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유형별 논술 교과서 / 15. 현실 적용 -도덕적 삶, 물질적 삶
설경.
2008. 10. 14. 15:31
[한겨레]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15. 현실 적용(사례 제시)
관련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수준-고2~고3]
도덕적 삶, 물질적 삶
■ 기출유형 1 (사례 및 해결책 제시) 아래 글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지 제시문 에 나타나 있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여 정리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시오. (700자 내외)
한국 사회에서는 자라나는 세대에게나 기성세대 모두 각자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성실한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닦아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성세대들에게는 각자의 위치에 맞는 능력을 갖추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부지런히 사는 사람을 바람직한 사람의 전형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생활 자세의 강조가 한국 사회를 발전시킨 커다란 힘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외국인들도 근면·성실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관심과 노력이 도덕적인 삶의 영역에서는 얼마나 나타나고 있는지를 반성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한 사회가 더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데, 한국인들의 관심은 지나치게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에만 집중되어, 도덕적 삶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에 비해 도덕적 삶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예를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들의 의식과 그들을 가르치는 교육 현실에서 엿볼 수 있다. 물론, 가정이나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도덕적 삶의 중요성과 사람의 됨됨이를 가르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한 가르침들은 원론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더욱이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청소년들 모두 도덕적 삶의 필요성을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경구가 많다. 이에 비해, 청소년들은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지식 및 기능의 습득에 대해서는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고, 대부분의 시간을 그러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바치고 있다.
교육 현장이 아닌 현실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도덕적 삶에 대한 관심보다 물질적으로 향상된 삶을 살기 위한 관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뒤지지 않고 살아남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간혹 어떤 사람들은 도덕적 삶에 대한 강조를 정신적 허영심이나 현실 사회에 대한 회피로 비하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도덕적 삶의 의미 및 도덕적 삶을 살기 위한 노력들이 많은 한국인들의 주요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아무리 풍요롭고 튼튼한 정치·경제·군사적 기반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에 합당한 정신문화, 도덕적 삶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부족한 나라는 오랜 역사를 이어 온 예가 거의 없다. 오히려 물질적 풍요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있더라도, 정신적·도덕적으로 무장된 국민들이 있을 때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했던 국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교육과학부) 204~205쪽
현대문명의 ‘빠름’과 심적 여유
■ 기출유형 2 (사례 제시 및 분석) 제시문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지 제시문에 나타나 있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여 정리하고, 문제의 원인을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측면에서 서술하시오. (700자 내외)
라틴 문화권에는 ‘시에스타’(Siesta)라는 낮잠 자는 풍습이 있다. 이 낮잠 시간은 보통 점심식사 뒤 2시부터 4시까지인데, 다수의 업소나 관공서가 이 시간에는 문을 닫는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시간대에 공식적으로, 그것도 범국민적으로 낮잠을 자다니, 우리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풍습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빌어먹을 제도라고 욕 많이 했다. 그러나 욕만 먹을 제도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유학을 마친 뒤 곧 이어진 초스피드의 서울 생활은, 누가 ‘김치’나 ‘치즈’라고 해주는 사람도 없었건만, 기꺼이 웃고 있는 멕시코 유학 시절의 나의 사진을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 보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속도에 생존이 달려 있고, 풍요도 거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빠르지 않으면 치열한 속도전과 무한경쟁의 패자로 낙인찍힐 것 같은 강박증에 빠진다. 신은 인간의 교만을 미워한 나머지 인간이 갖고 있던 것 중 가장 고귀한 것을 빼앗아 어디에 숨기려 했다. 그 보물을 어디다 두면 쉽게 찾지 못할까 고민하던 끝에, 인간은 높고 깊은 산과 바다는 탐험하려 들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을 알고, 그 보물을 마음속에 두게 된다.
이처럼 행복이라는 보물이 마음속에 있다면, 마음속을 여행하는 데는 고속력이 필요 없지 않은가. 오히려 빠르면 지나쳐버리기에, 마음의 속도는 되도록 늦추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 보물을 찾으려 오로지 ‘빨리빨리’를 외치며 동분서주한다면 스스로 미궁에 빠지는 형국을 자초할 것이다. 날개가 있다 한들 인간이 비행기를 발명하지 않았겠는가. 최소한 파란불 신호에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하는 앞차를 향해 빵빵거리는 우리는 날개가 있다 해도 비행기를 발명했을 것이다. 문제는 현대문명의 ‘빠름’ 자체보다 그 빠름에 길들여져 잠시도 쉬지 못하고 천방지축 질주하는 우리 마음이다. 앞차를 박을 듯 운전하고, 에스컬레이터에서조차 뛰는 민족은 그리 흔치 않다. 바쁜 세상에서 조화롭고 사랑이 깃든 삶을 꾸리자면 그 무엇보다 심적 여유가 필요하다. 때로는 소걸음으로 출근해 보라. 그리고 낮잠도 자 보라. 고래나 거북처럼 오래 사는 동물들은 한결같이 느리다. ‘신은 왜 인간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나?’ 그 이유는 겨우내 묵혀 놓았던 찐쌀 씹듯 곱씹을 만한 것이다.
-구광렬(시인·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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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논술 교과서 / 15. 현실 적용(사례 제시)
관련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수준-고2~고3]
도덕적 삶, 물질적 삶
■ 기출유형 1 (사례 및 해결책 제시) 아래 글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지 제시문 에 나타나 있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여 정리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시오. (700자 내외)
한국 사회에서는 자라나는 세대에게나 기성세대 모두 각자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성실한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닦아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성세대들에게는 각자의 위치에 맞는 능력을 갖추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부지런히 사는 사람을 바람직한 사람의 전형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생활 자세의 강조가 한국 사회를 발전시킨 커다란 힘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외국인들도 근면·성실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관심과 노력이 도덕적인 삶의 영역에서는 얼마나 나타나고 있는지를 반성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한 사회가 더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데, 한국인들의 관심은 지나치게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에만 집중되어, 도덕적 삶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에 비해 도덕적 삶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예를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들의 의식과 그들을 가르치는 교육 현실에서 엿볼 수 있다. 물론, 가정이나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도덕적 삶의 중요성과 사람의 됨됨이를 가르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한 가르침들은 원론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더욱이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청소년들 모두 도덕적 삶의 필요성을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경구가 많다. 이에 비해, 청소년들은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지식 및 기능의 습득에 대해서는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고, 대부분의 시간을 그러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바치고 있다.
교육 현장이 아닌 현실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도덕적 삶에 대한 관심보다 물질적으로 향상된 삶을 살기 위한 관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뒤지지 않고 살아남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간혹 어떤 사람들은 도덕적 삶에 대한 강조를 정신적 허영심이나 현실 사회에 대한 회피로 비하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도덕적 삶의 의미 및 도덕적 삶을 살기 위한 노력들이 많은 한국인들의 주요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아무리 풍요롭고 튼튼한 정치·경제·군사적 기반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에 합당한 정신문화, 도덕적 삶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부족한 나라는 오랜 역사를 이어 온 예가 거의 없다. 오히려 물질적 풍요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있더라도, 정신적·도덕적으로 무장된 국민들이 있을 때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했던 국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교육과학부) 204~205쪽
현대문명의 ‘빠름’과 심적 여유
■ 기출유형 2 (사례 제시 및 분석) 제시문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지 제시문에 나타나 있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여 정리하고, 문제의 원인을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측면에서 서술하시오. (700자 내외)
라틴 문화권에는 ‘시에스타’(Siesta)라는 낮잠 자는 풍습이 있다. 이 낮잠 시간은 보통 점심식사 뒤 2시부터 4시까지인데, 다수의 업소나 관공서가 이 시간에는 문을 닫는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시간대에 공식적으로, 그것도 범국민적으로 낮잠을 자다니, 우리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풍습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빌어먹을 제도라고 욕 많이 했다. 그러나 욕만 먹을 제도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유학을 마친 뒤 곧 이어진 초스피드의 서울 생활은, 누가 ‘김치’나 ‘치즈’라고 해주는 사람도 없었건만, 기꺼이 웃고 있는 멕시코 유학 시절의 나의 사진을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 보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속도에 생존이 달려 있고, 풍요도 거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빠르지 않으면 치열한 속도전과 무한경쟁의 패자로 낙인찍힐 것 같은 강박증에 빠진다. 신은 인간의 교만을 미워한 나머지 인간이 갖고 있던 것 중 가장 고귀한 것을 빼앗아 어디에 숨기려 했다. 그 보물을 어디다 두면 쉽게 찾지 못할까 고민하던 끝에, 인간은 높고 깊은 산과 바다는 탐험하려 들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을 알고, 그 보물을 마음속에 두게 된다.
이처럼 행복이라는 보물이 마음속에 있다면, 마음속을 여행하는 데는 고속력이 필요 없지 않은가. 오히려 빠르면 지나쳐버리기에, 마음의 속도는 되도록 늦추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 보물을 찾으려 오로지 ‘빨리빨리’를 외치며 동분서주한다면 스스로 미궁에 빠지는 형국을 자초할 것이다. 날개가 있다 한들 인간이 비행기를 발명하지 않았겠는가. 최소한 파란불 신호에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하는 앞차를 향해 빵빵거리는 우리는 날개가 있다 해도 비행기를 발명했을 것이다. 문제는 현대문명의 ‘빠름’ 자체보다 그 빠름에 길들여져 잠시도 쉬지 못하고 천방지축 질주하는 우리 마음이다. 앞차를 박을 듯 운전하고, 에스컬레이터에서조차 뛰는 민족은 그리 흔치 않다. 바쁜 세상에서 조화롭고 사랑이 깃든 삶을 꾸리자면 그 무엇보다 심적 여유가 필요하다. 때로는 소걸음으로 출근해 보라. 그리고 낮잠도 자 보라. 고래나 거북처럼 오래 사는 동물들은 한결같이 느리다. ‘신은 왜 인간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나?’ 그 이유는 겨우내 묵혀 놓았던 찐쌀 씹듯 곱씹을 만한 것이다.
-구광렬(시인·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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