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짝퉁 박정희 리더십

설경. 2008. 6. 3. 09:07
지도자의 혜안과 추진력은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비근한 예로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해 20년 가까이 장기집권을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유능한 대통령으로 칭송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그 일부 구간 공사를 맡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이명박 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현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추진력은 어느 정도 엿보인다. 지도자로서의 '혜안'은 사실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된 뒤에 평가될 성질의 것이니,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혜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지도자가 남다른 혜안으로 공동체의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내 보이는 것을 보통 '비전'이라고 한다. 제시된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 세부계획(요즘 유행어로 로드맵)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 그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반도 대운하와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 작은 정부론, 규제완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도가 눈에 들어오지만, 한반도 대운하를 제외하면 새로운 것도 아니다. 게다가 대운하는 쟁점이 많은 거라 추진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박정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지만 잠시 이를 덮어두고 평가하자면, 그는 당시로서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고 할 수 있다. 여느 신생 독립국가와 마찬가지로 군부는 가장 현대화된 엘리트 조직이었다. 국민의 민도 즉 문화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이승만 정권을 타도한 4·19혁명의 배경은 독재 못지않게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 생존의 열악함에 있었고, 박정희의 근대화 추진의 원동력도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와 같은 국민의 원초적 욕망이었다. 당시의 '잘 살아보세'의 의미는 삶의 질이 아니라 삶의 양이었다. 달리 말해 '보릿고개'로 대변되는 절대적 빈곤을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고, 박정희 개인의 정치적 동기가 어떻든 간에, 박정희의 리더십은 이와 같은 당시의 여건과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의 여건은 어떠한가. 한때 회자됐던 '부자 되세요'라는 유행어는 1960~70년대의 '잘 살아보세'와는 다른 함의를 갖고 있다. 국민의 민도(문화적 수준)도 과거와는 다르다. 당시에는 선도 민주주의가 통했지만, 지금은 과거의 지도층보다 월등히 성숙한 민주의식을 가진 국민이 대다수다. 삶의 절대량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따지고 있는 시대다. IT 강국답게 과거에는 고급 지식으로 간주될 것들도 지금은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상식이 되어 있는 시대다. 국민을 선도하고 계몽하는 시대가 아니다. '짝퉁 박정희 리더십'이 통할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국민들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신자유주의가 무엇이고, 이에 찬동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 정부의 리더십을 머릿속에 그리면 박정희의 리더십이 겹쳐진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던 박정희는 '나를 따르라'라는 리더십을 발휘했고 또 그것이 통했다. 이 대통령은 겉으로는 큰 머슴으로서 섬김의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 즉, 현실 속에서 보이는 그의 리더십은 박정희의 그것과 많은 부분 중첩되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3개월 동안 우리는 뿌리 내지는 현실성 없는 비전만을 제시받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벌써부터 이명박 정부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21세기의 국가 명제를 20세기적 리더십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소위 '섬김의 리더십' 때문이다. 표현은 섬김이지만 국민을 지도하고 계몽해서 나라를 이끌고자 하는 것이 현재의 리더십이다. 시대착오 치고 이보다 더 시대착오는 없을 것이다.

1 박정희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하고 오늘날의 리더십에 반영될 부분이 무엇인지 말해보라.
2 소위 '섬김의 리더십'이 실제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논의해보라.
3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왜 중요한지 역사적 사례를 들어 논의해보라.
<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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