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인간의 육류 섭취… 몸살 나는 지구
요즘 '광우병' 때문에 시끄럽다. 그런데 인간들은 언제부터 육식을 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6600만 년 전, 1억 50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들이 멸종됐다. 당시 아주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던 포유류들은 이 대량 멸종 사태에서 살아남아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다. 약 5000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 숲 속 나무 위에서 과일과 견과류를 주식으로 삼는 원숭이들이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닥친 건기(乾期)로 인해 울창하던 숲이 건조한 사바나 초원으로 바뀌자 나무 위의 원숭이들을 생사의 갈림길에 들어서게 된다. 강한 원숭이들은 나무 위의 삶을 고수할 수 있었지만, 약한 원숭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몇몇의 원숭이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결단'을 하게 된다. 땅 위의 삶은 위협적이고 고달팠다. 자신보다 더 크고 강한 포유류들이 지배하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식성은 잡식성으로 바뀌고, 무리 생활이 더욱 강화됐다. 힘겨운 적자생존의 환경은 땅으로 내려온 원숭이를 유인원으로 진화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인간 종이 탄생하는 진화의 길이 열린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최초의 원시인류는 1925년 남아프리카 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로 약 2000만~3000만 년 전에 살았던 '원인(猿人)'이다. 이들은 유인원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의 특징인 작은 송곳니를 가졌으며 돌 끝을 간단하게 가공한 도구를 사용했다. 작은 무리를 이뤄 생활하며 식물을 채집하거나 육식동물이 먹다 남긴 동물 찌꺼기를 먹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작은 동물을 사냥하게 된다. 새로운 식량원이 된 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며,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줬고 식량을 얻는 데 드는 시간도 3분의 1로 줄었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자 원인들은 좀 더 큰 동물을 사냥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만들거나 의사소통 수단을 발달시켰다. 이로 인해 뇌는 더 발달하게 된다.
100만 년 전에 나타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중국 등으로 펴져 나갔다. 20만 년 전에는 좀 더 큰 두뇌를 가진 네안데르탈(Neanderthal)인이 등장했고, 1만 년 전에는 마침내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등장하게 된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는 척박한 빙하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육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류의 선조들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만 사냥하지는 않았다. 2001년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는 신대륙인 호주 와 아메리카에 인간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수의 동물이 멸종됐다는 논문이 2편 실렸다.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팀은 동물이 한꺼번에 멸종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컴퓨터로 모의실험을 했는데, 전체 41종의 초식동물 가운데 32종의 운명을 비교적 정확히 맞혀 '인간에 의한 과잉 살육 가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고기 섭취 비율은 장소와 계절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20∼40%라고 한다. 20%라고 해도 이 수치는 235종의 영장류 가운데 가장 높다. 침팬지는 고기 섭취 비율이 4%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간의 육식에 대한 선호는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은 0.82%, 개도국은 2.3% 비율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심장병, 암,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과 비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05년 현재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비만율은 13.6%이라고 한다(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3.5%이다).
우리가 특히 즐겨먹는 소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생산성 효율이 떨어지는 식품이다. 돼지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옥수수 7㎏이 필요하지만, 소고기는 1㎏당 옥수수가 11㎏ 필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4.5㎏의 스테이크를 얻기 위해서는 한 가족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양의 물이 필요하다. 소의 사료로 현재 지구 전체 곡식 생산량의 3분의 1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전 세계 인구 중 9억 정도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기아인구가 줄어들기는커녕 1800만 명 정도 더 증가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소고기 100g을 얻기 위해서는 열대 우림 1.5평을 소를 키우기 위한 목초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목초지는 결국 사막이 되고 만다. 목초지를 조성하느라 매년 남한 크기만큼의 사막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육류 섭취가 전적으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육류에는 식물성 식품에는 들어있지 않는 필수 영양소들이 있으며, 특히 유아나 어린이, 청소년, 임신부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과다 섭취이다. 성인에게 필요한 동물성 단백질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70g 정도일 뿐이고, 그 이상의 섭취는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육류섭취는 자신의 건강에도, 굶주림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지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광우병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지만, 이 사건이 올바른 식생활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정민 서울시립대 강사 '과학교과서 속에 숨어있는 논술'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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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정민 서울시립대 강사 '과학교과서 속에 숨어있는 논술' 저자
↑ 조선일보 DB
현재까지 알려진 최초의 원시인류는 1925년 남아프리카 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로 약 2000만~3000만 년 전에 살았던 '원인(猿人)'이다. 이들은 유인원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의 특징인 작은 송곳니를 가졌으며 돌 끝을 간단하게 가공한 도구를 사용했다. 작은 무리를 이뤄 생활하며 식물을 채집하거나 육식동물이 먹다 남긴 동물 찌꺼기를 먹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작은 동물을 사냥하게 된다. 새로운 식량원이 된 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며,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줬고 식량을 얻는 데 드는 시간도 3분의 1로 줄었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자 원인들은 좀 더 큰 동물을 사냥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만들거나 의사소통 수단을 발달시켰다. 이로 인해 뇌는 더 발달하게 된다.
100만 년 전에 나타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중국 등으로 펴져 나갔다. 20만 년 전에는 좀 더 큰 두뇌를 가진 네안데르탈(Neanderthal)인이 등장했고, 1만 년 전에는 마침내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등장하게 된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는 척박한 빙하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육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류의 선조들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만 사냥하지는 않았다. 2001년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는 신대륙인 호주 와 아메리카에 인간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수의 동물이 멸종됐다는 논문이 2편 실렸다.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팀은 동물이 한꺼번에 멸종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컴퓨터로 모의실험을 했는데, 전체 41종의 초식동물 가운데 32종의 운명을 비교적 정확히 맞혀 '인간에 의한 과잉 살육 가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고기 섭취 비율은 장소와 계절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20∼40%라고 한다. 20%라고 해도 이 수치는 235종의 영장류 가운데 가장 높다. 침팬지는 고기 섭취 비율이 4%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간의 육식에 대한 선호는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은 0.82%, 개도국은 2.3% 비율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심장병, 암,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과 비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05년 현재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비만율은 13.6%이라고 한다(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3.5%이다).
우리가 특히 즐겨먹는 소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생산성 효율이 떨어지는 식품이다. 돼지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옥수수 7㎏이 필요하지만, 소고기는 1㎏당 옥수수가 11㎏ 필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4.5㎏의 스테이크를 얻기 위해서는 한 가족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양의 물이 필요하다. 소의 사료로 현재 지구 전체 곡식 생산량의 3분의 1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전 세계 인구 중 9억 정도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기아인구가 줄어들기는커녕 1800만 명 정도 더 증가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소고기 100g을 얻기 위해서는 열대 우림 1.5평을 소를 키우기 위한 목초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목초지는 결국 사막이 되고 만다. 목초지를 조성하느라 매년 남한 크기만큼의 사막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육류 섭취가 전적으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육류에는 식물성 식품에는 들어있지 않는 필수 영양소들이 있으며, 특히 유아나 어린이, 청소년, 임신부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과다 섭취이다. 성인에게 필요한 동물성 단백질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70g 정도일 뿐이고, 그 이상의 섭취는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육류섭취는 자신의 건강에도, 굶주림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지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광우병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지만, 이 사건이 올바른 식생활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정민 서울시립대 강사 '과학교과서 속에 숨어있는 논술'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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