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뉴스

“서울대 법인화 땐 지방 국·공립대 망한다”

설경. 2008. 9. 1. 10:38

ㆍ국·공립교수협 "돈 서울대 집중 심화" 반발

ㆍ지방대 자립 위한 지원책 우선 마련 촉구

서울대가 최근 대학의 자율권 보장과 재정 독립 등을 위한 '법인화 추진'을 선언하자 전국의 국·공립대학들이 긴장하고 있다. "2년 안에 법인으로 만들겠다"는 서울대의 발표에 대해 타 지방 국·공립대학들은 "법인화가 현실화하면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국·공립대학은 모두 망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 "지방 국·공립대 다 죽는다"=충남대 김원식 교수(의학과)는 31일 "서울대 법인화는 모든 대학을 망치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하고 나설 경우 모든 돈과 힘이 서울대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이로 인해 지방의 다른 국·공립대학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국가의 재정지원, 발전기금 모금 여건, 병원 운영 등 수익사업 환경, 학생 등록금 수준 등에서 모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서울대가 법인화를 추진하고 나설 경우 기업 등의 대규모 기부가 서울대로 몰리는 등 서울대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42개 국·공립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도 "공공기관 민영화처럼 국가권력(이명박 정부)과 대학권력(서울대)이 공조해 법인화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지방 국·공립대학들은 현 상황에서 법인화가 추진될 경우 지방 사립대학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인으로 전환되면 발전기금 모금이 어렵고, 자체적인 수익원도 없어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되면 저렴한 등록금을 무기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온 국·공립대학들은 설 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충남대 관계자는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일부 거점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법인화 추진과 함께 지역 내에서도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쟁력 강화 후 법인화 추진돼야"=지방 국·공립 대학들은 법인화 추진 이전에 국·공립대학 경쟁력 강화방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익원이 전혀 없는 지방 중·소규모 국·공립대학들이 자립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방안부터 마련하라는 것이다.

부산대 정용하 교수는 "서울대 법인화 추진은 대학에 시장주의를 확산시켜 국·공립대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며 "서울대는 다른 국·공립대학과 함께 국·공립대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지난 5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9월 중 '법인화 추진 위원회'를 구성한 뒤 임기(2010년 7월) 안에 서울대의 법인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윤희일기자 yh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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