 시민단체들은 광우병과 관련된 쟁점을 10문 10답 공방으로 주고받았다. 미국 쇠고기의 안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각종 의혹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고, 있더라도 확률이 아주 적다는 것을 강조한다. 반대로 안전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과학자의 주장을 정부가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고 판단 내리고, 적은 확률이 발생할 경우의 문제점을 크게 부각시킨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라는 책에서 O.J.심슨 사건을 통해 확률이 어리석은 통계학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의 피살 현장에서 채취된 DNA가 심슨의 것과 일치했다. DNA가 일치할 확률은 1만분의 1이라서 검사는 심슨이 살인자라는 것을 99.99% 확신했다. 반면에 변호사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인구가 300만 명이므로 300명이 DNA가 일치될 수 있어서 심슨은 99.7%(300명 중의 299명의 비율)의 확률로 살인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수학적 확률과 심리적 확률을 제대로 구분 못하면 우스운 논쟁이 된다.
■ 쇠고기 협상과 촛불 시위를 통해 탐구해 볼 문제
첫째, 생활과 정치는 구분될 수 있을까? 시위 참가자의 절반 이상은 교복 입은 학생들이다. 학교와 군대 급식에서 먹거리 선택권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밥상을 제대로 챙기겠다는 생활 속의 권리 찾기로 정치적 이슈와 어느 정도 구분된다. 인터넷을 통해서 개인적 분노를 폭발하다가 자발적으로 연대해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과정은 생활과 정치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한편 재협상을 요구하는 정치권은 쇠고기 협상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추어 급조된 정치적 협상으로 조공의 성격이 짙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촛불 시위를 주도하는 측이 한미 FTA 반대와 반미를 외치는 운동권 세력이라고 단정하며 정치적 행위로 시위를 분석한다.
둘째, 건강권은 소비자의 선택이냐, 정부의 역할이냐? 수입 쇠고기가 불안하면 소비자가 사 먹지 않으면 되고, 수입업자가 수입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논리는 철저한 시장의 논리를 대변한다. 반대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전면적으로 힘을 발휘하더라도 국민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측은 정부가 소비자의 건강을 지켜주는 대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쇠고기 협상이 국민의 건강권과 소비자의 검역 주권을 포기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제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비슷한 맥락이다.
셋째, 밥상의 안전 문제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현대 사회 시스템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희망의 밥상'이라는 책에서 제인 구달은 육식 위주의 식습관, 공장식 사육장에서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관리 시스템, 지역에 뿌리를 둔 자연 친화적인 농업보다 산업형 농장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의 존재가 건강을 위협한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1900년대 초에 헨리 포드가 시카고의 한 도축장을 모델로 자동차 생산 공장에 분업화된 조립 라인을 만들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강조한다. 강제 수용소에서 집단 학살을 자행한 나치들도 도축장에서 동물을 도살하던 모델을 그대로 모방했다고 밝힌다. 축산업이 경영 시스템과 정치적 행위와 만나는 지점이다.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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