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국제화에 발벗고 나서면서 교환학생으로 떠나는 학생이 부쩍 많아졌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더라도 어학도 배우고, 국외 대학생활을 경험하는 기회가 넓어진 것이다. 교환학생을 단순히 어학연수 정도로만 활용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대학생활의 전환점으로 삼을 만큼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하고 돌아온 학생도 있다. 교환학생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교환학생을 다녀온 두 학생에게 노하우를 들어봤다.
◆ 김기수 아주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부 4학년, 핀란드 라펜란타기술대학
= "인구 5만명에 불과한 조그마한 도시인데, 대학과 기업의 협력 체계가 완벽하게 구축돼 있는 것을 보고, 교육환경이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김기수 씨(아주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부)는 작년 봄학기에 핀란드 라펜란타기술대학(Lappeenranta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수업을 받았다. 라펜란타는 수도 헬싱키에서 동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소도시.
"우리나라가 흔히 벤치마킹으로 삼는 핀란드 대학과 학생들은 어떤 점이 다를까 궁금했다"는 것이 많은 학생이 선호하는 미국을 놔두고 북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떠난 이유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한 학기 동안 경영학 공학 등 8개 과목을 수강한 김씨는 "대학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핀란드의 강점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든 교육이 무료고, 무엇보다 능력에 맞는 교육과정을 얼마든지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개방된 교육 과정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우리처럼 수강 과목을 선택해 그 과목만 듣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목을 선택해 들어본 후 본인 적성에 맞는 과목을 찾아가도록 설계한 교육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도시지만 산ㆍ학협력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는 것도 김씨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없는 것도 한국과는 큰 차이점이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
그는 "조그마한 도시지만 중소기업, 1인기업 등 다양한 기업과 대학이 연계돼 있었고, 무엇보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 공부하는 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대에도 여학생이 많았고, 대학 안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것도 핀란드 대학의 강점으로 꼽았다. 단순히 공대지만 산업뿐 아니라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대안을 모색한 것도 사회생활을 앞둔 김씨에게 사고의 폭을 넓혀줬다.
김씨는 라펜란타대에서 보낸 한 학기가 세계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작년 봄학기를 핀란드에서 보낸 김씨는 바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영국으로 건너가 포드 엔진 공장에서 5개월 동안 인턴생활을 경험했다. 곧장 돌아와 졸업하기보다 글로벌 산업 현장을 경험하는 게 의미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교환학생과 인턴생활은 단순한 어학연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김씨는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에게 '영어를 배운다'는 소극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어떤 나라로 가든지 그 나라 역사와 문화 등 배경지식을 충분히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핀란드의 역사와 문화를 사전에 익히고 교환학생을 가니 적응하기 수월했다"며 "한국 학생은 혼자뿐이었지만 일본 중국 학생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많은 학생이 다양한 나라에서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다이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4학년, 스페인 마드리드국립대
= "'어학+α'를 얻고 돌아가야 교환학생 생활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정다이 씨(한국외대 스페인어과)는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스페인에 머무르며 마드리드국립대학교에서 한 학기 수업을 받았다. 한 학기 수업료가 30만원(278유로) 정도로 저렴한 국립대학인 데다 수도에 있어 정확한 스페인 표준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마드리드국립대를 택했다.
정씨가 수강한 과목은 중남미 문학, 스페인어 문법, 영어 작문 이렇게 딱 세 과목이다. 여러 과목을 선택하는 욕심을 부리는 대신 현지 신문ㆍ방송을 열심히 보고 현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부쩍 늘어난 스페인어 실력 말고 '+α'란 무엇일까. 그는 '토론문화'를 꼽았다.
스페인의 대학 수업시간 내내 교수는 사회자 역할을 할 뿐이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토론을 한다.
한국 사람 못지않게 '다혈질'인지라 언성이 높아지는 때도 많지만 토론이 끝나고 나면 다시 친한 친구로 돌아가는 '쿨'한 모습이 정씨 기억에 남았다.
수업이 끝나도 열기가 식지 않아 자연스럽게 캠퍼스 잔디밭이나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토론을 계속한다.
"스페인의 대학도서관은 숨죽여 공부하는 곳이 아닌 토론의 장이더라고요."
전공 실력이 뛰어난 정씨지만 스페인 학생들과 한 교실에 앉아 토론하려니 처음에는 힘들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며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대본'을 만들어 외워 가야 했지요."
수강 인원을 정해 놓고 온라인으로 수강신청을 받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손으로 일일이 써서 수강신청을 하는 스페인 대학의 방식도 새로웠다고 한다.
"학기가 시작되면 일주일 동안은 수강신청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듣고,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정해 손으로 적어내지요."
정씨는 처음에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이상했지만 대신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들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스페인식 교육 방식도 자유롭다고 느꼈다.
교환학생으로 스페인 생활을 한 정다이 씨는 '스페인 경제ㆍ경영 방식 공부'라는 새로운 목표를 새울 수 있었다.
"망고, 자라 등 스페인 인기 의류 브랜드의 경영 방식이 독특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나중에 스페인 비즈니스스쿨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죠."
전 유럽 유통망을 활용해 한 매장에서 안 팔리는 제품은 잘 팔리는 매장으로 빨리빨리 보내고, 여러 종류 디자인을 조금씩 생산해 일주일이면 매장 옷이 완전히 바뀌는 경영 방식을 직접 본 그는 "언어 차원을 넘어 유럽연합의 일원으로서 스페인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 박소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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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수 아주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부 4학년, 핀란드 라펜란타기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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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씨(아주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부)는 작년 봄학기에 핀란드 라펜란타기술대학(Lappeenranta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수업을 받았다. 라펜란타는 수도 헬싱키에서 동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소도시.
"우리나라가 흔히 벤치마킹으로 삼는 핀란드 대학과 학생들은 어떤 점이 다를까 궁금했다"는 것이 많은 학생이 선호하는 미국을 놔두고 북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떠난 이유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한 학기 동안 경영학 공학 등 8개 과목을 수강한 김씨는 "대학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핀란드의 강점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든 교육이 무료고, 무엇보다 능력에 맞는 교육과정을 얼마든지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개방된 교육 과정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우리처럼 수강 과목을 선택해 그 과목만 듣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목을 선택해 들어본 후 본인 적성에 맞는 과목을 찾아가도록 설계한 교육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도시지만 산ㆍ학협력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는 것도 김씨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없는 것도 한국과는 큰 차이점이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
그는 "조그마한 도시지만 중소기업, 1인기업 등 다양한 기업과 대학이 연계돼 있었고, 무엇보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 공부하는 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대에도 여학생이 많았고, 대학 안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것도 핀란드 대학의 강점으로 꼽았다. 단순히 공대지만 산업뿐 아니라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대안을 모색한 것도 사회생활을 앞둔 김씨에게 사고의 폭을 넓혀줬다.
김씨는 라펜란타대에서 보낸 한 학기가 세계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작년 봄학기를 핀란드에서 보낸 김씨는 바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영국으로 건너가 포드 엔진 공장에서 5개월 동안 인턴생활을 경험했다. 곧장 돌아와 졸업하기보다 글로벌 산업 현장을 경험하는 게 의미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교환학생과 인턴생활은 단순한 어학연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김씨는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에게 '영어를 배운다'는 소극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어떤 나라로 가든지 그 나라 역사와 문화 등 배경지식을 충분히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핀란드의 역사와 문화를 사전에 익히고 교환학생을 가니 적응하기 수월했다"며 "한국 학생은 혼자뿐이었지만 일본 중국 학생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많은 학생이 다양한 나라에서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다이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4학년, 스페인 마드리드국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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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이 씨(한국외대 스페인어과)는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스페인에 머무르며 마드리드국립대학교에서 한 학기 수업을 받았다. 한 학기 수업료가 30만원(278유로) 정도로 저렴한 국립대학인 데다 수도에 있어 정확한 스페인 표준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마드리드국립대를 택했다.
정씨가 수강한 과목은 중남미 문학, 스페인어 문법, 영어 작문 이렇게 딱 세 과목이다. 여러 과목을 선택하는 욕심을 부리는 대신 현지 신문ㆍ방송을 열심히 보고 현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부쩍 늘어난 스페인어 실력 말고 '+α'란 무엇일까. 그는 '토론문화'를 꼽았다.
스페인의 대학 수업시간 내내 교수는 사회자 역할을 할 뿐이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토론을 한다.
한국 사람 못지않게 '다혈질'인지라 언성이 높아지는 때도 많지만 토론이 끝나고 나면 다시 친한 친구로 돌아가는 '쿨'한 모습이 정씨 기억에 남았다.
수업이 끝나도 열기가 식지 않아 자연스럽게 캠퍼스 잔디밭이나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토론을 계속한다.
"스페인의 대학도서관은 숨죽여 공부하는 곳이 아닌 토론의 장이더라고요."
전공 실력이 뛰어난 정씨지만 스페인 학생들과 한 교실에 앉아 토론하려니 처음에는 힘들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며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대본'을 만들어 외워 가야 했지요."
수강 인원을 정해 놓고 온라인으로 수강신청을 받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손으로 일일이 써서 수강신청을 하는 스페인 대학의 방식도 새로웠다고 한다.
"학기가 시작되면 일주일 동안은 수강신청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듣고,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정해 손으로 적어내지요."
정씨는 처음에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이상했지만 대신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들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스페인식 교육 방식도 자유롭다고 느꼈다.
교환학생으로 스페인 생활을 한 정다이 씨는 '스페인 경제ㆍ경영 방식 공부'라는 새로운 목표를 새울 수 있었다.
"망고, 자라 등 스페인 인기 의류 브랜드의 경영 방식이 독특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나중에 스페인 비즈니스스쿨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죠."
전 유럽 유통망을 활용해 한 매장에서 안 팔리는 제품은 잘 팔리는 매장으로 빨리빨리 보내고, 여러 종류 디자인을 조금씩 생산해 일주일이면 매장 옷이 완전히 바뀌는 경영 방식을 직접 본 그는 "언어 차원을 넘어 유럽연합의 일원으로서 스페인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 박소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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