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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가폭등에도 정부ㆍ국민 무감각증

설경. 2008. 5. 24. 12:19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대두되고 있다. 기름은 한 방울도 나지 않으면서 원유 수입 규모는 세계 5위인 우리나라가 유가 폭등으로 겪을 경제적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연간 원유 수입량이 8억배럴가량이므로 단순계산한다면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수입은 80억달러 늘어나게 된다. 그만큼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물가 급등으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고려한다면 경제성장에도 적지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항공사, 정유사 등 유류와 깊은 관련이 있는 기업의 경영이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고 있는 데도 정부나 국민이나 여전히 무감각증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언젠가 유가가 떨어지겠지, 소득이나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2차 오일쇼크 수준은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길거리는 여전히 나홀로 차량이 넘치고 찜질방 등 유흥업소의 심야영업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사회가 유가 급등 영향으로 크게 달라지고 있는 데 반해 우리의 석유중독증은 심각할 정도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휴일은 놀러 나가는 날이 아니라 집에서 쉬는 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유류소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한푼이라도 절약하려 할인점으로 사람이 몰리고 인터넷몰 이용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유가 상승 장기화에 대비해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며, 국민 스스로도 무감각증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경차나 소형차 보급 확대는 물론 하이브리드차나 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자동차의 개발ㆍ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유류 다소비 경제주체들에게 불이익을 주며 서머타임제 조기 도입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휘발유 이상으로 가격이 뛰어오른 경유에 붙는 세금을 내려 1t 트럭을 주로 이용하는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도 있다. 2차 에너지세제 개편의 목표가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이 100대85였던 만큼 경유값은 세율 인하를 통해 하향 안정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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