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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명문 동아리 <4> 대원외고 ‘유네스코’

설경. 2008. 6. 10. 19:33
유네스코 본부는 1953년 ASPNet(Associated Schools Project Network, 협동학교사업)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은 61년 가입한 이래 현재 91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각 학교의 유네스코 동아리들은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다양한 교류를 갖고 있다. 대원외고도 활발한 유네스코 동아리 활동을 펴고 있는 학교 중 하나다.

대원외고 유네스코 동아리는 다른 나라 문화에 개방적인 외고의 특성을 마음껏 살리고 있다. 자주 외국을 드나들며 교류와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미야자키현 유네스코 연합 동아리와는 자매결연해 꾸준하게 교류하고 있다. 학생들은 양국을 번갈아 방문한다. 그때마다 서로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공연·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독창적으로 고안해 낸다. 2006년 대원외고가 일본을 방문, 2박 3일간 문화교류의 시간을 가졌을 땐 현지 지역신문이 이들의 교류를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1학년이던 허민준(18·3년)양은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서로 통하는 걸 느꼈다"며 "다른 나라의 생생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허양은 홈스테이하며 만난 동갑내기 아베 마사미양과 지금도 메일을 주고받는다.

지난해엔 2007 유네스코 세계시민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의장을 맡았던 김혜공(18·3년)양은 "빈곤·인권·환경 등 평소 못 나눠본 이야기를 또래들과 나눌 수 있었다"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그만큼 보람 있었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양은 특히 포럼이 진행된 3일 동안 거의 한숨도 못자고 선언문 작성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는 "그렇지만 참가 학생들의 열의가 뜨거워 힘든 줄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폐막을 앞두고 선언문이 낭독되자 참석한 모든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함께 감동을 나눴다. 포럼에 참가했던 조현준(18·3년)군은 "세계시민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 자체가 큰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해외 명문대학 진학 활발

선배들의 재학 중 열정적 활동은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캄보디아 봉사를 스스로 준비하고 실행했던 안진한(20·듀크대 1년)군의 이야기는 후배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된다. 안군은 1년 동안 기업체 기부, 모금 활동, 유네스코 지원금 등으로 400여만원을 모아 캄보디아의 인드라데비 학교(초·중·고)에 과학기자재를 전달했다. 마침 방학을 맞아 귀국한 안군은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가 더욱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리더십을 발휘해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해낸 경험은 대학에 와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 지원서 작성 당시 '고교 때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을 써라'는 항목에 할 말이 넘쳐 되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안군 외에도 고교 활동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 명문대에 진학한 선배들이 많다. 올해 11명이 스탠퍼드·다트머스·미시간·뉴욕·서울대 등에 합격했다. 현재 32명 중 동아리 회원 절반 정도가 국제반으로, 국제사회에 관심이 많다.

이 동아리는 국제문제와 관련된 여러 활동 계획을 제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매년 5~6개 프로그램을 선정해 지급하는 지원금을 수차례 받았다. 학교 축제 땐 국제문제를 알리는 사진전과 복권 판매를 통해 기금을 모은다. 이렇게 모은 돈은 해외로 봉사를 떠날 때 든든한 활동자금이 된다.

새터민 위한 봉사 계획

올해는 통일부를 통해 '북한이탈주민후원회'와 연결, 새터민(탈북자)을 위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미 단체로부터 1차 교육을 받았고 반포 고속터미널역에서 홍보 팸플릿도 배포했다. 앞으로 새터민을 위한 영어수업 봉사활동과 몽골 소재 탈북자 수용기관에서의 봉사 계획도 갖고 있다. 또 교내 역사연구 동아리와 연합해 숭례문 복원사업을 돕는 활동도 준비중이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학교에서 정한 동아리의 날에는 한국 유네스코 본부나 외국문화원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들이 쉼없이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고 이종욱 박사를 본받아 WHO에서 일하고 싶다는 허민준양, 무하마드 유누스를 존경하며 대안기업 설립을 목표로 하는 김혜공양,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가가 되겠다는 송노국(17·2년)군 등 꿈의 색깔도 다양하다.

"국제문화교류라고 하면 재미있어 보이지만 막상 공부·시험 등을 생각하면 활동이 쉽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해보니 봉사는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것이 진짜 봉사죠. 앞으로 세계시민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활동할 거에요." 류한희(17·2년)양이 힘주어 한 말에 동아리 회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 ehchoijoongang.co.kr >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 choi315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