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네티즌, 유인촌 장관 때문에 ‘성질이 뻗쳐 정말...’
설경.
2008. 10. 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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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국정감사장 욕설 파문이 본인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오히려 사과의 진정성 등을 놓고 더욱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 네티즌은 “언제부터 18(7+4+7=18)이 욕설이 아닌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수사로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격한 감정을 표출해 낼 국민들에게 ‘사이버 모욕’이니 ‘악플’이니 하는 소리부터 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MB정권의 대선공약인 747정책이 국민들 앞에서 욕설을 지껄이는 바로 이런 것이었느냐”며 조소하기도 했다.
급기야 한 네티즌은 “국회에서 욕설을 하고 방송기자들에게 촬영을 중단하게 하는 유 장관의 발언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이 모두 유 장관을 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알아서 사퇴하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네티즌 서명운동을 제안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이 서명운동에는 28일 오전 11시 현재 8800여명의 네티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파문이 일자 유 장관은 지난 26일 ‘국감장 막말’에 대해 “국민과 언론인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소용이 없다.
문화부의 해명 때문이다. 문화부는 문제의 장면을 담은 방송 테이프를 살펴본 뒤 “욕설을 한 것이 아니라 다만 격한 감정을 스스로에게 드러낸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부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은 장관이 하는 욕설은 격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고, 네티즌들이 하는 욕설은 사이버 모욕죄가 성립돼 댓글을 단속하려는 것이냐고 강하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때문에 네티즌들은 대국민 사과를 넘어 유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유 장관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퇴론에 대해서 “지금껏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서 물러날 때는 책임지고 물러날 생각”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를 해석해 보면 이번일로 사퇴할 생각은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사과는 하되 사퇴할 만큼의 중대 사안은 아니라는 안일한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터넷 공간에서 욕설 등이 담긴 악성 댓글을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규정하고 반의사불벌죄 형태의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한명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6일 유 장관은 국감장에서 “지금의 법으로는 악플 등이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법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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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상에서 일어나는 욕설에 대해서도 법을 만들어 단속하겠다는 주무부처 장관이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욕설을 쏟아낸 것이 어찌 장관직을 사퇴할 만한 일이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다. 장관이 하면 로맨스, 네티즌이 하면 불륜이란 말인가. 유 장관은 네티즌들의 요구처럼 이번 일을 반성하는 뜻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댓글에 욕설을 달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선뜻 받아들일 수 있는 네티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정부는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 악플을 단속하기 이전에 유 장관의 입부터 먼저 단속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 장관 때문에 성질 뻗친 수많은 네티즌들의 요구인 것이다.
<엄호동 |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rspl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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