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논리와사고]LEET에 강해지는 ‘보약’은 폭넓은 독서

설경. 2008. 4. 29. 14:56
[동아일보]
추리논증,
독립영역으로는 첫 시도
선명한 논리적 성격의
문제 주로 출제될듯

법학적성시험(LEET)은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의 세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논술'은 다른 영역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영역은 오지선다형이지만 논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전형에서도 다른 영역은 보통 1단계에 반영하지만 논술은 2단계에서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른 영역은 시험 후 바로 채점되어 곧 점수를 알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하게 되지만, 논술은 각 전문대학원에서 나중에 채점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평가 영역이나 준비과정에 근본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되겠지만 '논술'은 우선 앞의 두 영역이 평가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선다형 시험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성격을 일부 가집니다. 나아가 앞의 두 영역에서 다루지 않는 능력까지 평가하려는 성격도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시험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출제기관이 어디인지도 알아야 하겠지요. 현재 LEET의 출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맡고 있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잘 알다시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여 년 동안 출제해 온 기관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MEET, DEET)도 개발하여 출제해 온 기관입니다. 현재 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각종 시험은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하고 있는 셈입니다. 각 전문대학원이 따로 출제하지 않는 한 이는 당연한 선택입니다. 다른 믿을 만한 기관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교육과정평가원은 그동안 수능을 시행해 오면서 높은 수준의 출제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결국 전문대학원을 위한 시험에 그동안 수능 출제를 통해 쌓인 노하우가 상당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언어이해'는 수능의 '언어영역'과 상당 정도 유사성이 있습니다. 물론 수능은 고교 졸업생을 염두에 둔 것이고 LEET는 대학 졸업생, 그것도 우수한 학생을 염두에 둔 것이니 지문이나 문제의 수준에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 유형, 출제 기법 등과 관련해서는 좋은 참고자료가 됩니다. '언어이해'는 이미 출제해 왔던 MEET, DEET의 '언어추론'과도 일정 정도 겹치고 있습니다. '추리논증'도 '언어추론' 중 관련 부분을 강화하고 여기에 필요한 새로운 영역을 추가한 셈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영역별로 보자면 '언어이해'가 공부의 방향을 잡기에 제일 수월한 셈입니다. 수능이나 MEET, DEET가 참고 자료가 되는 것 외에도 이미 발표된 예시 문제 세트가 어느 정도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술'은 교육과정평가원이 노하우를 쌓아온 영역은 아니지만 그동안 대학들이 쌓은 논술 출제 경험을 수렴하여 현재의 대입 논술과는 차별되는 나름의 모델이 예시 문제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새로운 유형은 아니기 때문에 방향을 잡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추리논증'입니다. 내용도 다양하고 공부의 방향을 잡기에도 제일 어렵기 때문입니다.

'추리논증'의 경우, 독립된 영역으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예시문제가 완전한 세트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기본 개념은 확립되고 틀은 갖추어졌지만 2, 3년 시험을 시행해가면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새로 시도된 영역이었던 공직적격성평가(PSAT)의 '자료해석'도 이런 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추리논증'도 유사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물론 미국의 로스쿨 입학 시험인 LSAT도 비슷한 능력을 평가하고 있고 일부 유사한 문제도 있기 때문에 좋은 참고 자료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와 여러모로 환경이 다르고 문항도 우리보다는 대체로 쉽고 정형화되어 있어서 참고 자료에 그칠 뿐입니다.

'추리논증'과 '언어이해'의 관계를 적절히 확립하는 것도 아직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개념상으로는 분명히 구분되지만 실제 문항에서는 선명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시 문제에도 수리추리나 논리퀴즈의 경우는 확연히 구분되지만 언어추리나 논증에서는 '언어이해'와 내용상 유사한 문제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추리나 논증이 언어로 이루어질 경우 완전히 피하기는 힘든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현재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은 문항 형태에서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추리논증'은 PSAT처럼 지문 하나에 문제 한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언어이해'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함량을 지닌 지문을 하나 주고 이에 대해 문제를 복수로 주는 방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용상 중복을 최대한 피해서 역할분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추리논증'의 문제들은 더 선명하게 논리적 성격을 가지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영역의 구체적 내용을 하나하나 살피기 전에 중요한 공통점 한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법학적성시험이다 보니 다른 시험에 비해서는 평가하려는 능력이 비교적 좁게 구체화되어 있고 집중되어 있지만, 평가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내용 소재는 다양하고 범위가 넓다는 것입니다. 세 영역 모두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전체에 걸쳐서 폭넓은 내용을 다 포괄하며 골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특정 전공 학생들에게 유리하지 않도록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것이 일차적인 이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다양한 영역의 독서를 통해 폭넓은 이해와 소양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다방면에 걸친 교양기초교육을 충실히 받아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맥락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