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사설]틈만 나면 나라 흔드는 대통령
설경.
2008. 10. 10. 13:49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지만 그 뿌리가 매우 깊고, 매우 넓게 형성돼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념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틈만 나면 국가를 분열시키고, 틈만 나면 국가를 흔들려고 하는 세력은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임기 중 어떻게 하든 확고한 국가 정체성을 살리는 일을 반드시 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간 여권이 거론해온 ‘좌파 타령’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결국 ‘좌파세력이 이념 갈등을 일으켜 현재의 국정난맥을 초래하고 있다’는 ‘MB식’ 진단으로 보인다.
이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과서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며, 교착된 남북관계는 10년 동안의 ‘짝사랑’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일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국민 건강권을 촉구한 촛불시위가 좌파 세력의 집단저항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의 연장선에서 편향된 교과서가 국가 정체성을 위협하고,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은 북한 동조세력, 즉 종북론자들의 준동이라는 사고의 일단을 내비친 것이라 하겠다. 배후는 이 정권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의 정권 담당자와 추종세력, 즉 좌파세력이라는 것이다. 보수색 짙은 재향군인회의 회장단과 임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지만 국민통합을 이끌어야 할 우리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냉전적이고, 편협한 대통령의 사고는 다시금 우리를 절망하고 좌절케 한다. 수도 없이 지적한 촛불시위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의 업적을 인정한다면서 역사 교과서에 ‘친일파와 독재자의 승리’를 기록하자고 나설 수 없는 노릇이다. “같은 동족을 도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빙자하고, 좌파세력이 이념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말도 자가당착적이다. 목표엔 동의하나 좌파 때문에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고백 아닌가. 무소신·무철학과 일방적 국정운영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세력들을 싸잡아 좌파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발본색원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이다. 지지세력의 재결집을 꾀하는 전형적 편가르기 아닌가.
하물며 지금은 전 세계적 경제 위기로 나라 안팎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호소하고 국민들의 협력을 구하기에도 시간과 노력이 부족하다. 오죽했으면 야당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외치고 나서겠는가. 그런 마당에 철 지난 색깔론으로 국가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이 대통령이 오는 13일부터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국민 정책 홍보에 나선다고 한다. ‘민주당=좌파정권’을 입에 달고 사는 한나라당 대표는 취임 100일 회견을 통해 정쟁 중단을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촉구하고 나섰다. 뒤통수 때리면서 악수하자는 격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변화와 신뢰의 회복이지, 과거회귀형 분열과 혼란이 아니다. 국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려는 자세가 전제됨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틈만 나면 국가를 흔드는 세력’은 진정 누구인가. 이 정권이 지난 7개월여 동안 ‘좌파 정권’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좌파 타령 즉, 색깔론을 편 것 외에 단 한 번이라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적이 있는가. 이대로 가다간 현재의 경제 위기도 좌파세력의 탓으로 돌리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현재와 미래보다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와 싸운 결과 돌아온 것은 국민 분열과 갈등이다. 20~30%대 지지율의 실체도 여기에 있다. 이 대통령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들을 찢어놓으며 세월만 허송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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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과서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며, 교착된 남북관계는 10년 동안의 ‘짝사랑’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일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국민 건강권을 촉구한 촛불시위가 좌파 세력의 집단저항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의 연장선에서 편향된 교과서가 국가 정체성을 위협하고,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은 북한 동조세력, 즉 종북론자들의 준동이라는 사고의 일단을 내비친 것이라 하겠다. 배후는 이 정권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의 정권 담당자와 추종세력, 즉 좌파세력이라는 것이다. 보수색 짙은 재향군인회의 회장단과 임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지만 국민통합을 이끌어야 할 우리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냉전적이고, 편협한 대통령의 사고는 다시금 우리를 절망하고 좌절케 한다. 수도 없이 지적한 촛불시위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의 업적을 인정한다면서 역사 교과서에 ‘친일파와 독재자의 승리’를 기록하자고 나설 수 없는 노릇이다. “같은 동족을 도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빙자하고, 좌파세력이 이념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말도 자가당착적이다. 목표엔 동의하나 좌파 때문에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고백 아닌가. 무소신·무철학과 일방적 국정운영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세력들을 싸잡아 좌파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발본색원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이다. 지지세력의 재결집을 꾀하는 전형적 편가르기 아닌가.
하물며 지금은 전 세계적 경제 위기로 나라 안팎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호소하고 국민들의 협력을 구하기에도 시간과 노력이 부족하다. 오죽했으면 야당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외치고 나서겠는가. 그런 마당에 철 지난 색깔론으로 국가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이 대통령이 오는 13일부터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국민 정책 홍보에 나선다고 한다. ‘민주당=좌파정권’을 입에 달고 사는 한나라당 대표는 취임 100일 회견을 통해 정쟁 중단을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촉구하고 나섰다. 뒤통수 때리면서 악수하자는 격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변화와 신뢰의 회복이지, 과거회귀형 분열과 혼란이 아니다. 국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려는 자세가 전제됨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틈만 나면 국가를 흔드는 세력’은 진정 누구인가. 이 정권이 지난 7개월여 동안 ‘좌파 정권’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좌파 타령 즉, 색깔론을 편 것 외에 단 한 번이라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적이 있는가. 이대로 가다간 현재의 경제 위기도 좌파세력의 탓으로 돌리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현재와 미래보다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와 싸운 결과 돌아온 것은 국민 분열과 갈등이다. 20~30%대 지지율의 실체도 여기에 있다. 이 대통령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들을 찢어놓으며 세월만 허송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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