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이기적 인간성’과 시장경제

설경. 2008. 10. 9. 10:33

인간은 DNA적으로 프로그램화되어 있다고 한다. DNA라는 말이 우선적으로 주는 이미지는 자신의 의지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선천적으로 자기 자신이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내가 무엇을 의도하든 그것은 DNA가 작용한 탓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우리의 DNA는 환경에 역동적으로 대응한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도 하고 역행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물론 기본 전제는 우리 자신의 DNA의 영속을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에 따라 순응과 역행이 선택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과거 문화사 속에서 발견된 숱한 풍습과 제도 등이 모두 해명된다.

필자에겐 검은 색의 진돗개가 있다. 모든 개가 그러하듯 주인에게는 아주 친밀하게 군다. 하지만 주인에게는 친밀한 인공적인 상황에는 매우 당황스러워한다. 인공적인 소리는 물론이고 인공적인 구조물도 두려워한다. 하지만 한강 변의 수풀, 즉 자연적인 상황에 놓이면 물 만난 고기처럼 생기가 돈다. 인간과 개의 지능적·진화적 차이를 증명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필자는 DNA의 차이로 보고 싶다. 인간도 개도 DNA로 프로그램화되어 있지만 인간의 그것은 매우 유연하게 변용되고 진화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물론 이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지능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본능과 여타 동물의 본능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의 본능은 인공적인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적응하고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내지는 시장주의의 근본전제인 이기적 인간성이나 사회주의의 인간 본성론은 역설적으로 인간 일반의 위와 같은 성질을 이용해서 인간 사회를 더 나은 상태로 만들려고 한 시도로 평가하고 싶다.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가장 보편적이라고 생각되는 인간의 본성을 이렇게 저렇게 재단하고 이를 이용해 인간들의 삶이 더 고양될 수 있다면 그 길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이제 자유민주주의로서 역사적 실험은 끝났다고 했지만, 2008년은 그에게 우호적인 찬사를 보내기 어렵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했지만 기실은 자유주의를 찬양한 것이고, 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 엇박자를 가지고 있다.

자유주의의 기본 전제는 이기적 인간이다. 근대 자유주의의 물꼬를 튼 토머스 홉스는 이런 이기적 인간에 대해 엄정한 국가적 간섭을 요구했다. 이런 이기적 인간관을 승계한 주류 경제학의 원조라 하는 애덤 스미스도 홉스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기적 인간에 대해서 그가 가진 이기성을 북돋울 필요가 없다. 그것은 자연적 현상이다. 다만 그것이 ‘자연적 도덕성’에 위반하지 않을 정도로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가 없는 상태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가증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두려워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강조한 것이 헌법적 질서다. 시장 질서를 해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제거된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경제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금 주류 경제학에서 무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이기적 인간은 언제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이기적 인간성을 발휘할 것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기성이 모든 구성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고는 매우 두렵고, 그에 대한 부정적이며 실증적 사실이 미국에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요즘 운위되고 있는 담론들을 보면 이기주의가 아니라 이타주의가 넘친다. 시장을 강조하는 정권이 이타성을 강조하는 게 아이러니다. 시장주의를 내세우면서도 반시장주의를 병행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미 무엇이 어떠한지를 DNA적으로 파악하고 있음에도 현 정권은 이를 알지 못한다.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1 인간본성론에 입각해 현 사태를 평가해보라.

2 시장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보라.

3 인간 본성론이 시장 질서에 작용하는 실태를 논의해보라.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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