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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명문대 뚫은 3인의 합격비결

설경. 2008. 4. 21. 09:49
최근 합격자를 발표한 미국 명문대 입학 결과는 사상 최고의 '입시 전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하버드대 합격률은 7.1%. 지원자 100명 중 단 7명만 합격 문턱을 넘었다는 뜻으로 하버드 372년 역사상 가장 낮은 합격률이다. 예일(합격률 8.3%),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바늘구멍'을 뚫고 외국 명문대 합격증을 거머쥔 이들의 합격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은 초ㆍ중ㆍ고 학부모 사이에 광풍처럼 불어닥친 어학연수 경험도 없을 만큼 열정과 성실함으로 입학 문턱을 가뿐히 넘었다. 수재들의 명문대 합격 이야기를 들어봤다.

◆ 건축관련 전문 포트폴리오 대신 꾸준히 그린 그림으로 인정받아


MIT 합격한 용인외고 출신 임수현 양
= MIT에 합격한 임수현 씨(20ㆍ용인 외대부속외고 졸업). 그는 명문대 합격의 핵심 열쇠인 '일관성'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주변 입시전략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이 가진 목표를 명확히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특기와 과외활동 등에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준비한 것이 입학사정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얘기다.

임씨는 "나의 장점은 기존 MIT 입학생과 다르다는 점"이라고 스스로 평가할 정도다. 실제 임씨는 이공계 지원자에게 필수처럼 인식되는 올림피아드 등 경시대회 수상 실적도 전혀 없었다. 대신 고교 1학년 때 '건축가'로 진로를 결정한 그는 모든 과외활동 경험을 자신의 비전에 맞췄다.

임씨는 3년 내내 방학마다 건축사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사회봉사 활동 역시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해 건축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줬다.

그는 "외고에 진학했지만 어릴 때부터 수학ㆍ과학 분야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 두 가지 요소를 조합한 건축가로 진로를 쉽게 결정한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건축이나 미대 지원자에게 요구되는 포트폴리오(자신이 만든 작품과 설명을 모아놓은 자료철)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임씨는 "학부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포트폴리오 수준은 거창한 전문성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그림에 취미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크릴화, 목탄 스케치, 연필 스케치 등 자신이 평소 틈틈이 준비한 작품들로 성실함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 역시 '일관성'을 키워드로 삼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한국무용 특기를 살려 한 달에 두세 번 학교 근처 양로원을 찾아가 공연 봉사를 했고, 지난 10여 년간 배운 검도는 '사범' 전 단계인 2단을 취득할 정도로 수준급에 올라섰다. 임씨의 이 같은 성실함과 일관성을 솔직히 담은 에세이는 입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임씨는 "10년 전 처음 검도를 시작할 때만 해도 대련 상대자는 항상 남자였는데 힘에서 밀려 항상 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담을 지원서 에세이의 핵심 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고등학교 2학년 초부터 SAT(미국 수학능력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그는 SAT 영역 중 '쓰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는 "쓰기영역 시험시간은 25분에 불과해 사전에 굉장히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며 "특히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를 충분히, 그리고 상세히 준비한 것이 고득점 비결"이라고 말했다. 가령 평소 사례가 발생한 연도 등 세부 사항까지 꼼꼼히 챙겨 글의 신뢰성을 높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AP(미국 대학과목 선이수제) 과목은 미시경제, 거시경제, 화학, 생물, 물리, 미적분 등 6과목을 수강했고, 절반에서 만점을 획득했다. 특히 임씨는 SAT 준비에 앞서 고교 1학년 때부터 AP 과목 교과서를 먼저 보며 영어에 대한 '감'을 살렸다고 했다.

◆ 강북 일반고 다닌 평범한 학생…에세이서 물리학 열정 전달했죠


코넬대 합격한 서울 성동고 출신 황윤우 군
= 황윤우 씨(20ㆍ서울 성동고 졸업)는 유학반을 찾아보기 힘든 일반고 출신이다.
황씨는 고교에 진학한 뒤 유학에 대한 별다른 동기가 없었고, 국내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평범한' 우등생이었다.

그가 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학년 초. 물리와 실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국외 대학의 나은 실험 여건에 자극을 받았고, 결국 유학 준비를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2학년 여름방학부터 유학 준비에 매달렸다.

황씨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유학을 가야 하는지, 유학을 가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등 근본적인 문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며 "목표만 명확해지면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원서 에세이를 통해 내가 물리학에 높은 관심이 있고, 우리나라 기초과학 여건을 볼 때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어렵겠다는 비전과 이에 대한 열망을 생생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을 결심한 뒤 그동안 수능 중심 공부 방식을 확 바꿨다. 특히 고교 3학년 때 야간자율 학습 시간 중 별도로 유학 준비까지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반고 출신이 겪는 유학 준비의 상대적 어려움을 '열정'과 '노력'으로 보완했다. 특히 일반고일수록 입학사정관이 학교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에 착안해 뛰어난 미국 수능시험(SAT)과 AP 점수로 자신의 학업능력 우수성을 증명하려고 했다.

그는 "미적분과 물리 등 AP 수업은 단 2과목만 수강했지만 만점을 받으면서 대학 물리수업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며 "SAT 역시 선택과목을 많이 선택해 일반고 출신자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학업 능력에 대한 신뢰를 준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말했다.

과학고ㆍ외고 등 미국 명문대 입학사정관에게 익숙한 고교 출신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올 수 있는 '불이익'을 상쇄시킬 만한 객관적인 고득점 '점수'에 지원 전략의 초점을 맞춘 셈이다.

황씨는 "SAT 시험 단어를 보완하기 위해 모르는 단어를 보면 단순 암기가 아니라 구글 사이트에 그 단어를 입력한 뒤 검색되는 영어 문장들을 꾸준히 접했다"며 "이런 방식은 읽기 영역은 물론 쓰기 영역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 공부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학에 관심이 있다면 SAT와 AP부터 차근차근 공부해야 지원서 마감 4~5달 전부터 에세이 쓰기에 몰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외활동ㆍ봉사활동 경험이 풍부한 편이 아니다. 다만 중학교 때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아 동호회에 열심히 참여한 내용을 쓰며 성실함을 보여줬다.

◆ 고교때 대학서 연구인턴으로 골칫거리 영어는 반복 또 반복


캘리포니아공대 합격한 과학영재고 출신 이예림 양
= 캘리포니아공대(칼텍)는 한 해 선발 신입생이 250명에 불과해 한국 학생들에겐 입학 '난공불락' 대학으로 꼽힌다.

올해 이 대학에 합격한 이예림 씨(19ㆍ한국과학영재고 졸업)는 컬럼비아, 코넬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대)의 러브콜을 제치고 칼텍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 16일 대통령 이공계 장학금 수혜자로도 선정될 만큼 자신의 공부 분야에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이씨는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의 '색깔'과 나의 개성이 부합하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일관성 없는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학생보다 한 분야에 전문화된 인재상을 선호하는 칼텍에 맞춰 지원전략을 짠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영재고 재학 중 대학교 연구인턴으로 활동하며 생물 분야 연구에 매달렸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 때 인근 동의대 최영현 교수 밑에서 팀원 3명과 함께 연구하며 함께 논문(상구아나린이 유방암 세포를 죽이는 메커니즘)을 썼고, 국내 유수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또 교내 뇌연구회를 조직한 뒤 한국뇌과학연구원에 요청해 관련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기도 했다.

이씨의 에세이 전략은 독특했다. 지원자와 입학사정관은 오직 '글'로만 만난다. 인상에 남는 에세이가 필수라는 얘기다. 이씨는 개성이 강한 미국 사회에 다른 사람과 두루 어울릴 수 있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는 "영재고에 동료보다 한 살 일찍 진학해 언니ㆍ오빠들 사이에서 학교 생활을 했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며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에세이에 솔직히 써내려간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2학년 중반이 넘어서야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학교 특성상 수학ㆍ과학 중심 수업에, 실험이 많다 보니 평소 영어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SAT 지문을 반도 못 읽었는데 시험시간이 끝났다"는 그는 단 한 번의 SAT 시험으로 고득점을 올렸다.

이씨는 "많은 토종 한국인들은 한국어로 된 글은 문장 단위로 읽는 반면 영어는 단어 하나하나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처음에는 많이 틀리더라도 영어 지문을 읽고 또 읽는 것밖에 왕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야 생소한 영어 어순에 점점 익숙해지고, 읽는 속도와 이해도 역시 점점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AP 과목을 1학년 때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영재고 주변에 유학 준비생이 많지 않아 정보에 어두웠고, 결국 3학년 당시 5월 한 달 만에 AP 7과목을 몰아서 시험쳤던 자신의 시행착오를 겪지 말라는 것이다. 이씨는 미시경제, 물리, 화학, 생물, 통계, 미적분, 환경 등 7과목의 AP 점수를 제출했다.

[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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