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고득점 답안 작성 요령] 인문계 대립 구도만들고 자연계 수식·그래프 활용
[중앙일보 박정식] 대입 논술고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교과영역 통합형 출제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시문 독해 수준이나 원리·개념의 응용력 등 난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논제의 요구 조건을 명확히 반영하면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 논술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인문계, 논제 유형별 작성 … 논리력이 관건” 논제 유형은 크게 요약형·비교분석형(양자택일)·이론적용형·평가형·논쟁형·문제해결형 등으로 압축된다. 요약형은 논술 기본문제로 제시문의 주제를 파악해 요지를 서술하는 논제다.
제시문에서 저자의 의도·주제·논지(논점)를 파악한 뒤 자신의 표현으로 재구성한다. 제시문에 나온 어구와 문장을 인용해 짜깁기해선 안 된다. 비교분석형은 제시문 간 논점을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뽑는 일이 중요하다. 답안은 비교 대상과 그 서술이 대립 구조를 이루도록 구성한다. 차이점에 비중을 둬 서술한다면 비교 대상을 명확히 부각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론적용형의 대표 사례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점을 묻는 2009 경희대 모의논술을 꼽을 수 있다. 제시문과 자료에 나온 현상·사례의 문제점과 원인을 분석하고 주어진 개념·의견·이론을 바탕으로 답을 써야 한다. 이 역시 논제의 요구 조건을 충실히 따르는 문제의 하나다.
평가형(비판하기)은 견해·태도·방식을 평가하는 논제다. 논제는 A의 관점에서 B의 견해를 설명하라는 유형이 단골 출제 문제다. 먼저 논제 분석을 통해 평가 대상을 정한다. 이어 평가 비중을 긍정에 둘지, 부정에 둘지 정한다. 어떤 쪽에 두느냐에 따라 답안의 논점과 관점이 달라진다. 부정과 긍정을 똑같이 양분해 나열하는 것은 금물이다. 논쟁형은 쟁점에 대한 대립된 견해를 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논제다. 답안은 자신의 입장만 옹호해선 안된다. 선택하지 않은 입장을 비판해 논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후 자신의 선택이 옳은 이유와 근거(사례)를 들어 입장을 분명하게 다지면 된다.
문제해결형은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논제다. 제시문에서 문제 발생의 현상과 원인을 찾고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엉뚱한 해결안이 나오지 않도록 제시문의 의도를 주의 깊게 파악해야 한다. 서울 청량고 이만석 교사는 “논제 해결의 열쇠는 꼼꼼한 제시문 분석에 있다”며 “제시문을 자기만의 표현으로 소화하고, 정확한 근거 제시로 논리적인 답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계, 제시문·배경지식 연결 추론 과정 도출해야” 수리 문제는 통합적·논리적·수리적 추론능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두고 교과의 심층 지식을 묻는다. 지난해 상위권 주요 대학들의 출제 범위는 행렬·이차곡선·로그·수열·함수·도형의 성질·공간도형 및 좌표·방정식·벡터·피타고라스의 정리 등이었다. 논제는 수학I 수준에서 개념의 정의·원리, 증명 과정 등을 요구했다. 원리·개념을 다른 조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세대는 2009학년도 모의논술에서 정적분의 정의를 이해하고 있는지, 이를 곡선의 길이를 구하는 데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논제를 냈다. 따라서 답안은 정답 맞히기보다 논리적인 풀이 과정이 중요하다.
과학 논술은 최근 사회문제 및 수리 관련 복합 형태가 출제되고 있다. 또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중 2, 3개 영역을 통합한 범교과적 지식을 묻기도 한다. 논제의 요구에 맞춰 제시문을 활용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인문계 논술과 달리 필요하다면 제시된 자료를 답안에 응용해 근거로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시문을 읽을 땐 논점을 잡는 게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의 비중을 추론 과정에 맞춰야 한다. 제시문과 배경지식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추론 과정을 합리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논리를 세우기 위한 작업이므로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이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서울 보인고 이효근 교사는 “답안을 쓸 때 글·수식·그래프·개념 등 제시문을 적절히 인용하는 것도 고득점을 올리는 한 방법”이라며 “답안을 퇴고할 때 전제와 결론과의 관계가 타당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사는 “대학별 맞춤형 논술 학습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19일까지 모집하는 논술거점학교를 활용해 실력을 가다듬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