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이것만은 알아두자
설경.
2008. 10. 9. 11:13
[동아일보]
■ 자연계 학생 논리적 토의하기
17세기 초 사람들은 빛에는 속도가 없어서 어떤 거리든 순간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G. 갈릴레오는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조수와 함께 실험을 했다. 어느 맑은 날 밤 두 사람은 서로 1.6km 떨어진 두 언덕 위에 올랐다. 두 사람 다 손에 셔터가 있는 랜턴을 들고 있었다. 셔터를 내리면 불빛을 가릴 수 있었다. 갈릴레오는 조수에게 자신의 랜턴 불빛이 보이면 즉시 조수의 랜턴 셔터를 올리라고 말해두었다. 랜턴 불빛이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지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스프링으로 작동되는 회중시계가 유행하고 있었으나 갈릴레오는 진자 운동도 시계의 원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토의할 논제
갈릴레오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데 실패했다. 그 이유를 추론하시오.
○ 학생과 교수의 대화
학생: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당시의 시계가 오늘날처럼 시, 분, 초까지 측정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면 당연히 속도를 재는 것도 불가능할 테니 갈릴레오의 실패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교수: 글쎄…. 자네의 말에 오류가 있군. 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속도를 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네.
학생: 정정하겠습니다. 가령 회중시계에 초침이 없고, 측정 대상은 실제로 2초 정도라면 측정은 언제나 0분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진자를 통해 시간을 측정했을 것이라고 가정해도 1회 주기 운동보다 훨씬 짧은 시간은 공식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수: 이론적으로야 그렇겠지만 실험 장소에 있던 갈릴레오는 시계가 어떤 결과를 주든지 빛이 갔다 오는 동안의 시차를 감지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되는데 어떤가?
학생: 빛의 속도가 초당 30만 km임을 감안할 때 1.6km는 겨우 0.000005초에 해당하는데요. 사람의 감각 능력이 이렇게 짧은 시차를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형광등만 해도 초당 120번 깜박인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지 않습니까?
교수: 자네 말이 맞네. 그러나 혹시 갈릴레오가 시차를 감지했다면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에 동의하는가?
학생: 이제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교수님은 갈릴레오가 실험에 실패한 이유가 본질적으로 시계가 얼마나 정확한가라는 요인에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짧은 거리라서 시차가 측정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거죠?
교수: 그렇다네. 0.000005초는 어느 누구라도 감지할 수 없는 시차라네. 그러나 조수가 불빛을 보고 자신의 랜턴의 셔터를 열기까지의 시간은 갈릴레오가 알아차릴 수 있는, 그래서 측정할 수 있는 시차라고 볼 수 있지. 그렇다면 왜 실험에 실패한 것일까?
학생: 정의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값에 어느 정도 근사치가 될 때 ‘실험에 성공했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설정하면 당연히 당시의 수준에서는….
교수: 자네도 이해하겠지만 그런 정의는 과학에 혼란을 일으킬 뿐이라네. 못 들은 것으로 하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할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얻은 탓으로 본다면 어떤 측정 결과가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까?
학생: 변덕스러운 결과라면 해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가령 한 번은 0초가 나오고 다른 경우에는 10초가 나오는 등 심하게 들쑥날쑥한 경우에는 오차가 지나치게 커서 신뢰할 만한 측정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교수: 훌륭한 분석이야. 그러나 실제로는 측정 결과의 폭이 0초에서 10초까지 넓었으리라고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논제의 유효한 답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네. 처음으로 돌아가세. 당시 갈릴레오는 빛의 속도를 무한으로 믿고 있던 과학계에 대해 그렇지 않음을 증명해야 했으니까, 측정 결과가 0이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이 필요했겠지. 그러나 조수의 신경반응을 고려하더라도 1초를 넘을 수 없었을 것이고, 또 이런 짧은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도 없어서 결국 0이 아님을 혹시 느낄 수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렇다고 0이 아님을 증명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네.
■ 과학, 논술을 만나다
혈액형 O형은 왜 독감에 취약할까
《이 코너를 공부하려면 건국대 2008학년도 1학기 수시논술 문항3, 성균관대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논술 문제 3-ⅰ. 3-ⅱ를 각 대학 입학 관련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으셔야 합니다.》
○ 배경지식
영국의 의사였던 에드워드 제너는 1796년 우유 짜는 목장 소녀 넬스가 우두에 걸린 것을 알고, 소녀의 종기에서 고름을 짜내어 핍스라는 여덟 살 먹은 아이에게 접종했다. 핍스는 가벼운 열병을 앓으면서 피부에 물집이 잡혔지만 후에 완전히 나았다. 마침내 1798년 제너는 23명의 환자에게 천연두 백신을 접종시켰다고 발표했다.
우두는 소에게 생긴 마마이고 천연두는 사람에게 생기는 마마이다. 천연두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우두는 소가 걸리는 가벼운 질병이다. 천연두는 한 번 걸리면 얼굴이 흉해지고 상황에 따라서는 목숨까지 잃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제너는 우두에 감염되었던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경험적 사실을 이미 1773년에 알고 있었으나 26년 후에야 ‘예방주사’로 불리는 백신의 개념에 도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소에서 생긴 약한 마마 균을 사람 몸에 주사하면 사람에게는 점염되지 않고 항체가 생겨 면역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 관련 기출 문제
대입 논술고사에는 면역과 관련된 문제가 거의 출제되지 않았다. 아마도 관련 지식의 전문성이 높아 논제로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살펴보면 △‘면역 여부에 따른 홍역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생성 반응의 양상에 관하여(한양대 2008학년도 수시 2-1 문제2)’ △‘주변 환경의 위생 수준과 소아마비 발병률과의 관계(건국대 2009학년도 예시논술 문제 3-1)’ △‘프리온 예방 주사를 통해 광우병을 퇴치할 수 없는 이유(건국대 2009학년도 예시논술 문제 3-2)’ △‘탄수화물이 세포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요소로 쓰일 수 있는 이유(성균관대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문제 3-ⅰ)’ △‘인간의 혈액형 즉 적혈구의 혈청학적 유형이 다양하게 된 이유(성균관대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3-ⅱ)’ 등이 출제됐다.
○ 논제 풀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지 2개월이 지난 사람에게 역전사 효소 저해제를 투여하고 있다. 이 경우 ① HIV 감염에 의한 무증상기 진행 정도와, ② 에이즈 발병 여부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과 비교하여 추론하시오. (건국대 2008학년도 1학기 수시 문제 3-1)
우선 [제시문 3]의 (가)를 여러 번 읽어야 다음 추론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와 인체의 면역체계가 서로 생존 경쟁을 하게 된다’는 제시문의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 정의해 보자.
[정의] 생존 경쟁이란 일반적으로 ‘공통의 서식지나 먹이를 두고’ 혹은 ‘쫓고 쫓기는’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HIV와 T림프구 사이는 그렇게 명백히 해석할 수가 없다. 즉 ‘생존 경쟁’을 협의로 정의하여 ‘HIV는 T림프구를 파괴하고 T림프구는 HIV를 제거한다’는 의미 정도로 정의하자. 이 정의로 아래의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
[의문] HIV의 숙주 세포가 T림프구라는 사실은 HIV에 있어 T림프구는 단지 먹이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T림프구가 단지 먹이라면 HIV와 어떻게 생존 경쟁을 한다는 말인가?
[풀이] T림프구가 파괴될 때 새로 조립된 HIV가 방출되는데, 이때까지 T림프구는 혈액 속의 HIV를 죽일 수 있다. 그러나 T림프구 속의 HIV는 죽일 수 없다.
[추론] 따라서 감염 초기에는 림프구가 생존 경쟁의 우위를 차지하지만 그렇다고 HIV를 모두 제거할 수 없다. 이때가 ‘무자각기’다. 그러나 이런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면 인체의 면역체계가 약화되는 어느 시점에서 모든 림프구가 HIV에 의해 감염된다. 문항 ②의 ‘에이즈 발병’도 정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의]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를 두고 ‘발병했다’고 정의하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다른 질병과는 달리 무증상기라는 시기가 있어서 감염이 곧바로 증세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증세를 기준으로 발병 여부를 결정한다면 HIV 바이러스에 의해 몸 안의 거의 모든 T림프구가 파괴되어 면역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다른 병원체에 의하여 추가적으로 감염된 때로 봐야 할 것이다.
[의문] 제시문 하단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어떤 자극’이 에이즈 발병 시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누구나 생각할 것인데, 그 자극에 의해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가 빨라지는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풀이] 두 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다. ①그 자극에 의해 숙주 세포의 유전물질에 삽입된 HIV의 DNA 게놈의 전사가 활발히 진행되었거나, 역전사 기능이 활발히 진행됐다. ②그 자극에 의해 용균성 생활사가 시작되면서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가 높아졌다. 어느 경우이든 역전사 효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추론] 갑과 을은 2개월 동안 감염된 상태에 있었으나 을은 3개월째부터 치료받았다. 2개월 만에 모든 T림프구가 파괴되면서 면역능력이 상실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약물을 처방받은 을의 경우에는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약물을 오래 복용한다고 할지라도 완전한 치료, 즉 더는 보균자가 아닌 상태로 회복될 것 같지 않다.
○ 논제 풀이
[제시문3]의 (나)에서 언급된 ‘HIV 단일 클론 항체 생산용 융합세포’가 HIV에 감염되었을지에 대해 판정하시오. (건국대 2008학년도 1학기 수시 문제 3-2)
대입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뛰어난 추론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문제처럼 탄탄한 개념 정의, 즉 기본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세포융합의 전(全) 과정을 고려할 때, 쥐의 B림프구가 이미 HIV에 감염된 상태가 아니라면 문제의 융합세포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잠깐 ‘세포융합’에 대해 알아보자. 세포융합이란 세포막을 융합시켜 두 개의 세포를 하나로 만드는 기술인데, 이렇게 해서 태어난 융합세포는 처음의 두 세포가 갖고 있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따라서 두 세포 중에서 어느 한 쪽이라도 HIV에 감염되어 있었다면 융합세포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세포가 HIV에 감염되려면 두 개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완벽한 에이즈 바이러스 입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염될 세포의 표면에 수용체 단백질인 CD4와 CCD4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용체 단백질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볼 때 쥐의 B림프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일 수 없다고 추정되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쥐라서 그렇다는 것인데, 사람의 특정 T림프구에서 발견되는 수용체 단백질이 쥐에게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다음으로 B림프구라서 그렇다는 것인데, 수용체 단백질인 CD4와 CCD4는 B림프구가 아닌 T림프구의 표면에서 발견된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일 클론 항체 생산용 융합세포는 HIV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다.
○ 논제 풀이
감기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ABO식 혈액형의 존재 가치에 대하여 논하시오. (성균관대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문제 3-ⅱ)
혈액형은 20세기 초 란트슈타이너(Landsteiner)에 의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26가지 종류가 연구됐다. 그중에서 ABO식과 Rh식은 수혈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특히 중요하다. 혈액형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가령 ABO식에서는 항원의 종류가 4가지이지만 Rh식에서는 46가지의 항원이 있다―이유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혈액형은 일반적으로 적혈구의 표면 항원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표면에 돌출된 당단백질이나 당지질이 항체 생산을 자극하는 항원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성 미생물이 숙주 세포에 붙어 침입을 시도하는 과정에 이러한 당단백질이나 당지질이 종종 중요한 장소로 이용된다. 물론 한때는 인구 집단 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병원체였을지라도 여러 번의 변화가 일어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오늘날 그 병원체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과 B형이 있는데, 독감 A형에는 혈액형 B형이 가장 약하고 독감 B형에는 혈액형 A형이 가장 약하다. 여기서 약하다는 의미는 그 독감 바이러스를 체내에 보균하는 능력이 높고, 보균하고 있다 보니 전혀 새로운 변종이 출현하는 혈액형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균의 기억도, 특정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강한 항체 생산 능력도 없는 O형은 새로운 변종 독감이 창궐하는 시기에 가장 민감하고 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좁은 의미에서 말하면, 독감 A형의 숙주는 혈액형 B형이며 독감 B형의 숙주는 혈액형 A형이라고 볼 수 있다.
논제의 감기 바이러스는 혈액형 A형을 전멸시켰다. 그러나 오늘날 혈액형 A와 B가 모두 존재한다는 사실로부터 혈액형 B형을 전멸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그 이후에 발생했고 이러한 질병의 출현은 서로 돌아가며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인구 내에서 과도하게 유전자 빈도가 감소한 A 혈액형 유전자가 결국에는 소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백광현 ㈜엘림에듀 대표 집필위원
■ 자연계 학생 논리적 토의하기
17세기 초 사람들은 빛에는 속도가 없어서 어떤 거리든 순간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G. 갈릴레오는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조수와 함께 실험을 했다. 어느 맑은 날 밤 두 사람은 서로 1.6km 떨어진 두 언덕 위에 올랐다. 두 사람 다 손에 셔터가 있는 랜턴을 들고 있었다. 셔터를 내리면 불빛을 가릴 수 있었다. 갈릴레오는 조수에게 자신의 랜턴 불빛이 보이면 즉시 조수의 랜턴 셔터를 올리라고 말해두었다. 랜턴 불빛이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지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스프링으로 작동되는 회중시계가 유행하고 있었으나 갈릴레오는 진자 운동도 시계의 원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토의할 논제
갈릴레오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데 실패했다. 그 이유를 추론하시오.
○ 학생과 교수의 대화
학생: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당시의 시계가 오늘날처럼 시, 분, 초까지 측정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면 당연히 속도를 재는 것도 불가능할 테니 갈릴레오의 실패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교수: 글쎄…. 자네의 말에 오류가 있군. 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속도를 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네.
학생: 정정하겠습니다. 가령 회중시계에 초침이 없고, 측정 대상은 실제로 2초 정도라면 측정은 언제나 0분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진자를 통해 시간을 측정했을 것이라고 가정해도 1회 주기 운동보다 훨씬 짧은 시간은 공식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수: 이론적으로야 그렇겠지만 실험 장소에 있던 갈릴레오는 시계가 어떤 결과를 주든지 빛이 갔다 오는 동안의 시차를 감지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되는데 어떤가?
학생: 빛의 속도가 초당 30만 km임을 감안할 때 1.6km는 겨우 0.000005초에 해당하는데요. 사람의 감각 능력이 이렇게 짧은 시차를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형광등만 해도 초당 120번 깜박인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지 않습니까?
교수: 자네 말이 맞네. 그러나 혹시 갈릴레오가 시차를 감지했다면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에 동의하는가?
학생: 이제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교수님은 갈릴레오가 실험에 실패한 이유가 본질적으로 시계가 얼마나 정확한가라는 요인에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짧은 거리라서 시차가 측정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거죠?
교수: 그렇다네. 0.000005초는 어느 누구라도 감지할 수 없는 시차라네. 그러나 조수가 불빛을 보고 자신의 랜턴의 셔터를 열기까지의 시간은 갈릴레오가 알아차릴 수 있는, 그래서 측정할 수 있는 시차라고 볼 수 있지. 그렇다면 왜 실험에 실패한 것일까?
학생: 정의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값에 어느 정도 근사치가 될 때 ‘실험에 성공했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설정하면 당연히 당시의 수준에서는….
교수: 자네도 이해하겠지만 그런 정의는 과학에 혼란을 일으킬 뿐이라네. 못 들은 것으로 하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할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얻은 탓으로 본다면 어떤 측정 결과가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까?
학생: 변덕스러운 결과라면 해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가령 한 번은 0초가 나오고 다른 경우에는 10초가 나오는 등 심하게 들쑥날쑥한 경우에는 오차가 지나치게 커서 신뢰할 만한 측정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교수: 훌륭한 분석이야. 그러나 실제로는 측정 결과의 폭이 0초에서 10초까지 넓었으리라고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논제의 유효한 답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네. 처음으로 돌아가세. 당시 갈릴레오는 빛의 속도를 무한으로 믿고 있던 과학계에 대해 그렇지 않음을 증명해야 했으니까, 측정 결과가 0이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이 필요했겠지. 그러나 조수의 신경반응을 고려하더라도 1초를 넘을 수 없었을 것이고, 또 이런 짧은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도 없어서 결국 0이 아님을 혹시 느낄 수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렇다고 0이 아님을 증명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네.
■ 과학, 논술을 만나다
혈액형 O형은 왜 독감에 취약할까
《이 코너를 공부하려면 건국대 2008학년도 1학기 수시논술 문항3, 성균관대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논술 문제 3-ⅰ. 3-ⅱ를 각 대학 입학 관련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으셔야 합니다.》
○ 배경지식
영국의 의사였던 에드워드 제너는 1796년 우유 짜는 목장 소녀 넬스가 우두에 걸린 것을 알고, 소녀의 종기에서 고름을 짜내어 핍스라는 여덟 살 먹은 아이에게 접종했다. 핍스는 가벼운 열병을 앓으면서 피부에 물집이 잡혔지만 후에 완전히 나았다. 마침내 1798년 제너는 23명의 환자에게 천연두 백신을 접종시켰다고 발표했다.
우두는 소에게 생긴 마마이고 천연두는 사람에게 생기는 마마이다. 천연두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우두는 소가 걸리는 가벼운 질병이다. 천연두는 한 번 걸리면 얼굴이 흉해지고 상황에 따라서는 목숨까지 잃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제너는 우두에 감염되었던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경험적 사실을 이미 1773년에 알고 있었으나 26년 후에야 ‘예방주사’로 불리는 백신의 개념에 도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소에서 생긴 약한 마마 균을 사람 몸에 주사하면 사람에게는 점염되지 않고 항체가 생겨 면역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 관련 기출 문제
대입 논술고사에는 면역과 관련된 문제가 거의 출제되지 않았다. 아마도 관련 지식의 전문성이 높아 논제로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살펴보면 △‘면역 여부에 따른 홍역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생성 반응의 양상에 관하여(한양대 2008학년도 수시 2-1 문제2)’ △‘주변 환경의 위생 수준과 소아마비 발병률과의 관계(건국대 2009학년도 예시논술 문제 3-1)’ △‘프리온 예방 주사를 통해 광우병을 퇴치할 수 없는 이유(건국대 2009학년도 예시논술 문제 3-2)’ △‘탄수화물이 세포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요소로 쓰일 수 있는 이유(성균관대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문제 3-ⅰ)’ △‘인간의 혈액형 즉 적혈구의 혈청학적 유형이 다양하게 된 이유(성균관대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3-ⅱ)’ 등이 출제됐다.
○ 논제 풀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지 2개월이 지난 사람에게 역전사 효소 저해제를 투여하고 있다. 이 경우 ① HIV 감염에 의한 무증상기 진행 정도와, ② 에이즈 발병 여부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과 비교하여 추론하시오. (건국대 2008학년도 1학기 수시 문제 3-1)
우선 [제시문 3]의 (가)를 여러 번 읽어야 다음 추론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와 인체의 면역체계가 서로 생존 경쟁을 하게 된다’는 제시문의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 정의해 보자.
[정의] 생존 경쟁이란 일반적으로 ‘공통의 서식지나 먹이를 두고’ 혹은 ‘쫓고 쫓기는’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HIV와 T림프구 사이는 그렇게 명백히 해석할 수가 없다. 즉 ‘생존 경쟁’을 협의로 정의하여 ‘HIV는 T림프구를 파괴하고 T림프구는 HIV를 제거한다’는 의미 정도로 정의하자. 이 정의로 아래의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
[의문] HIV의 숙주 세포가 T림프구라는 사실은 HIV에 있어 T림프구는 단지 먹이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T림프구가 단지 먹이라면 HIV와 어떻게 생존 경쟁을 한다는 말인가?
[풀이] T림프구가 파괴될 때 새로 조립된 HIV가 방출되는데, 이때까지 T림프구는 혈액 속의 HIV를 죽일 수 있다. 그러나 T림프구 속의 HIV는 죽일 수 없다.
[추론] 따라서 감염 초기에는 림프구가 생존 경쟁의 우위를 차지하지만 그렇다고 HIV를 모두 제거할 수 없다. 이때가 ‘무자각기’다. 그러나 이런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면 인체의 면역체계가 약화되는 어느 시점에서 모든 림프구가 HIV에 의해 감염된다. 문항 ②의 ‘에이즈 발병’도 정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의]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를 두고 ‘발병했다’고 정의하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다른 질병과는 달리 무증상기라는 시기가 있어서 감염이 곧바로 증세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증세를 기준으로 발병 여부를 결정한다면 HIV 바이러스에 의해 몸 안의 거의 모든 T림프구가 파괴되어 면역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다른 병원체에 의하여 추가적으로 감염된 때로 봐야 할 것이다.
[의문] 제시문 하단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어떤 자극’이 에이즈 발병 시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누구나 생각할 것인데, 그 자극에 의해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가 빨라지는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풀이] 두 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다. ①그 자극에 의해 숙주 세포의 유전물질에 삽입된 HIV의 DNA 게놈의 전사가 활발히 진행되었거나, 역전사 기능이 활발히 진행됐다. ②그 자극에 의해 용균성 생활사가 시작되면서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가 높아졌다. 어느 경우이든 역전사 효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추론] 갑과 을은 2개월 동안 감염된 상태에 있었으나 을은 3개월째부터 치료받았다. 2개월 만에 모든 T림프구가 파괴되면서 면역능력이 상실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약물을 처방받은 을의 경우에는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약물을 오래 복용한다고 할지라도 완전한 치료, 즉 더는 보균자가 아닌 상태로 회복될 것 같지 않다.
○ 논제 풀이
[제시문3]의 (나)에서 언급된 ‘HIV 단일 클론 항체 생산용 융합세포’가 HIV에 감염되었을지에 대해 판정하시오. (건국대 2008학년도 1학기 수시 문제 3-2)
대입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뛰어난 추론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문제처럼 탄탄한 개념 정의, 즉 기본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세포융합의 전(全) 과정을 고려할 때, 쥐의 B림프구가 이미 HIV에 감염된 상태가 아니라면 문제의 융합세포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잠깐 ‘세포융합’에 대해 알아보자. 세포융합이란 세포막을 융합시켜 두 개의 세포를 하나로 만드는 기술인데, 이렇게 해서 태어난 융합세포는 처음의 두 세포가 갖고 있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따라서 두 세포 중에서 어느 한 쪽이라도 HIV에 감염되어 있었다면 융합세포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세포가 HIV에 감염되려면 두 개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완벽한 에이즈 바이러스 입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염될 세포의 표면에 수용체 단백질인 CD4와 CCD4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용체 단백질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볼 때 쥐의 B림프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일 수 없다고 추정되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쥐라서 그렇다는 것인데, 사람의 특정 T림프구에서 발견되는 수용체 단백질이 쥐에게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다음으로 B림프구라서 그렇다는 것인데, 수용체 단백질인 CD4와 CCD4는 B림프구가 아닌 T림프구의 표면에서 발견된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일 클론 항체 생산용 융합세포는 HIV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다.
○ 논제 풀이
감기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ABO식 혈액형의 존재 가치에 대하여 논하시오. (성균관대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문제 3-ⅱ)
혈액형은 20세기 초 란트슈타이너(Landsteiner)에 의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26가지 종류가 연구됐다. 그중에서 ABO식과 Rh식은 수혈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특히 중요하다. 혈액형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가령 ABO식에서는 항원의 종류가 4가지이지만 Rh식에서는 46가지의 항원이 있다―이유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혈액형은 일반적으로 적혈구의 표면 항원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표면에 돌출된 당단백질이나 당지질이 항체 생산을 자극하는 항원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성 미생물이 숙주 세포에 붙어 침입을 시도하는 과정에 이러한 당단백질이나 당지질이 종종 중요한 장소로 이용된다. 물론 한때는 인구 집단 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병원체였을지라도 여러 번의 변화가 일어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오늘날 그 병원체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과 B형이 있는데, 독감 A형에는 혈액형 B형이 가장 약하고 독감 B형에는 혈액형 A형이 가장 약하다. 여기서 약하다는 의미는 그 독감 바이러스를 체내에 보균하는 능력이 높고, 보균하고 있다 보니 전혀 새로운 변종이 출현하는 혈액형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균의 기억도, 특정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강한 항체 생산 능력도 없는 O형은 새로운 변종 독감이 창궐하는 시기에 가장 민감하고 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좁은 의미에서 말하면, 독감 A형의 숙주는 혈액형 B형이며 독감 B형의 숙주는 혈액형 A형이라고 볼 수 있다.
논제의 감기 바이러스는 혈액형 A형을 전멸시켰다. 그러나 오늘날 혈액형 A와 B가 모두 존재한다는 사실로부터 혈액형 B형을 전멸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그 이후에 발생했고 이러한 질병의 출현은 서로 돌아가며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인구 내에서 과도하게 유전자 빈도가 감소한 A 혈액형 유전자가 결국에는 소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백광현 ㈜엘림에듀 대표 집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