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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토론대회 본선 엿보기

설경. 2008. 7. 25. 11:12

민사고 토론대회 본선 엿보기


[중앙일보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입니다. 대운하가 필요없습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운하 건설을 중단해야 합니다.”
“대운하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게다가 운하가 건설되면 얻게 될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더욱 큽니다.”
지난 18일부터 2박3일로 진행된 민사고 토론대회 본선 마지막 날. 16강·8강·4강전을 거쳐 올라온 두 팀이 결승전에서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대운하 건설이 중단되어야 하는가’란 주제로 열린 영어 토론대회 본선에서 학생들은 4명이 한 팀이 돼 각각 찬반 입장을 표명했다. 토론 직전 제비뽑기로 결정한 입장에 서서 주장을 펼쳐야 한다. 외부와 통신이 가능한 수단(핸드폰·전자사전 등)과 개인 자료집은 대회 전 모두 회수됐다. 학교에서 지급한 자료와 머릿속 지식만을 활용할 수 있는 것.

한 사람당 주어진 발언 시간은 5분. 대회장 안의 학생·학부모 등 방청객들도 발언자의 말 한 마디 놓치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이고 듣는다. 각 팀의 첫 번째 발언자가 이야기를 마친 뒤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방청객들이 숨을 돌리는 사이, 양 팀은 작전을 짜느라 분주하다. 다시 두 번째 발언자들 차례. 이렇게 네 번째까지 반복되고 나서 토론은 끝났다. 우승팀(금상 수상)을 발표하는 시간. 승리는 ‘운하 반대’ 팀에게 돌아갔다. 은상을 받은 팀도 우승팀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대회 운영을 맡은 우창효(영어과)교사는 “본선까지 오른 참가자들은 사실 실력차가 크지 않다”며 “모두 실력이 출중해 탐나는 인재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시간체크와 진행을 민사고 영어토론부 EDS(English Debate Society) 학생들이 맡았다. 양영효(16·민사고1)양은 “후배가 될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토론 실력도 볼 겸 자원활동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본선의 TK(타임키퍼) 역할을 맡은 채승훈(민사고1)군은 2005년 이 대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채군은 “회가 거듭될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토론 활동은 주요 사안의 방향을 잡는 데 좋은 방법인 만큼 많은 학생들이 토론 문화를 익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군은 또 “토론을 잘하려면 신문을 많이 읽고 국내외 이슈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육소희(민사고1)양은 “토론을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실전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제 대회 동영상을 보면서 표현법을 익히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다음은 대회 심사위원 Baumgarder(민사고 영어과)교사와의 일문일답.

-영어 토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영어 말하기가 유창해야 한다는 점은 기본 전제다. 이와 더불어 평소 많은 독서를 하는 것이 좋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그와 관련된 배경지식·주변지식까지 활용해 주장을 펼쳤을 때 깊이와 설득력이 더해진다.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우도록 노력하라.

-토론 실전에서는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

“토론은 낭독이나 암송, 혹은 연설이 아니다.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야기나 단순한 지식의 나열은 지양해야 한다. 또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적어온 것을 읽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주장의 초점을 분명히 하면서 상대방 주장의 문제점을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이번 대회의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점수를 부여한 부분은?
“주장의 내용, 발언의 형식(표현), 팀워크를 골고루 보았다.”
Tip _ 영어 토론을 잘 하려면
1.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자료만을 활용해 핵심을 짚어야 한다.

2. 자신감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자신감은 많은 연습을 통해 얻을 수 있다.

3. 관객이나 심사위원과 시선(eye contact) 을 맞추며 이야기한다.

4. 말의 속도를 잘 조절한다.

5. 주어진 시간 안에 말을 끝마치도록 연습한다

 


민사고 토론대회 금상 수상 이승호 군


[중앙일보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금상을 수상한 이승호(15·구룡중3)군은 “결승전에서 내심 원하던 ‘반대’ 입장에 서게 돼 유리했다”며 “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군은 6개월 전부터 1주일에 한 번, 3시간 이상 토론 연습에 시간을 할애하며 대회를 준비해 왔다. 여러가지 시사 이슈들에 대해 조사하고 찬반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공부하는 방식이었다. 다양한 주제를 다뤄봐야 대회에서 제시하는 주제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의 예선에서는 ‘우주 개발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가’와 ‘이란 핵 개발을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가 제시됐다. 모두 쉽지 않은 주제들이었다. 학교에서 매일 아침 수업 전 사설을 읽고 요약하는 시간이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군은 토론대회 대비법에 대해 “찬성·반대 중 어느 쪽 입장에 서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양쪽 주장에 모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결승전에서 ‘대운하 건설 반대’ 입장에 섰던 이군은 4강전에서는 대운하에 찬성하는 편에 서야 했다. 또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반박할 내용을 잘 메모해 둬야하고, 미리 준비한 내용에서 강조할 부분에 미리 표시해 두면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