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20. 추론/공통 주제를 단계적으로 도출하라
설경.
2008. 11. 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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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20. 추론
◎ 기출문제 유형 2 / 서강대 2008학년도 수시 2-1 [난이도 수준-중2~고1]
[논제] 제시문 [가]와 [나]는 패스트푸드와 자동차 생산의 방식에 관한 글이다.
첫째, 패스트푸드와 자동차 생산방식이 가지는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둘째, 이러한 생산방식이 근로자들에게 초래하는 문제들을 추론한 뒤,
셋째, 이러한 근로자들의 문제를 기업은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 설명하라.
[가] 패스트푸드점에는 전문화된 작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다. 버거킹에서 제공하는 햄버거 고기의 지름은 정확히 9.84㎝이고 빵의 지름은 8.89㎝이다. 한쪽 끝에 올려진 냉동상태의 햄버거 고기가 컨베이어를 따라 서서히 불 속으로 이동하고 약 94초가 지나면 고기가 완전히 조리되어 다른 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패스트푸드를 만드는 것은 점잇기, 번호대로 색칠하기 등의 간단한 놀이와 같다. 정해진 순서만 따라가면 요리의 불확실성은 대부분 제거된다. 어떤 의미에서 패스트푸드점의 목표는 종업원이 인간로봇의 수준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종업원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기계들을 개발해왔다. 종업원이 일일이 음료수 통에 컵을 대고 채우고 잠그고 해야 한다면 조금만 방심해도 컵이 넘치기 일쑤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료수가 컵에 가득 차면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센서가 개발되었다. (중략) 패스트푸드 업계는 미국의 산업에서 가장 높은 연간 약 300%의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패스트푸드점 종업원의 평균 근속기간이 4개월이고, 패스트푸드 업계의 전체 노동력이 1년에 세 번꼴로 바뀐다는 뜻이다.
- 조지 리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나] 1900년대 초 헨리 포드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 매일 수천대의 똑같은 형태의 자동차를 생산하였다. 포드는 서로 교환 가능한 부품을 사용하여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한 최초의 자동차 생산자였다. 각 개별 부품들이 항상 정확하게 똑같이 잘려지고 동일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품들을 조립할 숙련공이 없어도 그들은 각각을 빠르고 쉽게 부착시킬 수 있었다. 조립공장을 빠르게 하기 위해, 포드는 시카고 방목장의 거대한 도살장에서 그가 지켜보았던 이동조립라인을 공장 현장에 도입하였다. 종업원들 앞으로 직접 차를 가져오게 함으로써 그는 생산 공정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줄이고 공장에서의 이동속도를 통제할 수 있었다. 조립라인에서 나오는 자동차의 모델은 모두 동일한 T형이 있고 흑색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중략)
1960년, 70년대에 이르러, 특히 스웨덴의 많은 노동자들은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 노동자들보다 학력이 더 높았고 더 큰 열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립라인 근무를 싫어하는 성향이 훨씬 강했다.
그들은 높은 결근율, 근무태만, 사보타주, 이직 등을 통해 조립라인 근무를 싫어하는 성향이 훨씬 강했다. 스웨덴의 기업가들은 이러한 문제들, 특히 이직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1960년대 스웨덴의 실업률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그만둔 노동자의 자리를 메우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 해결 전략
‘단계형’이란, 논술문 작성 과정을 일정한 단계로 구분했을 때 추론 단계가 포함되는 유형이다. 단계형 논제는 논리적 답안 작성을 위해 필요한 개요작성의 토대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평이한 수준의 논제라 할 수 있다.
위의 문제에서는 3가지 단계로 구분해 논제를 구성하고 있다. 우선, 패스트푸드와 자동차 생산방식이 가지는 공통점을 제시하라는 요구이다. 그리고 이런 공통점이 근로자들에게 초래하는 문제점을 설명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답한 다음 근로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는 제시문에 나타난 현상에 대한 문제를 추론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계형에서의 추론은 제시문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현상을 명백하게 도출해내는 과정에 해당한다.
제시문 [가]에서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생산 방식이 표준화·전문화함으로써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생산방식에서는 종업원의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에 기계에 대한 인간의 소외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제시문 [나]에서는 대량생산 방식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포드주의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포드주의 생상 방식은 테일러주의에 기초한 과학적 관리 방식과 켄베이어벨트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과 표준화, 대량생산을 추구한다. 따라서 두 가지 생산방식은 표준화와 단순화, 효율성 추구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두 번째 질문인 문제점은 제시문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우선 이런 생산방식이 공통적으로 높은 이직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근로자들이 이직을 결심하게 만드는 원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기계 중심의 생산 공정은 작업에 대한 흥미를 상실하게 만든다. 심각할 경우에는 인간소외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
2. 반복된 작업 방식은 노동자의 개성과 창의를 무시되기 때문에 자기 발전의 기회가 제한된다.
◎ 자료 검색
시대가 달라져도 노동자는 노동자다
■ 맥도날드 [McDonald‘s Corporation]
햄버거, 음료수와 같은 패스트푸드의 판매를 주로 하는 회사로 1955년 레이 크록(Ray Kroc)이 설립했다. 디플레인스(Des Plaines)에 제1호점을 개점한 이후 큰 성공을 거두어 불과 5년 만에 점포 수는 200개가 되었다. 1967년부터는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도 진출하기 시작하였고, 2001년 현재 전세계 119개국에 2만 8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961년에는 매장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고객 서비스 및 경영기술 등 햄버거와 관련된 전문교육을 실시하고자 햄버거대학을 설립하였다. 이 대학은 2001년 현재 시드니, 뮌헨, 런던, 홍콩, 상파울루, 도쿄, 시카고 등 7개 지역에 설립되어 있다. 또한 1974년에는 로널드맥도날드하우스(Ronald McDonald HouseCharities)를 설립하여 ’로널드맥도날드어린이기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 기금은 선천성 질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치료비로 사용된다.
2000년 현재 총자산 216억 835만 달러, 매출액 142억 4300만 달러이며, 본사는 일리노이주(州) 오크브룩에 있다. 한국의 맥도날드 제1호점은 1988년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오픈되었고, 2001년 현재 매장 수는 전국에 걸쳐 240여 개에 달한다.
-두산백과사전 (출처:http://www.mcdonalds.co.k)
■ 포드주의와 회사원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를 가리킬 때는 흔히 ‘포디즘’이라는 말을 쓴다. 포드주의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과 결합하여 대량생산 시대의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는다. 과학적 관리법의 핵심 내용은 노동자의 동작을 표준화하고 기준점에 근거하여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다. 생산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단순한 단위로 쪼개고, 노동자는 그것을 몸으로 행하기만 하면 되며, 얼마나 많이 했느냐에 따라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생각은 경영자가 하고 노동자는 몸만 쓰게 만든다. 포드주의적 생산방식이 성공하려면 일관 작업에 적합한 노동자 유형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람시의 <옥중수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새로운 형태의 문명과 새로운 형태의 생산, 새로운 형태의 작업에 적합한 사람들을 선별, 혹은 ‘교육’하는 일은 믿을 수 없도록 잔인한 방식을 통하여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허약하거나 순응하지 않는 자들은 부랑계급들의 감옥으로 보내지거나 전적으로 제거되거나 했던 것이다.”
이러한 잔인한 방식을 통하여 노동자들은 일종의 ‘훈련된 원숭이’가 되었다. 그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 만들기, 단란한 가정생활 꾸려가기 등과 같은 새나라의 어린이 노래를 끊임없이 불렀다. 국가는 자본이 조직된 노동자들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노동자들이 일 안 하고 까분다 싶으면 곧바로 경찰을 투입해서 생산 현장으로 집어넣었다. 조직화된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예비 노동자들에게는 군대생활이라는 경험을 미리 쌓게 했다. 조직된 노동자로 만드는 일에는 학교도 나섰다. 매주 월요일이면 운동장에 줄을 세워 보건체조도 하고 교장선생님 훈화도 서서 듣는 훈련을 미리 시켰다.
조직화는 일관 작업대에서 일하고 있는 블루 칼라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책상에서 펜대를 굴리는 화이트 칼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본가가 보기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었는데 화이트들은 블루 앞에서 거들먹거렸다. 어차피 그들 모두 회사라는 자본 축적의 기구 속에서 소모되는 육체덩어리였을 뿐이다. 기억하자! 생각은 경영자가, 노동자는 몸만 제공할 것.
1970년대를 지나 이른바 자본의 유연한 축적 시기, 즉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을 쌓아가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노동과정은 탈조직화의 모습을 보인다. 대규모 조직이 대량으로 상품을 만들어내던 시기가 지난 것이다.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과 같은 신조어들이 등장했다. 그에 이어 지식경영이니, 지식 기반사회니 하는 말들이 나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문필가들은 세상이 모던을 넘어서 ‘포스트모던’이라는 낙원이 왔다고 떠들기도 하였다.
자본의 축적 방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를 만들어내려는 잔인한 방식이 다시 시도되었다. 이번에는 조직화가 아니라 해체- 해체! 어떤 철학자와 그의 똘마니들이 아주 즐겨쓰던 말- 였다. 블루건 화이트건 죄다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회에는 언제든 불러주기만 하면 아무런 복지혜택없이 단기 계약으로 기꺼이 열심히 일할 노동 예비군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냥 취직만 된다면 좋겠다는 사람들투성이가 되었다. 회사에 남아 있는 자들도 역시 예비 실업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노동과정도 바뀌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재택근무와 언제 어디서나 회사에 접속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 무슨 천국의 열쇠라도 되는 양 선전되었지만, 그건 따지고 보면 24시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먹으면서 모든 이가 쉴새없이 일하라는 명령일 뿐이었다. 지식경영을 한답시고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교육시켰지만 그건 몸에 이어 머리까지 빨아먹으려는 전술의 일종이었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기억해야 한다. 생각은 경영자가, 노동자는 몸만 제공할 것. 아니 머릿속까지 내놓을 것.
- 강유원, <씨네21> 2004년 1월27일치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