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시민 불복종과 저항권
설경.
2008. 6. 10. 19:35
에리히 프롬은 말한다. "인간이 복종할 줄만 알고 불복종하지 못한다면 그는 노예이다. 반면에 불복종할 줄만 알고 복종할 줄 모르면 그는 혁명가가 아니라 반도(叛徒)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자는 확신과 원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분노와 실망과 원한에 의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양심이나 신념으로 권력 앞에서 '아니오'라고 용감히 말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정신적·지적 발전이 가능했다고 한다. 정치·사회·법적 불복종이 갖춰야 할 요소와 그것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는 프롬의 견해를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에서부터, 6·10 항쟁과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정 반대 촛불문화제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에 비춰보고 싶다.
항쟁과 불복종의 반대편에 있던 권력은 거의 언제나 '안정'과 더불어 물질적 번영을 앞세워 권력을 강압적으로 행사했다. 80년대의 권력은 여기에 좌파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을 가미했다. 불복종하는 사람들은 빨갱이(pinko)이거나 빨갱이의 사주를 받은 자들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접근은 지금도 없지 않다. 지금의 최고 권력자조차 광주항쟁을 '광주사태'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광주항쟁을 계기로 30년 가까이 성취해온 민주화의 확대와 심화라는 정신적·지적 발전의 의미와 가치를 그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다. 어쩌면 그는 그것이 없었더라면 지금은 훨씬 더 물질적으로 발전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6·10 항쟁은 거대한 불복종이었다. 영국 민주주의의 이론적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존 로크의 용어로 보면 저항권의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헌법의 틀을 벗어난 시민들의 저항권 행사였다. 시민들에게 제대로 동의받지 못한 헌법과 헌법적 질서에 대한 저항이었던 것이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정을 계기로 촉발된 촛불문화제와 시위는 어떤가. 저항권과 시민 불복종을 구분하는 현대의 정치·법철학의 이론에 따르면 시민 불복종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세기 정치철학자 존 롤즈에 의하면 시민 불복종은 "정부의 정책에 변혁을 가져올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공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양심적이긴 하지만 법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공동 사회의 다수자가 갖는 정의감을 나타내고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 사이에서 협동체의 원칙이 존중되고 않고 있음을 선언"하게 된다. 이와 같은 시민 불복종의 정의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 거리 촛불문화제는 전형적인 시민 불복종에 해당한다. 이런 점은 촛불문화제와 시위 과정에서 얼마든지 발견된다. 모두가 '비폭력'을 외치고 한 달 넘게 이어진 과정 속에서도 공권력보다 먼저 폭력을 행사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공권력이 휘두른 무지막지한 폭력에 비하면 단순히 방패를 밀치는 행위는 폭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식의 말 그대로 '시민 불복종'이 얼마나 이어질까.
우리는 시위 현장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래를 일상적으로 듣게 된다. 우리 헌정의 역사상 이런 구절이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지만, 이런 구절이 국민과 시민을 이처럼 감동시킨 적도 없었다. 최근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그 권력이 국민을 배반하는 경우 국민들은 이렇게 나설 수 있음을 실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국민은 지금 불복종, 다시 말해 롤즈의 시민 불복종을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존 로크 식의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시민 불복종은 롤즈의 정의대로 비폭력을 본질로 하지만 그것이 저항권의 행사로 이어지면 어떤 것도 보장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 국민은 시민 불복종과 헌법적 저항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우리를 있게 하고 우리를 감동시킨 6·10 항쟁의 날에, 불복종이 저항권으로 확대되었던 그 날에 우리는 우리의 촛불문화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다만 시민 불복종의 모습으로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우리 국민이 정의와 원칙 그 자체 때문에 피를 흘리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 시민 불복종과 저항권의 차이를 설명해보라
2. 1987년 6월 항쟁과 지금의 촛불 문화제를 비교해 보라.
3. 6·10 항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논의해보라.
<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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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쟁과 불복종의 반대편에 있던 권력은 거의 언제나 '안정'과 더불어 물질적 번영을 앞세워 권력을 강압적으로 행사했다. 80년대의 권력은 여기에 좌파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을 가미했다. 불복종하는 사람들은 빨갱이(pinko)이거나 빨갱이의 사주를 받은 자들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접근은 지금도 없지 않다. 지금의 최고 권력자조차 광주항쟁을 '광주사태'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광주항쟁을 계기로 30년 가까이 성취해온 민주화의 확대와 심화라는 정신적·지적 발전의 의미와 가치를 그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다. 어쩌면 그는 그것이 없었더라면 지금은 훨씬 더 물질적으로 발전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6·10 항쟁은 거대한 불복종이었다. 영국 민주주의의 이론적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존 로크의 용어로 보면 저항권의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헌법의 틀을 벗어난 시민들의 저항권 행사였다. 시민들에게 제대로 동의받지 못한 헌법과 헌법적 질서에 대한 저항이었던 것이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정을 계기로 촉발된 촛불문화제와 시위는 어떤가. 저항권과 시민 불복종을 구분하는 현대의 정치·법철학의 이론에 따르면 시민 불복종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세기 정치철학자 존 롤즈에 의하면 시민 불복종은 "정부의 정책에 변혁을 가져올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공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양심적이긴 하지만 법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공동 사회의 다수자가 갖는 정의감을 나타내고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 사이에서 협동체의 원칙이 존중되고 않고 있음을 선언"하게 된다. 이와 같은 시민 불복종의 정의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 거리 촛불문화제는 전형적인 시민 불복종에 해당한다. 이런 점은 촛불문화제와 시위 과정에서 얼마든지 발견된다. 모두가 '비폭력'을 외치고 한 달 넘게 이어진 과정 속에서도 공권력보다 먼저 폭력을 행사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공권력이 휘두른 무지막지한 폭력에 비하면 단순히 방패를 밀치는 행위는 폭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식의 말 그대로 '시민 불복종'이 얼마나 이어질까.
우리는 시위 현장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래를 일상적으로 듣게 된다. 우리 헌정의 역사상 이런 구절이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지만, 이런 구절이 국민과 시민을 이처럼 감동시킨 적도 없었다. 최근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그 권력이 국민을 배반하는 경우 국민들은 이렇게 나설 수 있음을 실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국민은 지금 불복종, 다시 말해 롤즈의 시민 불복종을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존 로크 식의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시민 불복종은 롤즈의 정의대로 비폭력을 본질로 하지만 그것이 저항권의 행사로 이어지면 어떤 것도 보장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 국민은 시민 불복종과 헌법적 저항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우리를 있게 하고 우리를 감동시킨 6·10 항쟁의 날에, 불복종이 저항권으로 확대되었던 그 날에 우리는 우리의 촛불문화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다만 시민 불복종의 모습으로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우리 국민이 정의와 원칙 그 자체 때문에 피를 흘리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 시민 불복종과 저항권의 차이를 설명해보라
2. 1987년 6월 항쟁과 지금의 촛불 문화제를 비교해 보라.
3. 6·10 항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논의해보라.
<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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