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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3년 연속 1등 임현택군 창의력 교육법/교과서 보

설경. 2008. 9. 22. 17:22

김희선씨는 "는 눈 앞의 시험에만 연연하지 말고, 목표를 멀리 잡아 흔들리지 않는 교육관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이구희 객원기자

전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3년 연속 1등 임현택군 창의력 교육법


"교과서 보기를 밥먹듯 책읽기를 숨쉬듯 하죠"


'창의력 교육'은 요즘 엄마들에게 공통된 관심사다. 하지만 영재로 키웠다는 백가쟁명식 방법론을 들어봐도 무엇이 정답인지 헷갈리기만 한다. 사실 아이가 가진 뛰어난 관찰능력, 문제해결의 다양성과 같은 재능은 부모교육에서 나온다. 전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 3년 연속 1등상을 탄 임현택(14·서울 언주중2)군과 어머니 김희선(50)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첫 번째 원칙, 책 원 없이 사주고 여행 많이 시키자

현택이의 창의력은 어머니의 독특한 교육법 안에서 자랐다. 결혼 전 미술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던 김씨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뚜렷한 교육관을 세웠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삼은 원칙이 '책을 원 없이 사주고 여행을 많이 시키자'였다. 그녀는 아이가 걸음마를 하기도 전부터 나들이를 많이 다녔다. 눈만 뜨면 집 앞 공원, 서점, 미술관에 다니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 수녀가 운영해 엄격하기로 소문난 성요셉 유치원에 일 년간 보낸 것을 제외하곤 다른 교육기관도 이용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독서'를 가장 중시했다. 김씨는 아이에게 "책 읽기는 숨을 쉬는 일과 같다"고 가르쳤다. 아이 곁에서 일일이 책을 읽어주지는 않았다. 대신 아이가 책을 읽을 때는 김씨도 다른 책을 읽으며 함께 독서시간을 가졌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어린이코너에 아이를 풀어놓고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도록 했다. 이 시기, 현택이는 과학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 과학에 푹 빠져들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억지로 다른 책을 권하지 않았고, 아이의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읽도록 놔뒀다. 이때부터 현택이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 묻기 전에 책부터 꺼내 보는 습관을 가졌다.

■모르는 게 있으면 100번을 다시 봐라

초등학교 때는 김씨가 직접 아이의 공부를 챙겼다. 하루 2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만큼은 반드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도록 했다. 수학 30분, 영어 30분, 일본어 30분, 한자 30분 등 하루에 조금씩 다양한 과목을 익히도록 지도했다. 김씨는 "아이의 성격,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엄마가 지도할 때 공부효과가 가장 높고, 아이의 실력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저녁에는 반드시 책읽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장편소설을 많이 읽는 습관을 들였다. 소설 '삼국지'의 경우에는 출판사별로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전부 읽었을 정도다.

학원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모르면 책을 찾아보거나 학교 선생님에게 묻도록 했다. 김씨는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책을 100번 읽어라. 그러면 저절로 깨우치게 된다"고 가르쳤다. 학교시험을 앞두고는 교과서를 스무 번 이상 읽게 했다. 김씨는 선행학습보다 '심화학습'을 강조한다. "단순히 진도를 빨리 나가는 선행학습은 의미도 없고, 아이들의 머리에 남지도 않는다"고 했다. "학교진도와 선행학습 진도를 각각 따라가느라 아이들만 두 배로 피곤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면 학교진도에 맞춘 심화학습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초로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해 응용력과 사고력을 키워준다.

■겸손해야 발전 가능성도 커진다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주위에서 영재소리도 심심치 않게 듣지만, 김씨는 현택이에게 "너는 지극히 평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아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 아이가 최고'라고 칭찬하기 바쁜 요즘 엄마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학교 2학년인 현택이는 여전히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집에 들러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은 뒤 도서관으로 향한다. 집에서는 TV 등 방해요소가 많아 집중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요일마다 다음 한 주간의 공부계획을 세운다. 엄마 김씨는 현택이를 위해 구립도서관 근처로 이사를 했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며 벌써 고1 과정을 배우고 있다는 말을 들어도 꿋꿋하게 소신을 지키고 있다.

"시야를 넓히고 목표를 멀리 잡으면 주위 소문에 흔들리지 않아요. 제대로 교육관을 세우지 않으면 초등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눈앞 일에만 급급하게 되죠. 그러면 결국 엄마 계획대로 아이가 휘둘리고,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엄마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