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시사 이슈로 본 논술] 간통죄 폐지 논란/법이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범할

설경. 2008. 5. 29. 16:03
법이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범할 수 있나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논쟁

↑ 사진공동취재단

탤런트 박철 옥소리 부부의 이혼 공방이 간통죄 폐지 논란으로 점화됐다. 옥소리는 간통죄가 프라이버시권을 심각히 침해한다고 위헌법률 심판을 제기했다. 이에 뉴욕타임즈는 제정된 지 55년이 지나는 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된 한국의 간통죄 논란에 대해 크게 보도했다. 2007년 11월에는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간통죄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형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2007년 9월에는 도진기 판사가 '법이 이불 속까지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1990년, 1993년, 2001년 등 3번에 걸친 논의 속에서 간통죄가 합헌이라고 판결했으나 세계 흐름과 사생활 개입 논란 등을 고려해 국회에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 단체들도 간통죄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폐지를 주장한다.

■간통죄 폐지 반대: "가정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
문명사회의 보편적 결혼제도인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무분별한 성문화 유입으로 무너지는 사회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간통죄가 유지돼야 한다. 결혼은 사랑과 성에 대한 배타적인 독점권을 의미한다. 절제와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된 가족은 사회를 건전하게 구성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 성 관계는 취미나 여가 활동의 단순한 관심이나 기호 문제가 아니라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좌우하는 가정과 사회의 문제이다. 가족이나 결혼은 자녀를 양육하고 사회성원을 재생산하며 사회의 기본적인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등, 사회 체제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간통죄가 제정된 이유는 경제적 능력이나 정치적 권리 차원에서 상대적 약자 위치에 있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아직까지도 여성 인권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가부장제 상황에서 국민 정서에 크게 반하는 간통죄 폐지는 시기상조이다. 결혼은 성적 욕망을 호혜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타협이 아니라 인격의 실존적 통합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간통이나 혼외정사는 도덕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

■간통죄 폐지 찬성: "개인의 은밀한 감정은 개인의 선택이다."
성행위는 인간의 근원적인 활동이고 순수하게 개인적인 생활이다. 성적인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행위로 국가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배우자를 소유물처럼 파악하는 태도야말로 가정 파괴의 근본 원인이다. 배우자의 외도 자체만을 문제 삼기보다 외도를 할 수밖에 없는 부부 상황을 진단하는 것이 먼저이다. 가정을 지키는 것은 부부간의 신뢰와 애정이다. 간통죄는 이혼을 전제로 하여 성립하므로 가정 보호보다는 보복의 수단으로 사용돼 가정을 보호한다는 근본적인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 간통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고, 간통죄로 구속 기소되는 경우는 고소 사건의 10%에도 훨씬 못 미침으로써 법적 실효성을 잃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970년대 이전에 간통죄가 폐지돼 개인의 성적인 자유를 최대한 허용한다. 심지어 여성의 성적인 자유를 엄격히 제약하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 터키도 간통죄를 폐지했다. 이제는 여성의 법적·경제적 지위가 향상되고, 이혼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간통죄는 폐지해야 마땅하다.

■간통죄 폐지 논쟁에 도움되는 교과서 내용들
국가로부터의 성적 자유와 국가에 의한 가정의 보호는 사회 교과서의 '자유가 우선이냐, 평등이 우선이냐'는 전통적인 논쟁으로 볼 수 있다. 사회문화 교과서는 가족의 대표적인 기능으로 성 관계를 허용하고 규제하는 것을 서술한다. 한편 '1984년'이라는 책에서 결혼의 목적은 당(黨)에 봉사할 아이를 낳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부부의 성 관계에서 쾌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이어지는데 성적인 자유를 극도로 억압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분석하는 책으로 볼 수도 있다. 시민윤리 교과서에서 나타난 성 윤리와 관련된 입장은 첫째 생식을 목적으로 한 부부 관계에서의 성 행위만을 강조하는 보수적·전통적인 견해, 둘째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 성립되는 성 관계는 언제든지 윤리적이라고 보는 자유주의적·진보적인 견해로 크게 대별한다. 두 가지는 간통죄 폐지 논란을 주도하는 두 세력이다.

■간통죄 폐지 논란에서 주목할 문제들
개인의 성적 자유와 쾌락 추구가 가정 구성원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에 우선하는가? 헌법 제37조 2항에서 '사회질서 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간통죄 폐지 반대는 조항의 전자에 방점을 찍고, 찬성은 후자에 방점을 찍는다. 간통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일부일처제를 보편적인 결혼 제도로 전제한다. 이는 문화절대주의 시각으로 지역·역사·문화에 따라 다른 결혼제도를 인정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지 않을까? 뉴욕타임즈 기자의 '근친상간을 제재하는 법률은 없으면서 간통제가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