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사설]쏟아붓기식 ‘민생대책’ 문제 있다

설경. 2008. 6. 12. 08:19

정부와 한나라당이 민심을 달래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민생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일 10조원의 세금환급을 내용으로 한 고유가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어제는 미분양아파트 해소 대책, 창업활성화 방안, 통신비 부담 완화 대책을 동시에 내놓았다. 당정은 곧 교육비 경감대책, 기초노령연금 확대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제 라면 업계에 대한 담합조사에 나선 데 이어 이동통신사·사설학원 등의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창업활성화 방안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유가·고물가로 고통이 큰 서민층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정위가 칼을 빼든 것도 가계지출 비중이 큰 품목의 가격 인하 압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인 물가 폭등 등 날로 악화되는 서민생활 여건을 고려하면 때늦은 감이 있는 대책도 보인다. 하지만 민심수습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는 데 다급한 나머지 동시다발적으로 대책을 쏟아내다보니 무리하거나 졸속으로 흐를 우려가 크다.

 

우선 국가적으로 수조~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대책은 재정건전성 등 여러 측면을 신중히 따져야 하는데 충분한 공론과정 없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급조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정책 내용에 있어서도 사안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결여한 채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대응책에만 골몰할 경우 후유증을 낳아 경제를 멍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논란이 되는 정책을 ‘민생’으로 포장해 뚝딱 해치워서도 안된다.

고유가 대책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소비진작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성장동력 확충에 써야 할 세금을 헛되이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 민심을 겨냥한 측면이 강한 미분양아파트 대책 역시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 우려는 큰 반면 효과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신비 경감 대책에서도 일반 가입자의 가입비나 기본요금 등 핵심은 손대지 않았다.

 

진정한 민생대책은 중장기적으로 양극화를 완화하고 복지제도를 충실히 시행해나가는 밑그림을 바탕으로 마련돼야 한다. 사교육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을 세우면서 한편으론 학원비 경감대책을 내놓는 꼴이 돼서는 안된다.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