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뉴스

못말리는 유학열풍… 美명문대 서울 원정

설경. 2008. 6. 10. 20:13
ㆍ하버드 등 7개대학 연합 대형 설명회

ㆍ현정부 영어 중심 정책이 부채질 분석도

영어열풍을 타고 미국 유학 설명회가 갈수록 대형화하는 등 유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집중된 영어 중심 정책이 이 같은 이상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ㄱ 유학업체는 오는 14~15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학생·학부모 5000여명을 대상으로 사상 최대규모의 미국 유명 대학 유학설명회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엔 미국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하버드·예일·코넬·UCLA·버클리·보스턴·남가주대 입학사정관이 참석한 뒤 대학의 입학기준, 진학전략을 설명할 예정이다.

업체 관계자는 "미 명문대 입학사정관이 한 두명 서울에 온 적은 있지만 7개 대학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학생 증가추세가 계속되는 만큼 한국은 미 대학에서 중요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의 2006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가장 많은 대학·대학원생(13.5%)을 보내는 나라다.

1인당 연간 학비가 2만~4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명문대학이 직접 '발품'을 팔 만한 소득원인 셈이다.

부유층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유학컨설팅 업체들은 '일명 아이비리그'(미 동북부 8개 명문대) 진학 상담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표는 "업체들은 에세이 작성 및 봉사활동 내역 등 지원대학의 취향에 맞게 컨설팅해주고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받는다"며 "미국 51개 주립대마다 한국 유학생이 100명 꼴로 재학 중"이라고 말했다.

자녀의 미 대학 진학을 계획하는 학부모들은 영어유치원을 거쳐 초·중학교를 미국 또는 외국인학교에 몇년간 보낸 뒤 국내 국제중·외국어고·민사고를 거쳐 아이비리그를 준비한다.

미국 유학 열풍은 국내 대학 졸업만으로는 '고소득' 직종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황성환 진학사 기획실장은 "요즘은 2년제 대학을 다니다가 4년제로 편입하는 경우도 꽤 많다"며 "미 대학 진학에 전 사회가 몰두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외국계로 넘어가는 등 경제부문에서 큰 충격을 받은 부모들이 미국 유학을 곧 자녀들의 소득보장으로 여기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국내 대학들은 미국 대학과 우수 학생 확보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높다. 서울대 한 관계자는 "국내 1위로는 부족하다. 앞으로는 외국으로 나가려는 아이들을 잡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털어놨다.

유학파가 사회에 진출하는 데 따른 변화도 감지된다. 직장인 김영민씨(가명)는 "약 10년 전에는 입사동기 중 국내대학 출신이 많았지만 이제는 갈수록 조기 유학파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숙자씨(53)는 "앞으로 유학파와 국내파 사이의 소득격차가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최민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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