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18. 선택 및 근거 제시/선택한 관점의 근거·한계를 지적하라
설경.
2008. 11. 3. 19:02
[한겨레]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18. 선택 및 근거 제시
기출문제 유형 1 - 연세대 2008학년도 정시 [난이도 수준-중2~고1]
제시문 (나), (다) 각각의 입장에서 제시문 (가)의 밑줄 친 부분의 타당성을 검토하시오.
(가) 민족의 정체성과 그 기원에 관해서는 근원주의와 상황주의라는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민족을 근원적인 성격을 가진 집단으로 본다. 이때 민족은 선천적인, 그리고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핏줄로 이어지는 가족처럼, 인간에게 본래 주어진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민족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민족을 유전적 선택 과정과 합목적성의 확장으로 간주하는 주장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인식, 태도, 감정의 문제로 본다. 개인의 상황이 변화하면 그의 집단정체성이나 소속감도 변화할 것이다. 혹은 적어도 어떤 사람의 집단적 정체성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민족적 정체성은 개인이나 집단들의 이해관계, 정치 사회적 목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그런데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 우리는 민족 정체성을 역사적, 상징적, 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민족은 문화적 집단으로 이해된다. 하나의 민족은 종교, 관습, 언어 또는 제도와 같은 문화적 차이를 통해 다른 민족과 구별되고 기원 신화와 공유된 역사의 기억을 중요시한다. 언어, 종교, 관습 등은 개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지속되거나 때로는 개인들을 제약하기도 하는 문화적 징표들이다. 이러한 문화적 징표들이 객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 그것은 한 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징표들은 또한 특수한 역사적 동인(動因)의 산물이기도 하다.
민족이 문화에 의해 정의된다는 말은, 문화의 요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서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형태가 변하더라도 세대들이 연속성의 느낌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것은 역사 속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과 시대에 대한 공유된 기억 및 그 집단의 운명과 미래에 대해 세대들이 갖는 공통 관념을 뜻한다. 즉, 민족의 정체성은 연속성에 대한 느낌, 공유된 기억, 집단의 운명에 대한 공통 관념 등 문화의 공통성에 의해 형성된다. 여기서 문제는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신화, 상징, 기억, 가치들이 변형되는 가운데서도, 어떻게 문화적 정체성이 여전히 한 민족의 구성원들을 다른 민족들로부터 구별 짓는 징표로 기능할 수 있는가이다.
(나) (생략)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버리고 삼천리 금수강산을 남의 주권 아래에 두며 민족을 다 노예로 만들어놓자는 것이 그 분자(分子)들의 목적이요, 살인과 방화를 일삼아서 참으로 사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말하기를 미국 백성으로 공산당 된 사람은 미국 백성이 아니요, 영국 백성으로 공산당 된 사람은 영국 백성이 아니요, 중국 사람으로 공산당 된 사람은 중국 사람이 아니며, 한인(韓人)으로 공산당 된 사람은 한인의 대접을 받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생략)
(다) (생략) 실상 저들 자본가·중산계급이 외래의 자본주의적 침략에 위협을 당하고 착취당하고 있는 경제적 복종관계의 엄연한 사실이, 저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민족적이라는 좋은 말로 동족 안에 있는 착취, 피착취의 서로 반대되는 양극단의 계급적 의식을 엄폐해버리고, 겉으로는 애국적이라는 의미에서 외화 배척을 말하는 것이며 속으로는 외래의 경제적 정복계급을 축출하고 자기들이 새로운 착취계급으로서 그들을 대신하려 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저들은 민족적, 애국적이라는 감상적인 수사로써 눈물을 흘리며 자기들과 이해(利害)가 완전히 반대되는 노동계급의 지원을 갈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급적으로 자각한 노동자는 저들도 외래의 자본가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을 알며, 따라서 저들 새로운 승냥이와 이리의 전략에 홀려 계급전선을 흐릿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생략)
■ 해결 전략
제시문 (가)에는 민족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세 가지 관점이 나타나 있다. 성급히 제시문을 읽은 경우 (가)의 맨 첫 문장에서 언급한 근원주의와 상황주의만을 인지하고, 세 번째 관점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관점은 (가)의 세 번째 단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민족을 근원주의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핏줄이라는 선천적 조건이 민족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순혈주의에 근거한 단일민족 논의는 근원주의 관점이 적용된 민족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상황주의 관점에서 민족 정체성은 시대적 상황이나 역사적 조건에 따라 달리 규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도 민족 개념에 영향을 끼친다. 근원주의가 선택 불가능한 조건에 의해 민족을 규정한다면, 상황주의에서는 선택 가능하며 가변적이고 유연한 조건으로 민족을 규정짓는다.
세 번째 관점은 민족 정체성을 역사, 문화적인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민족은 관습, 언어, 종교 등과 같은 문화적 요인에 의해 구별되는 문화적 집단이라고 본다.
논제는 이 세 관점 중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하나 골라 그 관점에서 현재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논하고, 그 관점을 선택한 근거 및 한계까지 지적하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과 한계를 고려해 세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선택한 관점이 다른 관점보다 민족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적절한 관점이라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 자료 검색
민족의 현대적 의의 현대에 들어와 민족 개념은 국가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국가의 성립과 함께 국민문화와 국민성이 발달하면서 국민이 바로 민족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다민족 국가에서는 국민과 민족이 엄격하게 구별되기도 한다. 어쨌든 민족이라는 개념은 민족 자신에 의한 자각, 또는 집단에 의한 인식(민족의식)을 계기로 하여 생겨나는 것이다. 이 같은 민족이라는 개념이 현실에서 활성화되는 것은 외부와의 몇 가지 연관관계를 통하여 민족 자신이 자기의 존재(또는 특수성) 혹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민족의식을 각성하게 될 때 가능해진다. 민족의 경계 설정에 사용되는 지표는 사회생활 전반에 걸치는 것도 있고 사회생활의 특정 분야에 한정되는 것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의복, 언어, 가옥 형태, 일반적 생활양식 등의 명시적인 것도 있고 추상적으로는 가치관·윤리관·행위기준 등 문화내용적인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민족 범주와의 사이에서 인원의 개별적인 이동·접촉·혼인·동화 등의 현상이 생겨 민족성의 지표가 되는 문화특징 자체가 변용된다는 것이다. 민족 범주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한 구성원과 비구성원 사이의 이분화 작용이 계속되는 것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 관점 넓히기
다문화사회, 이주민 한국어교육 제도화를
우리는 어느새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접어든 다인종·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다. 지난해 신고한 국내 결혼 건수의 12%가 국제결혼이고, 농촌총각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해 몇 년 뒤면 농어촌 초등학생의 4분의 1이 국제결혼 부부의 자녀로 채워질 전망이라니 이제 더는 단일민족, 순수혈통을 내세워 자랑할 때가 아니다. 이들 대다수가 동남아시아에서 부푼 꿈을 안고 기회의 땅 한국을 찾아온 외국 손님들인 동시에 우리와 함께 산업사회를 이끌어 가는 소중한 일꾼이며 이웃이다. 모든 것이 낯선 이국땅에서 맨 처음 부딪치는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이다. 언어는 인간이 서로 교통하고 협동하는 기본적 수단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부부간의 결혼생활이며 시집 식구와의 교류, 직장에서의 작업수행이 원만히 진행될 리 만무하다. 종종 보도되는 외국인 아내에 대한 남편의 학대, 작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가하는 폭력 등은 원천적으로 의사소통 부재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보편적 복지사회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외국인 언어정책을 간단히 소개한다. 우선 주민등록을 마친 모든 외국인은 스웨덴 국민과 동등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특히 그 나라 말을 모르는 외국 이민자들은 무상으로 700시간 스웨덴어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데 하루 6시간씩 총 6개월에 해당하는 긴 기간이다. 이 기간에 언어교육뿐만 아니라 스웨덴 사회풍습, 직장생활에 필요한 소양교육까지 포함시켜 의사표현은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직장 일을 시작하게 한다. 교육기간은 휴직으로 인정되며 생활비는 고용주가 부담해 왔으나 1986년부터는 사회보조비로 충당한다. 그러니 생활 걱정 없이 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낯선 땅에서 새 삶을 순조롭게 차근차근 시작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한국어 교육을 각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아래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입국 후 단 몇 주일만이라도 기초 한국어 교육을 받도록 제도화하면 생소하고 불안한 타국 생활을 훨씬 안정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변광수 한국외국어대 스칸디나비아어과 명예교수 <한겨레>, 2007년 10월16일치.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유형별 논술 교과서 / 18. 선택 및 근거 제시
기출문제 유형 1 - 연세대 2008학년도 정시 [난이도 수준-중2~고1]
제시문 (나), (다) 각각의 입장에서 제시문 (가)의 밑줄 친 부분의 타당성을 검토하시오.
(가) 민족의 정체성과 그 기원에 관해서는 근원주의와 상황주의라는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민족을 근원적인 성격을 가진 집단으로 본다. 이때 민족은 선천적인, 그리고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핏줄로 이어지는 가족처럼, 인간에게 본래 주어진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민족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민족을 유전적 선택 과정과 합목적성의 확장으로 간주하는 주장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인식, 태도, 감정의 문제로 본다. 개인의 상황이 변화하면 그의 집단정체성이나 소속감도 변화할 것이다. 혹은 적어도 어떤 사람의 집단적 정체성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민족적 정체성은 개인이나 집단들의 이해관계, 정치 사회적 목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그런데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 우리는 민족 정체성을 역사적, 상징적, 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민족은 문화적 집단으로 이해된다. 하나의 민족은 종교, 관습, 언어 또는 제도와 같은 문화적 차이를 통해 다른 민족과 구별되고 기원 신화와 공유된 역사의 기억을 중요시한다. 언어, 종교, 관습 등은 개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지속되거나 때로는 개인들을 제약하기도 하는 문화적 징표들이다. 이러한 문화적 징표들이 객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 그것은 한 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징표들은 또한 특수한 역사적 동인(動因)의 산물이기도 하다.
민족이 문화에 의해 정의된다는 말은, 문화의 요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서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형태가 변하더라도 세대들이 연속성의 느낌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것은 역사 속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과 시대에 대한 공유된 기억 및 그 집단의 운명과 미래에 대해 세대들이 갖는 공통 관념을 뜻한다. 즉, 민족의 정체성은 연속성에 대한 느낌, 공유된 기억, 집단의 운명에 대한 공통 관념 등 문화의 공통성에 의해 형성된다. 여기서 문제는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신화, 상징, 기억, 가치들이 변형되는 가운데서도, 어떻게 문화적 정체성이 여전히 한 민족의 구성원들을 다른 민족들로부터 구별 짓는 징표로 기능할 수 있는가이다.
(나) (생략)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버리고 삼천리 금수강산을 남의 주권 아래에 두며 민족을 다 노예로 만들어놓자는 것이 그 분자(分子)들의 목적이요, 살인과 방화를 일삼아서 참으로 사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말하기를 미국 백성으로 공산당 된 사람은 미국 백성이 아니요, 영국 백성으로 공산당 된 사람은 영국 백성이 아니요, 중국 사람으로 공산당 된 사람은 중국 사람이 아니며, 한인(韓人)으로 공산당 된 사람은 한인의 대접을 받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생략)
(다) (생략) 실상 저들 자본가·중산계급이 외래의 자본주의적 침략에 위협을 당하고 착취당하고 있는 경제적 복종관계의 엄연한 사실이, 저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민족적이라는 좋은 말로 동족 안에 있는 착취, 피착취의 서로 반대되는 양극단의 계급적 의식을 엄폐해버리고, 겉으로는 애국적이라는 의미에서 외화 배척을 말하는 것이며 속으로는 외래의 경제적 정복계급을 축출하고 자기들이 새로운 착취계급으로서 그들을 대신하려 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저들은 민족적, 애국적이라는 감상적인 수사로써 눈물을 흘리며 자기들과 이해(利害)가 완전히 반대되는 노동계급의 지원을 갈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급적으로 자각한 노동자는 저들도 외래의 자본가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을 알며, 따라서 저들 새로운 승냥이와 이리의 전략에 홀려 계급전선을 흐릿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생략)
■ 해결 전략
제시문 (가)에는 민족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세 가지 관점이 나타나 있다. 성급히 제시문을 읽은 경우 (가)의 맨 첫 문장에서 언급한 근원주의와 상황주의만을 인지하고, 세 번째 관점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관점은 (가)의 세 번째 단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민족을 근원주의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핏줄이라는 선천적 조건이 민족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순혈주의에 근거한 단일민족 논의는 근원주의 관점이 적용된 민족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상황주의 관점에서 민족 정체성은 시대적 상황이나 역사적 조건에 따라 달리 규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도 민족 개념에 영향을 끼친다. 근원주의가 선택 불가능한 조건에 의해 민족을 규정한다면, 상황주의에서는 선택 가능하며 가변적이고 유연한 조건으로 민족을 규정짓는다.
세 번째 관점은 민족 정체성을 역사, 문화적인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민족은 관습, 언어, 종교 등과 같은 문화적 요인에 의해 구별되는 문화적 집단이라고 본다.
논제는 이 세 관점 중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하나 골라 그 관점에서 현재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논하고, 그 관점을 선택한 근거 및 한계까지 지적하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과 한계를 고려해 세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선택한 관점이 다른 관점보다 민족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적절한 관점이라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 자료 검색
민족의 현대적 의의 현대에 들어와 민족 개념은 국가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국가의 성립과 함께 국민문화와 국민성이 발달하면서 국민이 바로 민족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다민족 국가에서는 국민과 민족이 엄격하게 구별되기도 한다. 어쨌든 민족이라는 개념은 민족 자신에 의한 자각, 또는 집단에 의한 인식(민족의식)을 계기로 하여 생겨나는 것이다. 이 같은 민족이라는 개념이 현실에서 활성화되는 것은 외부와의 몇 가지 연관관계를 통하여 민족 자신이 자기의 존재(또는 특수성) 혹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민족의식을 각성하게 될 때 가능해진다. 민족의 경계 설정에 사용되는 지표는 사회생활 전반에 걸치는 것도 있고 사회생활의 특정 분야에 한정되는 것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의복, 언어, 가옥 형태, 일반적 생활양식 등의 명시적인 것도 있고 추상적으로는 가치관·윤리관·행위기준 등 문화내용적인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민족 범주와의 사이에서 인원의 개별적인 이동·접촉·혼인·동화 등의 현상이 생겨 민족성의 지표가 되는 문화특징 자체가 변용된다는 것이다. 민족 범주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한 구성원과 비구성원 사이의 이분화 작용이 계속되는 것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 관점 넓히기
다문화사회, 이주민 한국어교육 제도화를
우리는 어느새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접어든 다인종·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다. 지난해 신고한 국내 결혼 건수의 12%가 국제결혼이고, 농촌총각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해 몇 년 뒤면 농어촌 초등학생의 4분의 1이 국제결혼 부부의 자녀로 채워질 전망이라니 이제 더는 단일민족, 순수혈통을 내세워 자랑할 때가 아니다. 이들 대다수가 동남아시아에서 부푼 꿈을 안고 기회의 땅 한국을 찾아온 외국 손님들인 동시에 우리와 함께 산업사회를 이끌어 가는 소중한 일꾼이며 이웃이다. 모든 것이 낯선 이국땅에서 맨 처음 부딪치는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이다. 언어는 인간이 서로 교통하고 협동하는 기본적 수단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부부간의 결혼생활이며 시집 식구와의 교류, 직장에서의 작업수행이 원만히 진행될 리 만무하다. 종종 보도되는 외국인 아내에 대한 남편의 학대, 작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가하는 폭력 등은 원천적으로 의사소통 부재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보편적 복지사회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외국인 언어정책을 간단히 소개한다. 우선 주민등록을 마친 모든 외국인은 스웨덴 국민과 동등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특히 그 나라 말을 모르는 외국 이민자들은 무상으로 700시간 스웨덴어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데 하루 6시간씩 총 6개월에 해당하는 긴 기간이다. 이 기간에 언어교육뿐만 아니라 스웨덴 사회풍습, 직장생활에 필요한 소양교육까지 포함시켜 의사표현은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직장 일을 시작하게 한다. 교육기간은 휴직으로 인정되며 생활비는 고용주가 부담해 왔으나 1986년부터는 사회보조비로 충당한다. 그러니 생활 걱정 없이 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낯선 땅에서 새 삶을 순조롭게 차근차근 시작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한국어 교육을 각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아래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입국 후 단 몇 주일만이라도 기초 한국어 교육을 받도록 제도화하면 생소하고 불안한 타국 생활을 훨씬 안정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변광수 한국외국어대 스칸디나비아어과 명예교수 <한겨레>, 2007년 10월16일치.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