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논리와 사고/논리 탄탄하니 OK? 창의성 더하라

설경. 2008. 6. 16. 09:17
[동아일보]
적용발전형에 담아야할 창의성
대입 통합형 논술과 일맥상통
현실문제에 응용하는 글 연습을
적용 발전형 문항은 창의성까지 평가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창의성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런데 법학적성시험(LEET) 논술관련 자료를 보면 여기서 평가하는 창의성도 특별히 다르게 정의된 것이 아니라 대입 통합교과형 논술이 평가하는 창의성과 같은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제시한 자료 중 창의성과 관련된 부분만 볼까요? LEET 논술의 출제 방향에 '제시문에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복합적 응용력과 문제해결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출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습 방법으로는 평소에 텍스트의 관점, 아이디어, 논증 방식, 결론 등을 현실 상황 혹은 현실 문제에 응용하는 글을 많이 써 볼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연습 과정에서는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 '내 글은 논리적 조건 이외에 창의성(사고의 심도, 다각화, 독창성)도 갖추고 있는가?'를 스스로 평가해 보아야 합니다.

이상의 설명에서 보면 LEET 논술이 평가하는 창의성은 통합교과형 논술이 평가하는 창의성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최소한 두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LEET 논술도 적용, 활용, 응용 능력으로서의 창의성인 영역전이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은 발산적 창의성과 수렴적 창의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발산적 창의성은 무언가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창의적 발상'의 창의성으로, 특히 문학이나 예술에서 중요한 것입니다. 여기서는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해 내는 것도 창의적인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현대의 위대한 조각가인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전람회에 전시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그러나 논술이 평가하는 창의성은 '수렴적 창의성'입니다. 발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이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으로서의 창의성입니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 딱 맞는 기존의 지식이 없더라도 이미 가진 지식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여 최대한 응용, 적용, 활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저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수렴적 창의성'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수렴적 창의성은 결국 어떤 영역에서 체득한 내용을 그 영역 안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영역의 벽을 넘어 다른 영역에 응용해보는 능력이기 때문에 '영역전이성'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을 최대한 활용하여 국어 시간에 문학 작품 해석을 시도하듯이, 한 교과에서 배운 것을 그 교과의 내용으로만 보지 않고 다른 교과에 활용하고 응용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논술에서 대체로 고전적 지문에 들어있는 핵심 주장을 현대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적용, 응용, 활용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LEET 논술의 적용 발전형 문제가 바로 그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적용 발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를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둘째, 창의성의 내용을 사고의 심도, 다각화, 독창성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서울대 논술 평가기준과 동일한 틀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울대 평가기준에 따르면 심층적 논의 전개란 자신의 주장이나 논거에 대해 스스로 가능한 반론을 고려하고, 자신의 논의가 지니는 함축적 의미나 귀결을 고려하는 것, 논의가 전개되는 맥락이나 배경 상황을 적절히 고려하여 접근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묵시적인 가정이나 생략된 전제에 대해 더 나아간 고찰을 제시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다각적 논의 전개란 발상이나 관점의 전환을 시도하고 가능한 대안들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 여러 개념을 적절히 종합하고 암묵적으로 가정한 전제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접근들을 포함합니다. 독창적인 논의 전개에는 주장이나 논거의 새로움, 문제를 통찰함에 있어 특이함, 관점이나 논의 지평에 참신함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LEET 논술의 자료에 따르면 창의성은 서울대 평가기준이 제시하는 심층성, 다각성, 독창성을 같은 개념으로 채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적용 발전형 문제에서는 독창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시문에 의해 규정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층성과 다각성은 충분히 발휘될 수 있습니다. 법을 현실 상황에 적용할 때에도 독창적인 적용보다는 깊이 있게 따지고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