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뉴스
‘묻지마 취업준비’ 금물… 나 먼저 돌아보길
설경.
2008. 6. 2. 07:03
[한겨레] 진로교육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에야 대학입시 이후로 미뤄놓았던 진로와 관련된 실질적인 고민을 시작한다. 대학생 시기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관련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자기파악, 의사결정, 구직기술 등 진로와 관련된 과제들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이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들이 이 중요한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한 취업포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49.5%가 취업하고 싶은 분야나 직종 기업 등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데다가 특히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 4학년 가운데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비율도 40.5%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한 취업준비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로를 못 정했다'고 답한 비율이 27.2%여서 '묻지마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학생들의 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 미(未)결정과 '묻지마 취업준비'는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 즉 '취업할 수 있는 능력'(employability)을 기르느라 대학생활의 낭만도 접은 채 학점관리는 기본이고 교양지식과 사회체험, 컴퓨터 활용능력, 어학은 필수에다가 전공 관련 다양한 자격증 취득, 아르바이트, 인턴십 경력에 봉사활동까지 고등학교 때와는 또 다른 전쟁에 휘둘리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노동시장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안한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채용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하는데, 과거와는 달리 대학문을 나서는 구직자에게 '반제품'이 아닌 '완제품'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규모 공채가 이뤄지던 과거의 '그물형' 인재채용 방식에서 원하는 인재만 선별적으로 낚는 '낚시형'을 거쳐 이제는 아예 필요한 인재를 콕 찍어 선(先)확보 하는 '작살형'이라고까지 한다. 대학문을 나서는 수만 명 가운데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내가 선택되기 위해 밤낮없이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적합한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취업준비에 매달리기 보다는 우선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결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분석을 통해 자기이해의 기초를 세우고 난 후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각을 통해 후회 없는 결정을 하였으면 한다.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여행의 경험도 의사결정을 할 때 좋은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대학시절 사하라 사막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에 면접관이 매료되어 취업에 성공한 뒤 그 직장에서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기까지 되었으면 마지막으로 신경써야 할 일은 면접 요령 등 구직기술의 습득이다. 청년층 직업지도 프로그램인 CAP+등 고용지원센터나 각 대학 취업지원실에서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유용할 것이다.
입시터널을 지나 다시 취업 터널로 곧장 들어서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다양한 체험기반을 쌓는 일이 우선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은 언제나 유효한 명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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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미(未)결정과 '묻지마 취업준비'는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 즉 '취업할 수 있는 능력'(employability)을 기르느라 대학생활의 낭만도 접은 채 학점관리는 기본이고 교양지식과 사회체험, 컴퓨터 활용능력, 어학은 필수에다가 전공 관련 다양한 자격증 취득, 아르바이트, 인턴십 경력에 봉사활동까지 고등학교 때와는 또 다른 전쟁에 휘둘리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노동시장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안한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채용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하는데, 과거와는 달리 대학문을 나서는 구직자에게 '반제품'이 아닌 '완제품'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규모 공채가 이뤄지던 과거의 '그물형' 인재채용 방식에서 원하는 인재만 선별적으로 낚는 '낚시형'을 거쳐 이제는 아예 필요한 인재를 콕 찍어 선(先)확보 하는 '작살형'이라고까지 한다. 대학문을 나서는 수만 명 가운데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내가 선택되기 위해 밤낮없이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적합한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취업준비에 매달리기 보다는 우선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결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분석을 통해 자기이해의 기초를 세우고 난 후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각을 통해 후회 없는 결정을 하였으면 한다.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여행의 경험도 의사결정을 할 때 좋은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대학시절 사하라 사막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에 면접관이 매료되어 취업에 성공한 뒤 그 직장에서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기까지 되었으면 마지막으로 신경써야 할 일은 면접 요령 등 구직기술의 습득이다. 청년층 직업지도 프로그램인 CAP+등 고용지원센터나 각 대학 취업지원실에서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유용할 것이다.
입시터널을 지나 다시 취업 터널로 곧장 들어서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다양한 체험기반을 쌓는 일이 우선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은 언제나 유효한 명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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