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시사 키워드] 오역(誤譯) 문장번역 실수가 엄청난 파장 일으키기도

설경. 2008. 5. 22. 13:28
[시사 키워드] 오역(誤譯)

미국 쇠고기
협상 당시 이명박 정부 가 미국에 요구한 동물성 사료조치 강화 방침이, 영어 번역의 실수로 오역(誤譯)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지요. 서로 다른 두 나라의 언어를 일치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의역을 하려해도 쉽지 않고, 결국 오역의 나락으로 빠지기 십상이지요. 오역은 문장번역의 실수를 넘어 엄청난 파국을 낳기도 합니다.

1945년 연합군은 폐망하는 일본 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습니다. 당황한 일본 천황은 '답변을 당분간 유보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어요. 하지만 당시 일본인 번역자가 '(항복을) 묵살하겠다'는 뜻으로 잘못 번역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2주 뒤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됐지요. 당시 일본인 번역자가 오역을 하지 않았다면, 영어에 조금만 더 능통했더라면 원폭투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지난 1991년 6월의 일입니다. 소련이 폐망한 뒤 갈라졌던 옛 소련 공화국들이 결성한 독립국가연합(CIS)의 대장급 장성이 내한한 일이 있습니다. 그는 한 학술회의에 참석, "남한에 100여개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의장은 난리가 났습니다. 그의 발언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한반도 핵부재 선언'을 뒤집는 폭탄선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자들이 달려가 배경을 묻자 그는 펄쩍 뛰며 "핵무기가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어떻게 된 걸까요. 당시 통역과 번역을 맡은 이가 러시아어에 서툴러 오역을 했다고 합니다. 오역소동은 싱겁게 끝이 났고 그의 발언은 '남한에는 100여개의 무기가 있다'로 정정 됐습니다.

1959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만든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몇 해 전 미국 타임지 선정 '위대한 영화 100편'에 선정될 정도로 고전 중의 고전이지요. 그러나 이 영화의 원제는 'North By Northwest'입니다. 직역을 하면 '노스웨스트 비행기로 북쪽으로 가라'예요. 어떻게 해서 틀린 이름이 붙여졌느냐고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당시 영화 판권을 일본에서 사들였는데, 일본에서 상영된 영화제목이 '북북서로 진로를 잡아라(北北西に進路を取れ)'였다고 합니다. 일본이 잘못 번역한 것을 우리나라가 그대로 베꼈던 것이지요. 유감스럽게도 '북북서로…'는 아직까지 잘못된 영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오역은 외국어 미숙이나 실력부족,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면 모를까, 의도적이거나 여러 단계를 손을 거친 공문서라면 얘기가 다르지요. 이번에 문제가 된 쇠고기 협상문제는 초보적인 주의만 기울여도 막을 수 있었던 실수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번역의 폐해는 어떤 대가를 치를지도 모릅니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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