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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돈스쿨' 논란 더 거세지나

설경. 2008. 2. 25. 16:02

대학들 "정원 줄어…" 등록금 인상 조짐
연간 2000만원 넘을 가능성 높아져

비싼 학비 때문에 개원 전부터 ‘귀족학교’ 논란이 일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어 로스쿨 준비생의 반발이 예상된다.

24일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22일 교육부가 개최한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법과대학 학장회의’에 참여한 학장 상당수가 로스쿨 등록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등록금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책정할 사항으로 사회적 통념 수준 내에서 적절하게 결정해달라”고 응답,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들이 지난해 예비인가 신청안 제출 때 책정한 등록금은 연간 800만~2,000만원으로 천양지차다. 지방 10곳의 대학들이 900만~1000만원대로 ‘저렴한’ 반면 공립인 서울시립대(800만원)를 제외한 서울지역 대학들은 대체로 고가다. 성균관대가 2,000만원으로 가장 높으며 고려대와 한양대 1,800만원, 연세대 1,700만원, 건국대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1,600만원, 중앙대 1,400만원, 서울대 1,350만원 이내다. 서강대는 1,300만원으로 서울 사립대 중 가장 낮은 액수를 책정했었다.

이들 대학이 로스쿨을 개원도 하기 전에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미니 로스쿨’로는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들이 당초 신청한 정원과 달리 소규모로 인원이 배정되면서 ‘수지타산’이 맞지않게 된 것이다.

예컨대 법학교수가 36명인 건국대의 경우 배정 받은 정원은 고작 40명이다. 연간 로스쿨 등록금 총수입은 6억4,000만원으로 교수들의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을 판국이다. 장학금과 그 동안의 시설투자비 등을 감안하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더 많은 정원을 배분 받은 다른 대학들의 속사정도 대동소이하다.

장덕조 서강대 법대학장 대행은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감안해 등록금을 낮게 책정했으나 정원이 예상 밖으로 줄어 등록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승우 성균관대 법대학장은 “예비인가를 받기 위해 장학금 수혜율을 무리하게 책정한 대학도 많다”며 “정원 축소 등을 감안하면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가에서는 성균관대의 로스쿨 등록금이 인상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법대 교수는 “성균관대는 120명을 배정 받고도 등록금은 가장 높다”며 “사립대들이 대략 성균관대 수준에 맞춰 등록금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등록금 인상 요인은 엄존하지만 반대 여론 등으로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있다. 이상정 경희대 법대학장은 “인상요인은 충분하지만 학생들한테 부담을 떠안길 수 없다”며 “대학들이 어쩔 수 없이 적자를 안고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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