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과학과 논술] 지진 발생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걸까?
설경.
2008. 5. 29. 17:03
지각판의 카오스… 대재앙 넘어선 복구의 땀 소중해
지난 5월 12일, 중국 쓰촨(四川)성 일대를 강타한 지진은 피해 면적이 약 10만㎢로 한반도 절반 크기이며,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약 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위력은 원자 폭탄의 200배를 넘었다.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935년에 미국 의 지질학자 리히터가 만든 '리히터 스케일(Richter scale)'을 주로 사용한다. 이 방법은 '규모'를 단위로 지진의 크기를 나타낸다. 규모 1.0의 강도는 폭약(TNT) 60t의 힘과 같으며, 지진의 규모가 1.0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30배씩 늘어난다. 즉, 강도 6의 지진은 강도 5의 지진보다 30배 이상 강력하지만, 강도 4의 지진보다는 900배 이상 강력한 셈이다.
지진의 발생을 미리 예측해 경고를 했더라면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진에 대한 경계령은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진 발생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진의 발생은 예측불가능 하더라도 그 메커니즘은 태풍이나 날씨처럼 과학적으로 꽤 자세히 알려져 있다. 지구의 외부 지각은 내부에 있는 '맨틀'이라는 뜨거운 물질 위에 떠 있다. 지구 지각은 높은 온도의 맨틀이 위로 떠오르고 낮은 온도의 맨틀이 아래로 가라앉는 흐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다만, 지각은 고체이고 조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그 아래에 있는 맨틀의 흐름과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10개의 '지각판(地殼板, lithospheric plate)'으로 구성된 지각은 맨틀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다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이때 지각이 받는 '응력(stress)' 또는 '에너지'가 문턱 값을 넘어서게 되면 지진이 일어난다.
얼핏 생각해 보면, 이런 물리적 현상을 관찰하고 있다가 거대한 지진이 일어날 것 같은 전조현상을 발견하게 되면 즉시 경계령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지진의 물리적 메커니즘이 '카오스적'이라는 데 있다. 각각의 판들은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바위들로 구성돼 있으며, 어떤 것은 고지대의 산악에, 어떤 것은 평원이나 구릉지에 있으며, 또 어떤 것은 대양의 바닥에 위치해 있다. 더 나아가 각 단층의 깊이도 서로 다르며 이 단층들은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지각이 맨틀에 의해 아주 조금 움직이는 사건도 경우에 따라서는 커다란 지진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는 물리적 상황이 각기 다른 연결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는 물리적 원인 또한 전부 다르다.
이런 이유로, 각각의 지각에 누적된 응력을 측정해 이 지각이 얼마나 위험한 지진을 발생시킬지를 관찰했다가 미리 예측하는 방법은 효과가 없다. 일반적으로 지진 예측이 가치가 있으려면 지진이 일어날 시간과 장소, 규모를 맞춰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유용한 지진 예보는 맞출 확률이 50%를 넘어야 하고, 하루 정도의 정확도를 가져야 하며, 발생 장소는 50㎞ 이내로 들어맞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진을 예측하려는 과학적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990년 11월 말 아이벤 부라우닝이라는 사람이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지진이 발생할 거라고 예측을 했다. 이 보도가 있은 후에 세인트루이스의 사람들은 공항 상태에 빠져 도시를 서둘러 벗어났지만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1979년에는 미국 광산 관리소의 브라이언 브래디가 규모 9.8과 8.8의 엄청난 지진이 1981년 10월과 1982년 5월에 페루 해안을 강타할 것이라고 예측해 페루 국민은 지진의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예측 또한 빗나갔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지진에 대한 예측들이 모두 맞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진 발생에 대한 예측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도 과학자들은 지진을 일으키는 공통적인 전조현상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로는 지진 발생을 예측하지 못하지만 미래에는 어떨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과학은 다른 방식으로 지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1950년대에 베노 구텐베르크와 찰스 리히터가 만든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이다. 이 둘은 수백 권의 책과 논문을 참조하며 당시까지 일어난 모든 지진에 의 공통적인 특징을 찾는 과정에서 '지진의 횟수는 에너지의 제곱에 반비례한다(지진의 횟수=에너지(E)-2)'는 멱함수 법칙을 발견했다. 이 멱함수 법칙이 의미하는 바는,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크기의 지진이 발생하며 규모가 큰 지진이나 작은 지진의 발생원인은 질적으로 다르지 않고(아주 큰 지진이라고 해서 특별한 원인에 의해 발생되지 않는다는 뜻), 지진의 횟수는 에너지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지진 A가 지진 B에 비해 두 배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면 네 배 드물게 일어난다) 것이다.
비록 현재 과학은 지진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미래에는 분명 좀 더 많은 것들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예측하기보다는 그 피해를 복구하는 사회 공동체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나정민 서울시립대·'과학교과서 속에 숨어있는 논술'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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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중국 쓰촨(四川)성 일대를 강타한 지진은 피해 면적이 약 10만㎢로 한반도 절반 크기이며,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약 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위력은 원자 폭탄의 200배를 넘었다.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935년에 미국 의 지질학자 리히터가 만든 '리히터 스케일(Richter scale)'을 주로 사용한다. 이 방법은 '규모'를 단위로 지진의 크기를 나타낸다. 규모 1.0의 강도는 폭약(TNT) 60t의 힘과 같으며, 지진의 규모가 1.0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30배씩 늘어난다. 즉, 강도 6의 지진은 강도 5의 지진보다 30배 이상 강력하지만, 강도 4의 지진보다는 900배 이상 강력한 셈이다.
지진의 발생을 미리 예측해 경고를 했더라면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진에 대한 경계령은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진 발생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진의 발생은 예측불가능 하더라도 그 메커니즘은 태풍이나 날씨처럼 과학적으로 꽤 자세히 알려져 있다. 지구의 외부 지각은 내부에 있는 '맨틀'이라는 뜨거운 물질 위에 떠 있다. 지구 지각은 높은 온도의 맨틀이 위로 떠오르고 낮은 온도의 맨틀이 아래로 가라앉는 흐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다만, 지각은 고체이고 조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그 아래에 있는 맨틀의 흐름과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10개의 '지각판(地殼板, lithospheric plate)'으로 구성된 지각은 맨틀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다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이때 지각이 받는 '응력(stress)' 또는 '에너지'가 문턱 값을 넘어서게 되면 지진이 일어난다.
얼핏 생각해 보면, 이런 물리적 현상을 관찰하고 있다가 거대한 지진이 일어날 것 같은 전조현상을 발견하게 되면 즉시 경계령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지진의 물리적 메커니즘이 '카오스적'이라는 데 있다. 각각의 판들은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바위들로 구성돼 있으며, 어떤 것은 고지대의 산악에, 어떤 것은 평원이나 구릉지에 있으며, 또 어떤 것은 대양의 바닥에 위치해 있다. 더 나아가 각 단층의 깊이도 서로 다르며 이 단층들은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지각이 맨틀에 의해 아주 조금 움직이는 사건도 경우에 따라서는 커다란 지진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는 물리적 상황이 각기 다른 연결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는 물리적 원인 또한 전부 다르다.
이런 이유로, 각각의 지각에 누적된 응력을 측정해 이 지각이 얼마나 위험한 지진을 발생시킬지를 관찰했다가 미리 예측하는 방법은 효과가 없다. 일반적으로 지진 예측이 가치가 있으려면 지진이 일어날 시간과 장소, 규모를 맞춰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유용한 지진 예보는 맞출 확률이 50%를 넘어야 하고, 하루 정도의 정확도를 가져야 하며, 발생 장소는 50㎞ 이내로 들어맞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진을 예측하려는 과학적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990년 11월 말 아이벤 부라우닝이라는 사람이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지진이 발생할 거라고 예측을 했다. 이 보도가 있은 후에 세인트루이스의 사람들은 공항 상태에 빠져 도시를 서둘러 벗어났지만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1979년에는 미국 광산 관리소의 브라이언 브래디가 규모 9.8과 8.8의 엄청난 지진이 1981년 10월과 1982년 5월에 페루 해안을 강타할 것이라고 예측해 페루 국민은 지진의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예측 또한 빗나갔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지진에 대한 예측들이 모두 맞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진 발생에 대한 예측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도 과학자들은 지진을 일으키는 공통적인 전조현상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로는 지진 발생을 예측하지 못하지만 미래에는 어떨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과학은 다른 방식으로 지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1950년대에 베노 구텐베르크와 찰스 리히터가 만든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이다. 이 둘은 수백 권의 책과 논문을 참조하며 당시까지 일어난 모든 지진에 의 공통적인 특징을 찾는 과정에서 '지진의 횟수는 에너지의 제곱에 반비례한다(지진의 횟수=에너지(E)-2)'는 멱함수 법칙을 발견했다. 이 멱함수 법칙이 의미하는 바는,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크기의 지진이 발생하며 규모가 큰 지진이나 작은 지진의 발생원인은 질적으로 다르지 않고(아주 큰 지진이라고 해서 특별한 원인에 의해 발생되지 않는다는 뜻), 지진의 횟수는 에너지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지진 A가 지진 B에 비해 두 배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면 네 배 드물게 일어난다) 것이다.
비록 현재 과학은 지진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미래에는 분명 좀 더 많은 것들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예측하기보다는 그 피해를 복구하는 사회 공동체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나정민 서울시립대·'과학교과서 속에 숨어있는 논술'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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