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실용주의’ 인사의 실체

설경. 2008. 3. 3. 17:16
이명박 정부 출범과 더불어 대표적인 권력기관인 국정원·법무부·검찰·경찰 등의 총수직과 청와대의 민정수석의 직위를 영남 사람들이 독차지하게 됐다고 한다. 청와대의 핵심 요직이 영남 지역 인사로 채워졌고, 내각의 장관에 영남 인사가 많이 기용되었다는 사실에 덧붙여져 막강한 사정기관의 수장이 영남 인사 일색이라는 ‘선정적 보도’는 지역주의의 프레임(사고, 개념의 틀)에 갇혀 있는 국민들의 심산을 적잖이 흔들어 놓고 있다. 그 프레임에 갇혀 있는 영남 사람이라면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할 것이고, 비 영남 사람이면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신음할 것이다. 그런 프레임과 무관한 사람들은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것이 무슨 억겁(億劫)의 천형이나 되는 양 씁쓸해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좀더 차분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직위를 특정 지역 인사가 독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우리 국민은 지난 십 수 년 동안 민주주의의 내실화를 독려해왔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의미하고, 이는 어느 한 개인의 특성(personality)에 의해 법과 제도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생각하지 않고, 혹은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간주하고 어떤 인물이 조직의 책임을 맡느냐에 따라 원칙과 논리가 마음대로 뒤바뀐다면 이것은 민주주의와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출범한 정부라 믿는다. 따라서 그 정부가 민주주의의 원리와 근본을 버릴 수 없음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도 불완전한 인간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이상 여러 문제점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인간은 우연적 요소로 그 스스로가 규정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여성이나 남성으로 태어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연이며, 어느 지역 사람으로 태어나느냐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 어느 인종으로 태어나느냐 하는 것도 우연이다. 두뇌의 명석함이나 타고난 소질도 우연의 소산이다. 우연은 우리 의지와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때로 운명(fortune)이라고 한다. 그에 따른 사회적 질서와 그에 대한 복종,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받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사람들이 이런 ‘우연이나 운명’에 의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되는 것을 정의롭지 못하다 하여 지양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생은 우연에 기초하여 설계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도 이런 맥락에서 음미해 볼 필요가 있고, 이런 점은 어느 누가 정부를 구성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그런 우연에 따라 설계한 바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다.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지역주의 인사로 폄하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당사자는 다르게 말한다. 그것은 실용주의 인사라는 것이다. 우연성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대통령 자신과 개인적 인연이 닿아 있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며, 대통령과 실용주의라는 이념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실용주의적 연대라고 할 수 있다.

실용주의는 맨 처음 진리를 담보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실용주의에서 진리라는 것은 온데간데없다. 진리가 사라진 곳에서 보여지는 것이라고는 중구난방의 말놀이뿐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최고로 쳐주는 분위기다. 우리가 지역적으로 편중된 인사를 비난할 수도 있지만 초점을 그에 맞춰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주의의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방향은 곧 실용주의를 표방한 활동의 결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이 그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으니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몫이다. 우리는 실용주의의 원리를 이해하면서 그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1 실용주의가 무엇인지를 논의해보라.

2 직업공무원제(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의의를 논의해보라.

3 실용주의와 지역 연고 인사를 연관지어 논의해보라.

〈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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