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투자 효율성 분석 “사교육, 대학진학 영향없다”

ㆍ수능점수 다소 높일 뿐 실질 도움 안돼

ㆍ출신고 진학률·학부모 학력 등 더 중요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받게 하는 등 사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교육이 대학 진학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신 출신 고교의 최근 대학 진학률이나 학부모의 학력수준, 가구소득 등이 대학 진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교육이 대학 진학 뒤 학업 성취도에서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6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이찬영 과장이 작성한 '사교육 투자의 효율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4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교 3학년 때 1년간의 사교육 투자는 4년제 대학 진학에 확률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면 남학생이면서 부모와 함께 살고, 소속 학교의 최근 대학 진학률이 높으며, 가구소득이 많고 보호자의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대학 진학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사교육이 수학능력시험 점수를 높이는 데는 다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사교육비가 1만원 늘어나면 수능점수가 평균 0.7점 높아져, 고3 수험생의 사교육비를 월평균 10% 늘리면 수능점수는 평균 2.8%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이 과장은 "사교육이 수능점수를 다소 높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대학 진학에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은 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현행 입시에서는 수능점수 외에 논술·내신·사회활동 등 요소가 평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교 3학년 시절 사교육비가 월평균 10만원 늘어나면 대학에 진학했을 때 학점은 0.01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두드러져 1~10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사교육비가 10만원 늘어날수록 학점이 0.05점 떨어졌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사교육이 입시만을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창의적인 인적자본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무작정 따라 하기'식의 사교육 투자에 앞서 비용과 효과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 김준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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