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이공계 특성화 대학 합격 전략/포스코,카이스트,한국정보통신대

설경. 2008. 9. 17. 09:27


[중앙일보 박정식] 200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POSTECH(포항공대)·KAIST·한국정보통신대는 구술면접고사가 당락을 좌우한다. 일반 대학과 달리 구술면접 비중이 서류심사(수상 실적·추천서·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보다 높기 때문이다. 1단계 서류·학생부 점수가 낮아도 2단계 구술면접이 높으면 합격자가 뒤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과 지식 암기보다 창의적인 잠재력을 더 높이 사겠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POSTECH, 수학·과학 문제풀이 당락 좌우=구술면접 반영률이 40%에 이른다. 30%인 학생부(국·영·수·과 성적)와 서류평가보다 높다. 구술면접에선 수학(60%)·과학(40%) 문제풀이를 발표한다. 수학은 난이도 상·중·하로 구성된 세 문제가 주어진다. 수능보다 다소 수준이 높아 심화학습이 필요하다. 지난해엔 ▶양의 약수의 역수의 합 ▶점과 영역 간 거리 ▶영역의 극한값 구하기가 나왔다.

화학공학과 1학년 정효빈씨는 “문제가 어려워도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 면접관이 문제풀이를 도와준다”며 “교과서를 공부할 때 단편 지식보다 전체 흐름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은 물리·화학·생물 중 한 과목을 선택한다. 과목당 3문제씩이며 한 문제가 하나의 주제 아래 4~5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체계적인 사고과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30분 동안 실험과정을 통한 과학현상의 원리와 이해를 묻는다.

지난해 물리에선 ▶엘리베이터 속도에 따른 질량의 변화 ▶코일의 전류 함수와 열에너지 ▶마찰이 없는 수평면에서 물체의 속도·거리 등이 출제됐다. 화학에선 ▶온실효과와 단백질 부패를 일으키는 두 기체의 성질과 화학반응 ▶구리선의 화학반응 ▶모즐리 실험에서 전자기파의 스펙트럼 측정이, 생물에선 ▶귀의 평형기능 ▶녹말과 단백질 분해 효소 ▶세포막의 구성과 변화가 제시됐다. POSTECH 입학처 조범진 학생선발담당관은 “면접구술 점수에 따라 1, 2차 전형에서 합격자가 바뀌는 사례가 절반이 넘는다”며 “교사나 친구들 앞에서 풀이과정을 발표하는 연습을 하라”고 주문했다.

◆KAIST, 그룹토의·과제발표 평가=구술면접은 그룹토의·개인면접·개인과제 발표로 구성된다. 올해 그룹토의는 학생 3명이 한 조가 돼 교수 3명과 교대로 20분씩 모두 세 차례의 토론 자리를 갖는다. 토론 주제는 세 가지. 학생들이 순서대로 사회를 맡기 때문에 1명당 토론하는 주제는 2개다. 지난해에는 7명이 한 조가 돼 1개 주제를 50분 동안 토의했다.

주제는 인문과 과학을 혼합한 유형이다. 지난해엔 ▶지구온난화의 정치·사회적 문제점과 방지 방안 ▶고령화 사회의 문제와 대책 ▶미래 대체에너지 등이 출제됐다. ‘캠퍼스 커플’에 대한 생각을 물어 인성과 가치관도 측정했다. 자유전공 1학년 강현진씨는 “사회·과학적 공통 이슈를 뽑아 의견을 발표하는 훈련을 했다”며 “지식을 나열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면접도 수학·과학 문제 풀이에서 최근엔 창의력 문제로 바뀌었다. 전국 미용실 개수, 연못에서 물을 1시간 내로 빼는 법,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이유 등 자유로운 발상을 유도하는 문제가 나왔다. 정답보다 사고의 논리성, 참신성이 측정 대상이다.

개인과제 발표는 5분 동안 자유롭게 자신을 홍보하는 시간이다. 꾸준히 해온 취미나 관심사를 밝혀 열정과 학문관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면접관들의 조언이다.

KAIST 학생선발팀 김병수 학사입시담당관은 “구술면접에서 탐구역량·개인역량·내적역량·특정 분야의 재능 보유 여부 등 4개 항목을 심사한다”며 “서류와 면접 합산이 아닌 비교 방식의 종합평가이므로 서류 점수가 낮아도 구술면접을 잘 봤으면 합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대(ICU), 수학·영어 면접·그룹토론이 합격 열쇠=2단계 전형(전문성 면접, 그룹토론) 반영률이 70%에 이른다. 학생부와 서류를 심사하는 1단계 전형(30%)의 2배를 넘는다.

전문성 면접에선 영어(30%)와 수학(30%)을 치른다. 영어는 1개 제시문을 읽은 뒤 주제·의견 발표 등 면접관의 질의에 따라 독해력과 발표력을 측정한다. 시험은 영어로 진행된다. 수학에선 수능의 배점 4점 난이도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온다. 공학부는 풀이 논증을, IT경영학부는 사회현상 관련 수치 측정을 문제로 낸다.

그룹토론 비중은 40%로 전문성 면접(30%)보다 높다. 학생 5~7명이 한 조가 돼 1개 주제를 토론한다. 주제는 사회이슈와 과학이슈가 결합되고 찬반이 명확히 나뉘는 내용이 선택된다. 예를 들면 ‘체세포 복제와 배아실험의 기술적 부가가치와 윤리적 문제점’을 묻는 식이다. 응시생들은 찬반을 선택해 찬반 팀별로 조장을 뽑은 뒤 5분 동안 주제에 대해 생각한다.

교학처 김정관 입시담당관은 “토론할 땐 서론·본론·결론에 따른 논리적 주장, 토론 흐름에 기여하는 의견을 내야 한다”며 “끼어들기·발언기회 독점·침묵·주제를 벗어난 발언 등은 감점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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